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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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가격이 지난주 코인당 500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향후 비트코인 가격이 300만원 선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급락의 배경으로 ‘비트코인캐시 하드포크(Hardfork)’가 꼽히면서 하드포크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하드포크는 한 마디로 기존의 블록체인을 분리하는 기술이다. 이전 블록과 호환성을 가지지 않는 포크(Fork)로, 호환성을 지닌 소프트포크(Softfork)에 대비된다. 소프트포크의 경우 기존의 블록체인을 유지한 상태에서 새로운 기능을 도입하는 것이다.

하드포크는 소프트포크보다 강화된 업그레이드 과정이다. 소프트포크만으로 블록체인 기능을 높이는 데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을 때 하드포크가 진행된다. 통상 기존의 소프트웨어에서 어떤 취약점을 발견했거나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과정에서 일어난다. 이때 새로운 가상화폐가 탄생하기도 한다.
블록체인 쪼개는 '하드포크', 비트코인 추락의 주범?
대표적인 알트코인인 이더리움의 경우 2016년 9월 도스(DOS) 공격을 받은 뒤 네트워크가 불안정해지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드포크를 진행했다. 246만3000번째 블록에서 하드포크가 실시됐다.

비트코인은 2010년 프로토콜 해킹으로 수천억 개의 비트코인이 생성되자 이를 폐기하기 위한 하드포크를 진행했고, 2013년에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위한 하드포크를 실시했다.

많은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오인하는 것이 하드포크를 진행하면 새로운 가상화폐가 발생한다는 것이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새 가상화폐는 나올 수도,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이더리움이나 비트코인의 초기 하드포크 사례에서처럼 단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에 그친다면 새 가상화폐는 나오지 않는다.

하드포크가 새 가상화폐의 탄생처럼 인식된 배경에는 비트코인캐시의 등장이 있다. 지난해 8월1일 비트코인은 블록 크기를 늘리는 형태의 하드포크를 진행하면서 기존 비트코인에서 분리한 비트코인캐시를 만들어냈다. 2017년 10월25일에는 역시 비트코인에서 파생된 비트코인골드가, 같은 해 11월26일에는 비트코인다이아몬드가 탄생했다. 이 가상화폐들은 기존의 비트코인의 약점을 보완했다는 점에서 기술상 우위를 지니고 있지만, 일부는 증명되지 않은 부분도 있다.

하드포크는 개발진들이 마음만 먹는다고 진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비트코인의 경우 지난해 결제 속도를 높이기 위해 세그윗2x(Segwit2x) 발행을 추진했지만 커뮤니티 참여자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다만 세그윗에 찬성하는 사용자들이 뭉쳐 비트코인캐시 하드포크가 탄생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당시 하드포크를 진행한 것은 중국인 채굴자들이며 대형 채굴업체 비트메인의 우지한 대표, 비트코인닷컴의 로저 버 대표 등이 이를 열렬히 지지했다. 이들은 향후 비트코인캐시 발행량의 상당수를 차지하며 이 가상화폐의 중심세력으로 자리잡게 된다. 이는 최근 불거진 비트코인캐시 하드포크 사태의 단초가 됐다.

비트코인캐시 하드포크 사태는 우지한 대표, 로저 버 대표 등 특정 중심세력으로 인해 가상화폐 시장이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약점을 보여준다. 이들이 중심이 된 ‘비트코인ABC’ 진영이 크레이그 라이트 엔체인 수석연구원의 주도로 진행하려는 ‘비트코인SV’ 하드포크에 반발하는 과정에서 이 사태가 불거져서다. 비트코인ABC 진영은 거래 속도를 높이고 스마트 콘트랙트를 구현하기 위한 새 기술 도입을 제안했지만, 비트코인SV 진영은 특별한 변화 없이 블록 크기만 늘려 속도를 끌어올리자며 거절했다.

특정 가상화폐 커뮤니티에서 대립이 발생했을 때는 해시파워(채굴력) 경쟁을 통해 승부가 가려진다. 더 많은 가상화폐를 캐낸 쪽의 체인이 기존 가상화폐로 자리잡고, 승부에서 진 쪽의 체인은 사장된다. 23일 기준으로 비트코인ABC 진영이 더 높은 채굴력을 점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비트코인SV 진영의 채굴력도 만만치 않아 아직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이다.

한편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 크라켄은 비트코인SV에 대해 “기술적인 문제가 있어 위험도가 매우 높은 투자”라고 경고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