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골든타임 단축·멸종위기 동물 추적…'착한 데이터 분석'이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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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S '데이터 포 굿' 캠페인
癌환자 임상 자료 공유 플랫폼, 간단한 검사로 치료법 효과 판단
SNS 게시물 수집·분석 통해 청소년 자살 징후 찾아내기도
지진·허리케인 등 재난현장서 구호자원 효율적 배분도 도와
癌환자 임상 자료 공유 플랫폼, 간단한 검사로 치료법 효과 판단
SNS 게시물 수집·분석 통해 청소년 자살 징후 찾아내기도
지진·허리케인 등 재난현장서 구호자원 효율적 배분도 도와
광주광역시 소방안전본부는 올 4월 전국 소방본부 중 최초로 ‘소방 빅데이터 표준분석 플랫폼’을 구축했다. 신고 접수 이후 출동, 관제, 수습을 아우르는 모든 활동과정과 기상 등의 정보까지 실시간으로 수집해 이를 융합한 분석 결과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심정지 취약지역’을 설정하고 구조대 인력과 치료시설을 보완하는 등 지역 간 의료서비스 불균형 해소를 모색하고 있다.
주영철 광주소방본부 정보통신조정관은 “플랫폼 구축으로 구급대의 골든타임 내 도착률이 지난해 63.8%에서 올해 70%까지 높아질 전망”이라며 “심정지 환자 소생률에 영향을 미치는 자발 순환 회복률도 전년 대비 22%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데이터 분석으로 세상을 바꾼다”
4차 산업혁명의 흐름 속에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여전히 기후 변화와 재난, 질병, 전쟁 같은 ‘원초적 위험’에 노출된 사람들이 적지 않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이런 난제를 데이터 분석으로 풀려는 시도가 주목받고 있다.
기업용 분석 소프트웨어 시장의 세계 1위 업체인 SAS는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빈곤, 건강, 인권, 교육, 환경과 관련된 인도주의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이터 포 굿(Data for Good)’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실제로 의료 과실과 약물 중독 방지, 아동 학대 예방, 멸종위기 동물 보호 등 여러 영역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SAS는 비영리단체인 와일드트랙과 손잡고 멸종위기 동물을 보호하는 발자국 식별 기법(FIT: Footprint Identification Technique)을 개발했다. 전 세계 누구나 스마트폰이나 드론으로 동물의 발자국 흔적을 찍어 홈페이지에 올리면, SAS의 데이터 분석 솔루션을 기반으로 돌아가는 FIT 시스템이 이를 분석해 야생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고 멸종위기 동물의 움직임을 추적한다. 지금까지 검은코뿔소, 흰코뿔소, 벵골호랑이, 시베리아호랑이, 아메리칸 테이퍼, 베어드맥, 북극곰 등 15종에 대한 알고리즘이 개발돼 90% 이상의 정확도로 멸종위기 동물을 구별해 낸다. 와일드트랙은 이 자료를 토대로 개별 서식지 내 멸종위기 동물의 개체 수와 분포를 파악해 보호 활동에 나서고 있다.
암 치료·자살 예방에도 기여
의료계의 임상 연구에서는 수많은 데이터가 만들어지지만, 대부분 특정 시험이 끝나면 그 데이터를 보관만 한 채 지나가버리곤 한다. SAS는 미국의 비영리단체 ‘프로젝트 데이터 스피어’에 암 환자와 임상시험 자료를 공유하는 연구 플랫폼을 지원했다. 의사들은 이를 토대로 간단한 혈액 검사만으로 전립선암 환자에게 특정 치료법이 효과가 있는지를 즉시 판단하는 등의 다양한 기법을 개발해 냈다. 이 회사는 미국 네바다주에서 ‘헬시 네바다 프로젝트’에 착수해 주민 5만 명을 대상으로 인구보건조사를 했다. 유전, 임상, 환경, 사회경제적 데이터를 취합해 상관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청소년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무심코 쏟아낸 글들에서 자해·자살 징후를 찾아낸 사례도 있다. SAS는 캐나다 비영리단체 ‘캐나다 헬스 인포웨이’가 주도하는 ‘데이터 임팩트 챌린지’ 프로그램에 참여해 SNS 게시물을 수집·분석했다. 자연어 처리, 예측 모델링, 텍스트 마이닝, 데이터 시각화 등의 작업을 거쳐 극단적 선택의 조짐을 보이는 15~25세 청소년층을 가려냈다.
허리케인·지진 복구현장에서도 맹활약
자연재해의 신속한 복구에도 데이터 분석이 도움을 주고 있다. 2015년 규모 7.8의 대지진이 발생한 네팔에서 SAS와 국제이주기구(IOM)는 피난처의 과밀도, 환자·노인 밀집지역, 식수 상태 등의 자료를 분석해 한정된 구호자원을 피난민들에게 효율적으로 할당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3억 행에 달하는 무역 데이터를 분석해 주석 지붕 제작에 쓰는 자재를 원활하게 공급하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2017년 허리케인 ‘마리아’ 피해를 입은 푸에르토리코와 올 9월 허리케인 ‘플로렌스’가 강타한 미국 남동부에서도 데이터 분석으로 재난 복구를 지원했다.
세계은행은 지난 3월 보고서에서 2050년까지 ‘기후 난민’ 수가 1억40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정미교 SAS코리아 전무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가속화하면서 인류의 문제 해결에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도 늘어나고 있다”며 “오랫동안 데이터 분석으로 쌓아온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현실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주영철 광주소방본부 정보통신조정관은 “플랫폼 구축으로 구급대의 골든타임 내 도착률이 지난해 63.8%에서 올해 70%까지 높아질 전망”이라며 “심정지 환자 소생률에 영향을 미치는 자발 순환 회복률도 전년 대비 22%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데이터 분석으로 세상을 바꾼다”
4차 산업혁명의 흐름 속에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여전히 기후 변화와 재난, 질병, 전쟁 같은 ‘원초적 위험’에 노출된 사람들이 적지 않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이런 난제를 데이터 분석으로 풀려는 시도가 주목받고 있다.
기업용 분석 소프트웨어 시장의 세계 1위 업체인 SAS는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빈곤, 건강, 인권, 교육, 환경과 관련된 인도주의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이터 포 굿(Data for Good)’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실제로 의료 과실과 약물 중독 방지, 아동 학대 예방, 멸종위기 동물 보호 등 여러 영역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SAS는 비영리단체인 와일드트랙과 손잡고 멸종위기 동물을 보호하는 발자국 식별 기법(FIT: Footprint Identification Technique)을 개발했다. 전 세계 누구나 스마트폰이나 드론으로 동물의 발자국 흔적을 찍어 홈페이지에 올리면, SAS의 데이터 분석 솔루션을 기반으로 돌아가는 FIT 시스템이 이를 분석해 야생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고 멸종위기 동물의 움직임을 추적한다. 지금까지 검은코뿔소, 흰코뿔소, 벵골호랑이, 시베리아호랑이, 아메리칸 테이퍼, 베어드맥, 북극곰 등 15종에 대한 알고리즘이 개발돼 90% 이상의 정확도로 멸종위기 동물을 구별해 낸다. 와일드트랙은 이 자료를 토대로 개별 서식지 내 멸종위기 동물의 개체 수와 분포를 파악해 보호 활동에 나서고 있다.
암 치료·자살 예방에도 기여
의료계의 임상 연구에서는 수많은 데이터가 만들어지지만, 대부분 특정 시험이 끝나면 그 데이터를 보관만 한 채 지나가버리곤 한다. SAS는 미국의 비영리단체 ‘프로젝트 데이터 스피어’에 암 환자와 임상시험 자료를 공유하는 연구 플랫폼을 지원했다. 의사들은 이를 토대로 간단한 혈액 검사만으로 전립선암 환자에게 특정 치료법이 효과가 있는지를 즉시 판단하는 등의 다양한 기법을 개발해 냈다. 이 회사는 미국 네바다주에서 ‘헬시 네바다 프로젝트’에 착수해 주민 5만 명을 대상으로 인구보건조사를 했다. 유전, 임상, 환경, 사회경제적 데이터를 취합해 상관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청소년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무심코 쏟아낸 글들에서 자해·자살 징후를 찾아낸 사례도 있다. SAS는 캐나다 비영리단체 ‘캐나다 헬스 인포웨이’가 주도하는 ‘데이터 임팩트 챌린지’ 프로그램에 참여해 SNS 게시물을 수집·분석했다. 자연어 처리, 예측 모델링, 텍스트 마이닝, 데이터 시각화 등의 작업을 거쳐 극단적 선택의 조짐을 보이는 15~25세 청소년층을 가려냈다.
허리케인·지진 복구현장에서도 맹활약
자연재해의 신속한 복구에도 데이터 분석이 도움을 주고 있다. 2015년 규모 7.8의 대지진이 발생한 네팔에서 SAS와 국제이주기구(IOM)는 피난처의 과밀도, 환자·노인 밀집지역, 식수 상태 등의 자료를 분석해 한정된 구호자원을 피난민들에게 효율적으로 할당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3억 행에 달하는 무역 데이터를 분석해 주석 지붕 제작에 쓰는 자재를 원활하게 공급하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2017년 허리케인 ‘마리아’ 피해를 입은 푸에르토리코와 올 9월 허리케인 ‘플로렌스’가 강타한 미국 남동부에서도 데이터 분석으로 재난 복구를 지원했다.
세계은행은 지난 3월 보고서에서 2050년까지 ‘기후 난민’ 수가 1억40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정미교 SAS코리아 전무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가속화하면서 인류의 문제 해결에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도 늘어나고 있다”며 “오랫동안 데이터 분석으로 쌓아온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현실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