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하철 이용객에 관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일본 직장인들의 귀가시간이 앞당겨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이 같은 세태변화를 읽고 ‘조기(?) 퇴근족’을 겨냥한 사업을 진행한 외식업체와 피트니스센터가 활기를 띄고 있다고 합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지하철 사업자 중 하나인 도쿄메트로가 시간대별 이용자 수를 분석한 결과, 2017년도에 오후 9시 이후 이용자가 전년 대비 처음으로 감소했습니다. 반면 오후 5~8시 이용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 정부가 추진 중인 ‘일하는 방식 개혁’의 영향으로 기업들의 업무종료 시간이 빨라진 영향으로 분석된다는 설명입니다.

도쿄메트로의 지하철 노선은 도쿄 및 도쿄 주변지역 거주자들의 주요 출퇴근 이동수단입니다. 1일 평균 이용자가 740만 명가량 된다고 합니다. 도쿄메트로는 2012년부터 매 시간대별 개찰구를 나온 이용객 수를 집계해 왔습니다.

그동안 지하철 정기권 이용자의 경우, 평일 오후 9시 이후 이용자수가 증가하거나 일정 수준에서 보합세를 보였지만 지난해에는 눈에 띄게 감소세로 돌아섰다고 합니다. 특히 밤 12시 이후 부터 막차를 이용한 고객 수는 전년 대비 6%나 줄었습니다.

비교적 늦은 시간 이용객이 줄어든 반면 오후 5~8시 이용객수는 늘었습니다. 6시대는 전년 대비 6%, 7시대는 4%가량 증가했습니다.

이 같은 현상은 다른 연구에서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도쿄대 사회과학연구소가 2007년부터 매년 전국 수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해온 조사 결과, 남성 직장인의 평균 귀가시간은 2017년에 오후 7시40분으로 10년 전에 비해 22분 빨라졌습니다. 여성 직장인의 경우 평균 귀가시간이 오후 6시1분으로 10년 전 대비 47분이나 앞당겨졌습니다.

일본 직장인들의 퇴근 시간이 빨라지면서 이 같은 변화를 노린 업종도 활기를 띄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도쿄 등지에선 오후 7시 경까지 주요 칵테일 가격을 반값에 판매하는 주점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조기 퇴근 자들의 ‘한 잔’ 수요를 노린 것입니다.

각종 피트니트 센터도 퇴근 직장인을 노리기 시작했습니다. 도쿄 도심 사무실 밀집지대인 오테마치 등에선 각종 피트니트 센터에 오후 5시경부터 손님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편의점 체인인 패밀리마트가 도쿄 오타구에 올 2월 편의점 병설로 마련한 체육관에는 평일 저녁에 퇴근 직장인들의 이용이 크게 늘었습니다.

아직까진 지엽적인 영향에 불과하지만 일본의 퇴근 문화와 관련한 상업 부문에서 변화의 조짐은 분명히 일고 있습니다. 과연 조기 퇴근 정착이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됩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