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대화 소강상태 속 정상외교 일정도 줄줄이 밀릴 확률 높아
靑 "여러 가능성 열어놓고 논의"…종전선언 등 연기 가능성 시사
G20 계기 한미정상회담 성사 시 북미대화 등 속도 붙을지 주목
북미고위급회담 연기설…'연내 종전선언·김정은 답방'도 밀리나
이달 말 열릴 것으로 예상됐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간 북미고위급회담이 다음 달로 미뤄질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청와대의 한반도 평화구상도 영향을 받으리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소강상태를 보여 온 한반도 비핵화 시간표에 다시금 탄력을 붙일 것으로 보였던 북미 간 대화 재개가 늦어질수록 남북·북미 간 정상외교 일정 역시 미뤄지며 청와대의 목표도 그에 맞춰 조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북미고위급회담 연기 가능성과 맞물려 가장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가 계획했던 연내 종전선언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답방이 성사될 수 있느냐다.

지금까지 청와대는 연내 종전선언과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 목표에는 수정이 없다는 입장을 취해 왔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6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정부는 가급적 판문점선언의 약속처럼 올해 안에 종전선언이 가능하도록 관련 국가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을 두고 문 대통령은 지난 5일 여야 5당 원내대표와의 여야정 상설협의체 첫 회의에서 "일단 연내에 이뤄진다는 것을 가정하고 준비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문제는 연내 종전선언이든 김 위원장의 답방이든 북미 간 대화가 어떻게 진전되느냐에 그 성사 여부가 달려 있다는 점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6일 정례브리핑에서 "종전선언은 우리 정부만의 결정으로 할 수 있는 것도, 남과 북의 결정으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남북미 3자가 합의해야 하는 것이어서 여전히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맥락에서 김 위원장의 답방이 연내에 이뤄질 것이라는 점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김 대변인은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은 여러 가지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논의 중"이라고 말해 청와대도 김 위원장 답방 시기가 내년으로 미뤄지는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가능하게 했다.

김 대변인이 "김 위원장의 답방 시기가 제2차 북미정상회담 전이 좋을지, 후가 좋을지, 어떤 게 더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가져오는 데 효과적일지 등 생각과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청와대가 연내 달성을 목표로 했던 종전선언이나 김 위원장의 답방이 내년으로 미뤄지면 그만큼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등 그 동력이 반감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북미관계가 꽉 막혔을 때 평양을 방문해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하는 등 비핵화 불씨를 살리는 데 진력한 문 대통령의 중재자 내지는 촉진자로서 역할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에게는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방문 계기에 추진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중요성이 더욱 커지게 됐다.

북미고위급회담의 연기 배경을 놓고 '비핵화와 상응조치' 등을 둘러싼 북미 간 견해차가 여전히 크다는 분석 등이 나오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은 양측의 거리를 좁힐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어서다.

문 대통령 취임 후 여섯 번째 한미정상회담이 성사돼 북미 간 입장을 조율하고 양측이 수용할 만한 '중재안'을 내놓을 수 있다면 교착 상태가 풀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회담 결과에 따라서는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이 성사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다음 사실상 내년 초로 점쳐지는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기 전 좀 더 정교한 '중재자'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날 확률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여야정 상설협의체 첫 회의에서 "북미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했으나 남북정상회담이 교착 상태의 북미 대화를 풀기 위한 전기가 될 수 있는 만큼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 시나리오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