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한국과는 다른 中 선전의 청년 지원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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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한 혁신인재에게 집값 지원하는 中
한국은 취준생 생활비 보조 차원일 뿐
노경목 中 선전 특파원
한국은 취준생 생활비 보조 차원일 뿐
노경목 中 선전 특파원
중국 선전에서 가장 소득이 높은 자치구인 난산구는 올 4월부터 대학 졸업자에게 1만5000위안(약 240만원)을 일시불로 지급하기로 했다. 석사학위 취득자에게는 2만5000위안, 박사학위 취득자에게는 3만5000위안으로 지원금이 늘어난다. 2015년 한 해에만 집값이 37.7%까지 올라 중국 내 상승률 1위를 차지하는 등 높아지는 선전의 거주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것이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하우스 셰어가 보편화된 선전에서 1만5000위안이면 1년 이상 거주할 수 있다. 수혜자의 연령이 대부분 20대 중·후반인 만큼 일종의 청년 지원책으로 볼 수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한국에서도 서울, 경기, 부산 등 10개 광역지방자치단체가 도입한 ‘청년수당’과 비슷하다. 서울은 심사를 통해 월 50만원씩 2개월에서 6개월까지 7000명에게 올해 청년수당을 지급한다. 경기도는 내년부터 도내에 3년 이상 거주한 만 24세 청년에게 매년 100만원씩 ‘청년배당’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청년을 대상으로 한 지원제도지만 목표와 지원 조건은 정반대다. 한국의 청년수당은 미취업자를 대상으로 한다. 취업을 준비하거나 실패한 청년들을 돕는다는 취지다. 반면 선전에서는 취업을 해야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쉽게 유치하도록 돕겠다”는 것이 목표여서다. 난산구 관계자는 “선전의 높은 주거비용에도 난산구에 있는 기업과 창업가들이 쉽게 인재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난산구뿐 아니라 선전 내 자치구들은 비슷한 정책을 쏟아내며 인재 유치 경쟁을 하고 있다. 새로 조성된 바오안구에서는 해당 지원금이 3만~6만위안에 이른다.
선전시가 2011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공공주택 공급 정책인 ‘인재 안거방(人材 安居房)’ 역시 비슷한 취지다. 학력과 기술을 심사해 최대 10년까지 저렴한 가격의 임대주택을 우선 공급한다. 지난해까지 이렇게 공급된 주택은 40만 가구에 이르렀다. 해외 석학급 인재에 대해서는 600만위안, 중국 내에서 인정받는 인재에게는 300만위안을 한 번에 지급한다. 각 구에도 비슷한 지원책이 있어 이 같은 지원금을 모두 합하면 최대 1200만위안(약 20억원)에 이른다. 가치를 인정받는 인재라면 선전행을 선택하는 것만으로 주거부터 생활비까지 지원받는 것이다.
이 같은 정책은 중국 내에서도 비판받고 있다. 고학력자를 우선으로 하는 지원책이 약자를 돕는 사회보장제도의 기본 취지와 어긋난다는 것이다. 일부 매체에서는 “화웨이의 박사급 연구원이 아파트 현장의 건설 노동자보다 먼저 공공주택에 입주하는 것이 온당하냐”는 비판까지 나온다. 하지만 선전시는 “혁신성장을 이루려면 인재의 질을 끌어올려야 한다”며 “높은 수준의 젊은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해 필요한 정책”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선전의 인재 유치 정책은 중국에서도 실험적인 것으로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지방정부가 나서서 구축한 인재 생태계를 바탕으로 화웨이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추격하고, CSOT는 11세대 LCD(액정표시장치) 공장을 지으며 LG디스플레이를 압박하고 있다. 저성장으로 접어들고 있는 한국 역시 공적 재원을 활용하는 과정에 보다 다양한 상상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autonomy@hankyung.com
여기까지만 보면 한국에서도 서울, 경기, 부산 등 10개 광역지방자치단체가 도입한 ‘청년수당’과 비슷하다. 서울은 심사를 통해 월 50만원씩 2개월에서 6개월까지 7000명에게 올해 청년수당을 지급한다. 경기도는 내년부터 도내에 3년 이상 거주한 만 24세 청년에게 매년 100만원씩 ‘청년배당’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청년을 대상으로 한 지원제도지만 목표와 지원 조건은 정반대다. 한국의 청년수당은 미취업자를 대상으로 한다. 취업을 준비하거나 실패한 청년들을 돕는다는 취지다. 반면 선전에서는 취업을 해야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쉽게 유치하도록 돕겠다”는 것이 목표여서다. 난산구 관계자는 “선전의 높은 주거비용에도 난산구에 있는 기업과 창업가들이 쉽게 인재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난산구뿐 아니라 선전 내 자치구들은 비슷한 정책을 쏟아내며 인재 유치 경쟁을 하고 있다. 새로 조성된 바오안구에서는 해당 지원금이 3만~6만위안에 이른다.
선전시가 2011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공공주택 공급 정책인 ‘인재 안거방(人材 安居房)’ 역시 비슷한 취지다. 학력과 기술을 심사해 최대 10년까지 저렴한 가격의 임대주택을 우선 공급한다. 지난해까지 이렇게 공급된 주택은 40만 가구에 이르렀다. 해외 석학급 인재에 대해서는 600만위안, 중국 내에서 인정받는 인재에게는 300만위안을 한 번에 지급한다. 각 구에도 비슷한 지원책이 있어 이 같은 지원금을 모두 합하면 최대 1200만위안(약 20억원)에 이른다. 가치를 인정받는 인재라면 선전행을 선택하는 것만으로 주거부터 생활비까지 지원받는 것이다.
이 같은 정책은 중국 내에서도 비판받고 있다. 고학력자를 우선으로 하는 지원책이 약자를 돕는 사회보장제도의 기본 취지와 어긋난다는 것이다. 일부 매체에서는 “화웨이의 박사급 연구원이 아파트 현장의 건설 노동자보다 먼저 공공주택에 입주하는 것이 온당하냐”는 비판까지 나온다. 하지만 선전시는 “혁신성장을 이루려면 인재의 질을 끌어올려야 한다”며 “높은 수준의 젊은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해 필요한 정책”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선전의 인재 유치 정책은 중국에서도 실험적인 것으로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지방정부가 나서서 구축한 인재 생태계를 바탕으로 화웨이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추격하고, CSOT는 11세대 LCD(액정표시장치) 공장을 지으며 LG디스플레이를 압박하고 있다. 저성장으로 접어들고 있는 한국 역시 공적 재원을 활용하는 과정에 보다 다양한 상상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