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각국 정부는 고령화로 인한 재정부담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과 비슷한 건강보험 시스템을 운영하는 대만은 불필요한 의료비를 줄이기 위해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하고 있다. 영국은 각종 의사결정 시스템에 시민이 적극 참여하도록 해 건강보험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있다.

대만은 2010년부터 메디클라우드 시스템 구축 사업을 시작해 환자의 수술 및 검사 결과, 각종 의료기록, 약물 치료기록, 알레르기 물질 등의 정보를 한 곳에 수집해 관리하고 있다. 의료기관에서 데이터를 공유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콘텐츠를 늘렸다. 메디클라우드에 접속하면 시간별 약물 투여 그래프는 물론 의료기관에서 촬영한 영상 검사 결과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중복 검사 및 처방을 크게 줄였다.

쉐융 타이 대만 국민건강보험 국장은 지난 23일 열린 건강보험 국제 심포지엄에서 “의료정보 교류 시스템인 메디클라우드를 구축해 2015년부터 본격 활용하고 있다”며 “이 시스템을 통해 중복 처방 및 검사를 줄이고 환자의 약물 사용 안전성을 높이고 있다”고 했다.

컴퓨터단층촬영(CT), 초음파, 자기공명영상(MRI), 혈액 검사 등 20개 주요 항목의 중복 검사가 줄어들면서 대만 정부가 절감한 재정은 한 해 3890만달러(약 439억원)에 달한다. 고혈압약, 당뇨약, 우울증약 등 6개 약품 지출 비용으로만 1000만달러 정도가 절약됐다.

쉐 국장은 “다른 의료기관으로 환자를 이송하는 위탁 시스템을 강화하고 환자 스스로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 등을 활용해 건강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마이헬스뱅크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부적합한 청구 데이터를 분석하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등 빅데이터로 효율성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했다.

영국은 건강보험에 관한 의사결정 과정에 일반 시민이 참여하는 지역별 임상조정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영국 국영 의료기관 NHS는 지역사회 중심의 통합진료를 하고 있다. 환자가 병원 대신 요양원이나 왕진서비스 등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통합진료를 통해 75세 이상 노인의 응급입원이 2.5% 줄었고, 장기 질환자의 응급입원도 11% 감소했다. 이 같은 모델을 확대해 각종 진료 서비스는 물론 지역사회 자원봉사 서비스, 재활·재가 서비스, 원격의료 등을 아우르는 커뮤니티케어로 확대하고 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