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정부 예산안의 증·감액을 논의하는 국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예산소위)가 심사를 마무리하기로 약속한 27일을 하루 앞두고 멈춰 섰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정부에 유류세 인하 조치 등으로 인한 ‘4조원 세입 결손’ 대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면서다. 산림청의 남북산림협력사업 예산도 발목을 잡았다. 국회가 또다시 법정 기일(12월2일) 내에 예산심사를 마칠 수 없을지 모른다는 어두운 전망이 제기된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지난 26일 오후 6시30분께 예산소위의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지방재정분(2조9000억원), 유류세 한시 인하(1조1000억원) 등으로 4조원 정도의 세수가 걷히지 못하게 됐지만 정부 대책이 미흡하다는 이유에서다.

한국당 간사인 장제원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4조원 세수 결손 대책 방안을 국회에 보고하지 않는 한 지금부터 예산심사를 거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예산소위 첫날 기획재정부 차관이 4조원 세수 결손분에 대해 대안을 내놓기로 약속했지만, 이날 심사에 가지고 온 것은 지금까지 국회에서 감액한 총액뿐”이라며 “전형적인 야당 무시”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결국 국채를 발행해 세수 결손을 메우겠다는 의도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바른미래당 간사인 이혜훈 의원도 한국당과 같은 주장을 펼쳤다. 그는 “예산심사 파행의 알파(처음)부터 오메가(끝)까지 모두 정부 책임”이라며 “4조원 세수 구멍에 대한 대책 마련을 전제로 심사해왔지만, 정부가 가져온 것은 (국회 예산 삭감 내용만 담긴) 한 장짜리 종이가 전부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산 심사를 재가동하려면 4조원의 세수 부족을 어떻게 메울지 대안을 가져오라”고 쏘아붙였다.

산림청이 제출한 남북산림협력사업도 야당의 공세를 받았다. 예결위 관계자는 “야당의 삭감 주장에 산림청은 16억원 삭감까지만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하자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조정식 의원이 ‘누구 마음대로 16억원을 감액하느냐’고 맞섰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심사 파행의 책임이 야당에 있다고 반격했다. 조 의원은 비슷한 시각 국회에서 별도 기자회견을 열고 “기재부에서 상황을 종합해 (세입 결손 대책을) 제출하겠다고 했음에도 당장 내놓지 않으면 소위를 진행할 수 없다고 얘기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했다. 또 “대책을 내놓으려면 세입개정안이 확정되고 세출 수준 윤곽이 어느 정도 잡혀야 한다”고 말했다. 산림청 예산 삭감을 막은 것에 대해서는 “야당이 ‘얼마를 깎을 거냐’ ‘받아라’는 식으로 정부를 무리하게 몰아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홍근 의원도 “유류세 인하로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간 만큼 세수 결손이 아니라 세수 변동”이라고 맞섰다.

정치권 관계자는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이 불과 6일도 채 남지 않아 빨간불이 켜졌는데도 여야가 ‘네 탓 공방’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모습을 해마다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선진화법이 발효된 2014년부터 국회는 예산안 자동부의제도 적용을 받고 있다. 예결위가 11월30일까지 예산안 심사를 끝내지 못하면 12월1일 정부 예산안이 원안대로 본회의에 상정된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