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美 불법입국 시도 98명 추방 절차…경비 강화

추방자 모두 온두라스 출신…美, 불법 월경 69명 체포

멕시코가 미국으로 불법 입국을 시도한 중미 이민자들의 추방 절차에 착수했다.

멕시코 이민청(INM)이 26일(현지시간) 미국 국경을 불법적으로 침범한 중미 이민자 98명을 체포해 추방 절차를 밟고 있다고 텔레비사 방송 등 현지언론과 외신이 전했다.

추방 대상자들은 모두 온두라스 출신이다.

멕시코 정부는 전날 불법 월경 시도를 부추긴 주동자를 포함해 위법행위에 연루된 이들을 추가로 체포해 추방할 방침이다.

전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와 접경을 이루는 멕시코 티후아나에서 약 500명의 중미 출신 이민자가 국경을 넘으려 하자 미국 국경순찰대 측이 최루탄과 고무총탄을 발사하면서 저지했다.

미국에 망명신청 절차를 더 신속히 진행해달라는 요구를 전달하려고 시작된 평화 행진은 나중에 불법 입국 시도로 변질됐다.

현재 멕시코를 경유한 약 9천 명의 중미 이민자가 티후아나와 멕시칼리에서 미국 입국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 대다수는 티후아나의 스포츠 단지와 주변에서 노숙하고 있다.

중미 이민자 대다수가 미국 망명신청을 희망하고 있지만 미 샌디에이고 국경에 있는 산 이시드로 검문소는 하루에 100건 미만의 망명신청을 처리하고 있다.

충돌이 격화하자 미 국토안보부 산하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산 이시드로 검문소의 차량과 보행자 통행을 일시적으로 금지했다가 몇 시간 뒤 해제했다.

멕시코 내무부는 전날 500명이 월경을 시도한 것으로 추산했지만 미국은 1천 명에 달했다고 주장했다.

미 CBP는 전날 캘리포니아 주에서 불법 입국을 시도한 69명을 체포했다.

멕시코 경찰은 재발 방지를 위해 중미 출신 이민자 행렬(캐러밴·Caravan)이 머무는 티후아나 시 캠프촌에 대한 경비를 강화했다.

경찰은 중미 이민자들이 캠프촌을 벗어나 미국 국경을 향해 걸어가는 것을 금지하고 캠프 주변을 비롯해 국경 근처에 경찰을 추가로 배치했다.

중미 이민자들 사이에서는 전날의 충돌을 계기로 향후 망명신청이 더 어려워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나오고 있다.

온두라스 코르테스 출신의 이사우로 메히아(46)는 "어제 일로 상황이 나빠졌다.

기회가 없을 것 같다"고 AP 통신에 말했다.

멕시코 국가인권위원회는 전날의 충돌에 우려를 나타내며 중미 이민자들에게 법을 준수하면서 자중할 것을 촉구했다.

인권위는 "우리나라를 지나는 캐러밴 구성원들은 멕시코 법을 존중해야 하며 통과하고 있는 지역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며 "멕시코 정부가 캐러밴의 권리를 보호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도 트위터를 통해 멕시코가 미국으로 향하는 이민 시도자들을 돌아가게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필요하다면 국경을 영구 폐쇄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