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별 피해지역 가맹점 카드매출자료 요구했다가 가맹점 수 제출로 변경

금융당국이 KT 화재로 카드결제가 안 돼 발생한 가맹점 피해 현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려다가 가맹점 수만 알아보는 데 그쳤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전날 각 카드사에 지난 주말 KT 서울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로 피해가 발생한 가맹점의 매출액 현황을 파악해 달라고 주문했다.

해당 지역은 서울 서대문구, 중구, 용산구, 마포구, 은평구, 경기 고양시 등 6개다.

우선 업종별로 각각 영세, 중소, 일반, 대형 가맹점의 숫자를 요구했다.

또 최근 한 달간 카드결제가 1건 이상 있었던 가맹점을 기준으로 카드결제 건수와 금액, 가맹점 수를 일별로 파악하고, 이를 다시 최근 2주간만 요일별로 정리해달라고도 했다.

이어 최근 2주간 일요일 카드결제 평균과 화재 당시 일요일 현황과 차이를 적시하도록 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다시 카드사에 피해가 발생한 가맹점 수 현황만 제출하도록 요구사항을 바꿨다.

금감원은 매출액 조사가 유의미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그랬다고 하지만, 관련 자료를 산출하기가 워낙 어려워 업계가 반발하자 가맹점 수만 제출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금감원의 이야기처럼 화재에 따른 가맹점주들의 피해를 정확하게 산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화재 당시 카드결제 건수가 하나도 없었던 것이 통신 장애로 인한 것인지 해당 가맹점이 영업을 안 해서인지 등에 대한 파악이 쉽지 않아서다.

당시 가맹점들이 카드 대신 현금을 받았으므로 기존 주말 평균 카드결제 금액과의 차이가 곧 매출액 감소분이라고 단정 짓기도 어렵다.

금감원 관계자는 "카드 소비자와 가맹점이 사고로 인해 결제에 어느 정도나 불편을 겪고 있는지 파악하고 있다"라면서 "보상을 논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24일 오전에 발생한 화재로 통신 장애가 발생해 KT 아현지사가 관할하는 지역의 카드 가맹점과 이를 이용한 고객들이 카드결제가 안 돼 불편함을 겪었다.

특히 당시는 손님들이 많이 몰리는 주말이어서 카드 가맹점주들의 매출액 피해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개 일반인들은 현금 대신 카드를 많이 들고 다니고, 당시에는 은행의 자동화기기(ATM)도 덩달아 '먹통'이 돼 현금을 찾아 쓰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금융당국, 'KT화재' 가맹점 카드결제 불편 현황 파악
KT 측은 유·무선 가입 고객에게 1개월 요금 감면을 하겠다고 하면서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피해보상을 별도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카드사들은 이번 KT 화재로 인한 수수료 수입 감소분에 대해 KT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카드사들은 카드 결제금액의 최대 2.3%를 수수료로 받고 있다.

카드결제가 안 돼 가맹점이 피해를 봤다면 수수료율만큼 카드사도 수수료 수익이 줄어든 셈이다.

하지만 KT가 카드사에 거대 기업고객일 뿐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사업 관계가 얽혀 있어 정색하고 피해보상을 요구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가맹점은 평소 카드매출을 기반으로 손해를 입증해 집단 소송에 나설 가능성은 있지만 카드사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좀 더 좋은 조건으로 망 계약을 하는 것과 같이 이 문제를 사업적으로 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화재 당시 금융당국이 고객들에게 화재로 카드 사용이 어렵다는 안내 문자를 보내라고 카드사들에 주문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시 KT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미 문자를 보낸 상황에서 카드사가 또 보내는 것은 자원 낭비라고 볼 수 있다.

단체문자는 건당 30원이 채 안 되지만 문자를 발송해야 할 고객이 수백만명에 달해 이번 문자 발송에 업계는 수억원을 지출해야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