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욱의 전자수첩] 애플 갑질에 삼성 눈치에…예스맨 전락한 통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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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점, 애플 갑질 폭로…이통사가 애플과 계약시 수용
제조사와 이통사 간 신제품 출고가 협의 아닌 통보로
통신료에 단말기 할부금 포함됐다는 인식 미비해
획기적 통신환경과 서비스 구축해 힘의 균형 맞춰야
제조사와 이통사 간 신제품 출고가 협의 아닌 통보로
통신료에 단말기 할부금 포함됐다는 인식 미비해
획기적 통신환경과 서비스 구축해 힘의 균형 맞춰야
최근 국내 휴대폰 판매점들이 애플의 갑질을 폭로했다. 판매점이 전시용 아이폰을 직접 사도록 하고 그렇지 않으면 아이폰을 못 팔게 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제조사들이 전시용 제품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과 상반된 모습이어서 판매점들의 반발은 더 거셌다. 결국 애플의 휴대폰 유통망에 대한 시연폰 강매 사태는 공정거래위원회로 넘어갔다.
이번 사태는 애플의 불공정한 요구를 이동통신사가 그대로 받아들여 그 피해가 판매점으로 넘어간 것이다. 통신사들은 애플과 공급 계약시 불리한 조건들을 수용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국내에서 잘 팔리는 아이폰의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선 피치못할 선택이며, 현실적으로 판매점들의 피해까지 고려할 여유가 없다. 이는 통신사 위에 군림하게 된 휴대폰 제조사의 위상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애플의 갑질은 뻔뻔하다. 통신사의 돈으로 아이폰을 홍보하면서 그 방식에도 '감놔라 배놔라' 하는 식이다. 통신사 대리점의 아이폰 진열 방식이나 입간판 광고 설치 장소, 포스터 디자인, 홍보 문구까지 참견하고 지시한다. 유명 연예인 섭외 등으로 만만치 않은 개통 행사 비용도 모두 통신사의 몫으로 떠넘긴다.
불공정 계약을 일삼는 애플과 결은 다르지만 삼성전자도 통신사들에게 갑으로 통한다. 삼성전자가 국내 휴대폰 시장의 60~65%를 차지하다보니 통신사들은 마냥 따를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가장 큰 부분이 단말기 출고가다. 삼성전자가 국내 시장을 독점하기 이전에는 출고가 '협의'라는 의미가 컸다. 가격을 정하는데 있어 통신사의 입김이 먹혔다는 얘기다. 그러나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이 2015년 출시한 'G4'를 시작으로 침체되고, 삼성전자의 영향력이 더 커지면서 '협의'는 '통보'가 됐다. 이후 LG전자도 삼성전자를 따라 자연스레 출고가를 통보하게 됐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3년전만 해도 가격 협의라는 의미가 있었지만 요즘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삼성전자가 단말기 가격을 결정한 후 통보하면 통신사가 그대로 받아들이는 구조"라고 말했다.
제품 출고가는 제조사가 정하는 고유 권한으로 보는 시각도 있어 갑질이라고 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그러나 통신사들은 제조사의 출고가를 받아들이는 처지가 되면서 이미지가 악화되고 있다. 제조사가 단말기 가격을 점점 높이면서 생긴 소비자 불만이 통신사로 향하고 있어서다.
이유는 이렇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는 통신요금에 단말기 할부금이 포함됐다는 사실을 크게 생각치 않는다. 한달에 통신료 10만원이 청구된다고 치자. 이 경우 소비자는 단말기 할부금이 통신료에 포함됐다는 사실을 잊는 경향이 있다. 특히 최근 정부와 국회로부터 요금 인하 압박을 받는 통신사들은 억울할 수 있다. 통신료는 지속적으로 인하되고 있는 반면 단말기 가격은 오르고 있어 더 그렇다. 통신사들은 매출과 영업이익을 포기하며 선택약정 25% 할인 등 통신료 인하에 나서고 있지만, 출고가가 높아지면서 이런 노력들이 물거품이 된다는 점을 토로한다.
통신사가 제조사보다 우위에 있던 시절도 있었다. 피처폰 시대만 해도 통신사는 유통 장악력을 앞세워 제조사에게 조금이라도 더 낮은 단말기 가격을 요구했다. 자체 유통망이 빈약한 제조사는 자사 유통을 거의 전적으로 책임지는 이통사의 요구를 들어줄 수 밖에 없었다. 가격 주도권이 통신사에게 있었던 것이다. 통신사는 자사의 이익구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무선통신이나 신종 부가 서비스를 더 많이 활용할 수 있는 휴대폰의 출시를 요구하기도 했다. 휴대폰 제조에까지 영향을 끼친 셈이다.
당시 소비자에게 단말기보다 통신 품질, 즉 '어느 통신사가 가장 잘 터지냐'가 제일 중요했던 점도 통신사의 힘을 키웠다. 그러나 어디서나 잘 터지는 환경이 구축되자 통신사들은 더 이상 통신 품질로는 차별성을 갖지 못하게 됐다. 단말기 품질이 통신 품질보다 중요한 구매요건이 된 시작점이다. 여기에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힘의 추는 제조사로 기울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통사가 제조사의 위에 올라서는 시대는 다시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통신 환경에서도 스마트폰의 기능과 영향력은 지속적으로 커질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래도 기회는 있다. 통신사들이 획기적인 통신환경과 서비스를 구축하면 시장의 힘이 다시 그들에게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통신사의 눈치를 봤던 제조사들이 다양하고 시대의 흐름에 맞는 제품을 개발·생산하며 '을'에서 벗어났던 것처럼 말이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이번 사태는 애플의 불공정한 요구를 이동통신사가 그대로 받아들여 그 피해가 판매점으로 넘어간 것이다. 통신사들은 애플과 공급 계약시 불리한 조건들을 수용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국내에서 잘 팔리는 아이폰의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선 피치못할 선택이며, 현실적으로 판매점들의 피해까지 고려할 여유가 없다. 이는 통신사 위에 군림하게 된 휴대폰 제조사의 위상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애플의 갑질은 뻔뻔하다. 통신사의 돈으로 아이폰을 홍보하면서 그 방식에도 '감놔라 배놔라' 하는 식이다. 통신사 대리점의 아이폰 진열 방식이나 입간판 광고 설치 장소, 포스터 디자인, 홍보 문구까지 참견하고 지시한다. 유명 연예인 섭외 등으로 만만치 않은 개통 행사 비용도 모두 통신사의 몫으로 떠넘긴다.
불공정 계약을 일삼는 애플과 결은 다르지만 삼성전자도 통신사들에게 갑으로 통한다. 삼성전자가 국내 휴대폰 시장의 60~65%를 차지하다보니 통신사들은 마냥 따를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가장 큰 부분이 단말기 출고가다. 삼성전자가 국내 시장을 독점하기 이전에는 출고가 '협의'라는 의미가 컸다. 가격을 정하는데 있어 통신사의 입김이 먹혔다는 얘기다. 그러나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이 2015년 출시한 'G4'를 시작으로 침체되고, 삼성전자의 영향력이 더 커지면서 '협의'는 '통보'가 됐다. 이후 LG전자도 삼성전자를 따라 자연스레 출고가를 통보하게 됐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3년전만 해도 가격 협의라는 의미가 있었지만 요즘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삼성전자가 단말기 가격을 결정한 후 통보하면 통신사가 그대로 받아들이는 구조"라고 말했다.
제품 출고가는 제조사가 정하는 고유 권한으로 보는 시각도 있어 갑질이라고 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그러나 통신사들은 제조사의 출고가를 받아들이는 처지가 되면서 이미지가 악화되고 있다. 제조사가 단말기 가격을 점점 높이면서 생긴 소비자 불만이 통신사로 향하고 있어서다.
이유는 이렇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는 통신요금에 단말기 할부금이 포함됐다는 사실을 크게 생각치 않는다. 한달에 통신료 10만원이 청구된다고 치자. 이 경우 소비자는 단말기 할부금이 통신료에 포함됐다는 사실을 잊는 경향이 있다. 특히 최근 정부와 국회로부터 요금 인하 압박을 받는 통신사들은 억울할 수 있다. 통신료는 지속적으로 인하되고 있는 반면 단말기 가격은 오르고 있어 더 그렇다. 통신사들은 매출과 영업이익을 포기하며 선택약정 25% 할인 등 통신료 인하에 나서고 있지만, 출고가가 높아지면서 이런 노력들이 물거품이 된다는 점을 토로한다.
통신사가 제조사보다 우위에 있던 시절도 있었다. 피처폰 시대만 해도 통신사는 유통 장악력을 앞세워 제조사에게 조금이라도 더 낮은 단말기 가격을 요구했다. 자체 유통망이 빈약한 제조사는 자사 유통을 거의 전적으로 책임지는 이통사의 요구를 들어줄 수 밖에 없었다. 가격 주도권이 통신사에게 있었던 것이다. 통신사는 자사의 이익구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무선통신이나 신종 부가 서비스를 더 많이 활용할 수 있는 휴대폰의 출시를 요구하기도 했다. 휴대폰 제조에까지 영향을 끼친 셈이다.
당시 소비자에게 단말기보다 통신 품질, 즉 '어느 통신사가 가장 잘 터지냐'가 제일 중요했던 점도 통신사의 힘을 키웠다. 그러나 어디서나 잘 터지는 환경이 구축되자 통신사들은 더 이상 통신 품질로는 차별성을 갖지 못하게 됐다. 단말기 품질이 통신 품질보다 중요한 구매요건이 된 시작점이다. 여기에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힘의 추는 제조사로 기울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통사가 제조사의 위에 올라서는 시대는 다시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통신 환경에서도 스마트폰의 기능과 영향력은 지속적으로 커질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래도 기회는 있다. 통신사들이 획기적인 통신환경과 서비스를 구축하면 시장의 힘이 다시 그들에게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통신사의 눈치를 봤던 제조사들이 다양하고 시대의 흐름에 맞는 제품을 개발·생산하며 '을'에서 벗어났던 것처럼 말이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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