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흔들' S&P500 VIX ETN 투자했더니…2000 붕괴에도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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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빛의 GO!투자]
![사진=게티이미지뱅크](https://img.hankyung.com/photo/201811/99.11790386.1.jpg)
때는 10월말. 코스피는 말 그대로 추풍낙엽이었습니다. 지난달 11일 4.44% 급락한 뒤 잠시 회복세를 보이나 싶었지만 23일엔 2.57%나 빠졌습니다. 2106.10로 마감하면서 1년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은 그야말로 시퍼렀게 질렸습니다. 마땅한 투자처가 없나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을 때 가파르게 상승하는 종목이 눈에 띄었습니다. 패닉장세에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종목. 바로 VIX ETN(상장지수증권)이었습니다. 해당 상품은 공포지수(VIX)에 따라 등락하는 구조입니다. VIX지수는 공포지수로, 미국 주식시장 불안정성이 높아질 때 상승합니다.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하고 있는 터라 투자하기에 적합한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VIX ETN 거래 전에 위험고지 확인 및 거래신청서를 등록했다. (사진 = 고은빛 기자)](https://img.hankyung.com/photo/201811/01.18347430.1.jpg)
국내에서 VIX ETN을 거래할 수 있는 증권사는 신한금융투자 삼성증권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총 4곳입니다. 그 중 NH투자증권의 QV S&P500 VIX S/T 선물 ETN을 선택했습니다. 상대적으로 거래량이 풍부해보였습니다. 매수와 매도가 수월하겠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지난달 25일 매수에 들어갔습니다. QV S&P500 VIX S/T ETN은 지난달 18일부터 23일까지 매일 상승했습니다. 이 기간 상승률만 15.84%에 달했습니다. 제가 매수하려는 날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첫 주문을 1만8215원에 54주로 냈지만 체결되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주가는 1만9000원대까지 쭉 올라가 있었죠. 매수단가를 1만9550원으로 한 차례 고친 뒤에도 체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럴 때 정말 심장이 쫄깃해집니다. 얼른 매수하지 않으면 주식이 그새 더 오를 것 같은 기분이랄까요. 매수단가를 1만9645원으로 쓱 고치고 수량도 50주로 바꿨습니다. 바로 체결됐다는 푸시가 왔습니다.
![10월29일 매매 4거래일 만에 수익률 최고치를 기록했다. (자료 = 고은빛 기자)](https://img.hankyung.com/photo/201811/01.18347572.1.jpg)
하지만 행복한 상상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11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주식시장의 심리가 살아나기 시작했는데요. 10월30일과 31일 코스피는 오랜만에 상승세를 보이면서 2000선 탈환에 성공했습니다. 그러다 11월2일 급기야 3.53% 급등했습니다. 바로 이 때였습니다. 제 계좌에 파란불을 보이게 된 게 말이죠.
여기에 호재는 이어졌습니다. 트럼프와 시진핑 중국 주석이 전화통화로 무역 문제를 논의했다는 소식이 나왔습니다. 1일 -0.43% 하락 마감했던 VIX ETN은 2일에만 -7.03%나 빠졌습니다. 플러스 수익에서 -7만3000원 손실로 확 돌아섰습니다. 전날 뉴욕증시에서도 VIX지수는 8.86%나 하락한 19.35를 기록했습니다.
미국과 중국은 언제 싸웠냐는 듯 곧바로 화해모드로 들어갔습니다. G20 정상회담에 미국과 중국이 만날 것이라는 소식이 이어졌습니다. 제 ETN 계좌엔 악재가 더해진 꼴이였습니다. 시장에선 무역갈등이 해소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걸로 받아들였습니다.
5일 잠시 다시 회복하는 듯 싶었지만 여전히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이어갔습니다. 역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었습니다. 11월8일 VIX ETN은 1만6340원까지 쭉 빠졌습니다. 6일부터 3일 내내 하락세를 이어갔습니다. 8일엔 -5.88%로 추락했습니다. 전날 VIX지수를 찾아보니 그래도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VIX지수는 17.83% 급락한 16.36이었습니다.
![11월9일 VIX ETN 수익률이 최저치를 기록했다. (자료 = 고은빛 기자)](https://img.hankyung.com/photo/201811/01.18348522.1.jpg)
그 사이 코스피도 2092.40(16일 종가)까지 회복했습니다. 원금회복을 기다리기엔 너무 오래걸릴 것 같다는 판단에 지난 16일 장중에 매도를 눌렀습니다. 이번 투자 수익률은 -4.86%. 5만2520원의 수업료를 냈습니다.
그나마 좋았던(?) 건 지난번 해외주식 투자(총 -5.27%)보다 손실률이 줄었다는 점일까요. 이렇게 조금씩 손실을 줄이면서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가는 것 아닐까요.
주식은 역시 타이밍이었습니다. '내가 팔면 오른다'는 말은 이번 투자에도 딱 들어맞는 말이었습니다. 지난 23일까지 QV S&P500 VIX S/T 선물 ETN은 1만966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그래도 제가 사들인 가격보다는 낮다는 점을 위안으로 삼아야겠습니다.
![총 23일 간의 VIX ETN 투자성적표. 5만2520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자료 = 고은빛 기자)](https://img.hankyung.com/photo/201811/01.18348548.1.jpg)
끝으로 VIX ETN 활용팁을 전하며 이번 GO투자를 마무리하겠습니다. VIX 지수를 보면서 투자에 들어가기 보다는 투자심리를 중요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조언입니다. VIX 선물 ETN은 VIX 선물을 기초자산으로 삼고 있어 한 달 이후에 결제할 상품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VIX지수가 급등했을 때 매수하는 타이밍은 맞지만, VIX지수의 상승 폭과 동일하게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투자심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품인 만큼 변동성을 보이는 시장보단 패닉장과 같은 급락장에 수익을 내기에 용이하다는 판단입니다. 미중 무역분쟁 등 각종 외부요인으로 주가가 조정을 받을 때 수익을 소폭 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는 조언입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의 코멘트입니다.
"VIX지수와 VIX선물 사이엔 시간차가 존재합니다. VIX지수가 많이 급등하면 진정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기면서 VIX선물 ETN이 약간 덜 오를 수 있습니다. VIX 지수가 급등했을 때 투자하는 것은 괜찮지만, 현재 시장의 하락추세가 지속될 지를 지켜봐야 합니다. 주식시장의 기술적 반등 가능성이 높으면 VIX ETN은 덜 상승하기 때문입니다. 개인투자자들은 VIX ETN은 급락장에서도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품으로 보면서 투자 기간을 짧게 잡는 것이 대응하기에 용이합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