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필하모닉, 베토벤 '합창 교향곡'으로 송구영신 의미 되새긴다
한경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4악장으로 송년음악회 피날레를 장식한다.

한경필하모닉은 다음달 5일 오후 8시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한경필하모닉 송년음악회-오페라 아리아와 환희의 송가’를 연다. 파가니니 바이올린 협주곡부터 오페라 아리아, 합창 교향곡 4악장으로 이어지는 연말 클래식의 성찬을 차린다. 지난 9월 한경필 음악감독 임기를 마친 금난새 지휘자를 대신해 풍부한 음악 해석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여성지휘자 여자경이 객원으로 한경필을 이끈다.

247명이 만드는 ‘합창’의 감동

합창 교향곡은 4성부의 독창과 혼성 합창이 기악과 결합된 최초의 교향곡이다. 많은 인원을 동원해야 하고 기악과 성악의 조화를 이뤄야 하기 때문에 평소 자주 무대에 오르진 않았다. ‘환희의 송가’라는 합창곡 제목처럼 연말에 한 해를 보내는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에서 주로 연주된다. 여자경 지휘자는 “합창 교향곡 4악장에선 인생에 대한 긍정과 부정이 서로 묻고 답하며 기쁨을 맞이한다”며 “한 해 동안 수고한 스스로를 격려하고 새해를 기쁘게 열자는 뜻에서 마지막 레퍼토리로 잡았다”고 말했다.

이 곡 연주에는 66명의 한경필 단원, 소프라노 오은경, 메조소프라노 최승현, 테너 이영화, 베이스 김일훈 등 4명의 솔리스트, 175명의 합창단원 등 총 247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원이 참여한다. 이번 공연을 위해 특별히 꾸려진 한경시민합창단은 지난해(141명)보다 34명 늘어나 웅장함을 더한다.

스칼라오페라합창단(50명), 광림교회남성성가단(50명), 김포시립여성합창단(39명), 소망교회할렐루야찬양대(36명) 등이 화음을 만들 예정이다. 이 가운데 소망교회할렐루야찬양대는 여자경이 직접 지휘하고 있는 합창단이다. 한경필 관계자는 “국내 많은 아마추어 합창단 가운데 베토벤의 합창을 매끄럽게 소화할 수 있는 합창단으로 선발했다”고 말했다.

나얍 출신 성악가의 아리아 선율

음악회는 니콜로 파가니니가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 2번 3악장 ‘라 캄파넬라(작은 종)’로 포문을 연다. 1811년 낭만파 시기에 작곡된 라 캄파넬라는 바이올린 기교의 극치라고 불릴 정도로 난도가 높은 곡이다. 루마니아 발리스 드바리오나스 국제콩쿠르와 러시아 다비드 오이스트라흐 국제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하며 국제 무대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는 차세대 바이올리니스트 홍유진이 협연한다.

솔리스트들의 다채로운 오페라 아리아 무대도 이어진다. 세련되고 기교 있는 목소리의 소프라노 오은경 세종대 교수가 로시니의 ‘세빌리아의 이발사’ 중 ‘방금 그 노랫소리는’을 부른다. 다음으로 큰 체격에 묵직한 중저음이 매력인 베이스 김일훈이 같은 ‘세빌리아의 이발사’ 중 ‘험담은 바람을 타고’를 열창한다. 지난 9월 나얍(뉴욕인터내셔널오페라프로젝트) 코리아 오디션 당시 극찬을 받으며 뉴욕시티오페라 등 6개 참가 극장으로부터 모두 계약 대상자가 된 그는 지난달 열린 한경가족음악회에서 이 곡을 불러 뜨거운 박수 갈채를 받았다.

이어 테너 이영화가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 중 ‘남몰래 흘리는 눈물’을, 메조소프라노 최승현이 비제의 ‘카르멘’ 중 ‘하바네라’를 부른다. 오페라 아리아의 마지막은 우리 전통 가락을 소프라노 오은경과 테너 이영화의 목소리로 듣는 특별한 무대로 꾸몄다. 현제명이 작곡해 1950년 초연한 전통 창작오페라 ‘춘향전’ 중 이몽룡과 춘향이 사랑을 주고받는 대목인 ‘사랑가’다.

여자경 지휘자는 “베토벤의 합창은 물론 국내외 음악 팬이 두루 사랑하는 익숙하면서도 달콤한 아리아 곡들을 골랐다”며 “따스한 연말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