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최종판결과 동일한 효력
뉴욕협약 따라 156개국서 보장
소송 대체수단으로 떠올라
BBQ-bhc 등 중재로 분쟁 해결
삼성重-SK해운도 중재 따르기로
조정·알선 건수도 매년 증가
계약서에 중재 조건 다는 추세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지난 5월 SK해운과 영국 런던중재원에 180억원 규모의 중재를 신청했다. 3월 삼성중공업이 SK해운에 인도한 17만4000㎥급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에 일부 결함이 발견돼 양측 간 분쟁이 발생한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화물을 운송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SK해운은 심각한 기술적 문제라며 화물 선적을 중단했고 180억원의 비용을 들여 대체 선박을 투입했다. 양측은 소송대신 중재 결과를 따르기로 합의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보통 회사 간 분쟁 발생 시 빠른 결과를 얻기 위해 법원 소송보다 중재로 해결하고 있다”며 “거의 모든 거래 계약서에 ‘분쟁 발생 시 중재를 통해 해결한다’는 조건을 다는 추세”라고 말했다. 앞서 삼성중공업과 서해안 지방자치단체들은 2007년 기름유출 사고에 따른 지역발전기금 2900억원 배분 문제를 작년 7월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로 해결한 바 있다.
기업들, 소송 대신 중재·조정 선호
중재란 당사자 간 분쟁을 법원 재판 대신 중재인의 판정을 통해 해결하는 것을 말한다. 오현석 대한상사중재원 기획관리본부장은 “중재는 ‘단심제’인 데다 평균 6개월 내 결론 나기 때문에 최종 판결에 5년 이상 걸리는 소송(3심제)보다 시간을 대폭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중재 결과는 최종 판결과 동일한 법적 효과(불복 및 추가 소송 불가)를 지닌다. ‘뉴욕협약’에 따라 세계 156개국에서 중재 결과가 보장된다. 국가별로 상대국 판결을 인정하지 않는 사례가 많은 소송보다 ‘법률 리스크’가 적다.
비용 측면에서도 소송보다 유리하다. 대한상사중재원에 따르면 1억원 이상 분쟁 발생 시 중재비용은 79만원으로 소송비용(236만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특히 중재는 변호사 대리원칙이 적용되지 않아 변호사 선임비용도 아낄 수 있다.
기업들의 중재를 통한 분쟁 해결 사례도 늘고 있다. 2015년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인 BBQ와 bhc 간 분쟁, 2014년 현대건설과 쿠웨이트 국영 석유회사인 KOC 간 분쟁도 소송이 아니라 중재로 해답을 구했다.
이 밖에 경기 용인시와 캐나다 봄바르디어 간 경전철 사업 분쟁, 포스코ICT와 히타치 간 철도 인프라사업 분쟁, 현대건설과 두산중공업 간 배열회수보일러(HRSG) 납품 분쟁, 맥쿼리와 국토교통부 간 분쟁 등도 모두 중재를 거쳤다.
중재인이 당사자 간 합의를 유도해 재판상 화해의 효력을 갖는 ‘조정’과 대한상사중재원 직원이 소액 분쟁 합의를 이끄는 ‘알선’도 인기를 끌고 있다. 두 제도 역시 절차가 유연하고 비용이 저렴하며 짧은 시간에 해결할 수 있어 당사자 간 얼굴을 붉히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대한상사중재원에 따르면 중재 및 조정 신청 건수는 2016년 1214건에서 지난해 1613건으로 32.8% 증가했다. 알선 신청도 같은 기간 890건에서 1101건으로 23.7% 늘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