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 무효소송에서 승소
승진보다 개인생활 우선
'워커홀릭' 기존 문화와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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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변호사는 2011년부터 태평양에서 월급을 받는 ‘어쏘 변호사’(보통 입사 10년 이하)로 일하다가 2016년 6월 해고 통보를 받았다. 회사는 전문가로서의 품위 훼손, 복무규정 위반 등을 이유로 들었다. A 변호사가 동료 변호사와 사내 메신저로 선후배 변호사, 비서들의 험담을 주고받은 일화도 영향을 미쳤다. 태평양 측은 법원에서 이씨가 연락 없이 재판에 나타나지 않거나 의견서 제출 기한을 어기는 일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근무 태도가 불량하다는 얘기였다.
A 변호사는 “해고 사유가 정당하지 않으며 징계 절차가 위법했다”며 소송을 냈고 1·2심에서 모두 이겼다. 재판부는 “업무용 메신저로 조직원을 비난하는 등의 행위에는 책임을 묻는 게 필요해 보이지만 피고가 제시한 징계 사유만으로 해고하는 것은 과하다”고 밝혔다. 메신저를 통한 험담이 외부에 알려질 것을 염두에 두고 일부러 한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판결이 확정되면서 태평양은 A 변호사에게 밀린 임금 등으로 2억3000만원을 물어줬다.
법조계에서는 태평양 판결이 이례적이지만 요즘 대형 로펌과 어쏘 변호사의 관계를 고스란히 드러낸 사례라고 평가했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겠다는 어쏘 변호사가 늘어나고 있지만 로펌들은 제대로 일을 하지 않는데도 정규직이어서 해고가 쉽지 않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며 “새로운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양측에서 많아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