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유류세 인하는 지속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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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수준인 국내 油價
세금 비중 지나치게 높은 탓
유류는 민생 필수재
유류세율 절반 수준으로 낮춰
'에너지 빈곤' 해소해야"
최기련 < 아주대 명예교수·에너지경제학 >
세금 비중 지나치게 높은 탓
유류는 민생 필수재
유류세율 절반 수준으로 낮춰
'에너지 빈곤' 해소해야"
최기련 < 아주대 명예교수·에너지경제학 >
에너지경제학에서는 ‘포획(捕獲)된 소비자의 무력함’이 위기의 근원이라고 가르친다. ‘시장실패’보다 더 무서운 ‘정부실패’를 조장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나라 경우가 그렇다. 소비자는 왜곡된 정보로 인해 에너지를 비싼 값에라도 쓸 수 있는 것을 감사해하는 지경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공식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석유 소비자가격은 지난 4년 동안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올 2분기 실질구매력 기준 휘발유 가격 역시 마찬가지다. 환율이나 구매력지수(purchasing power parity) 기준 가격 모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2배나 된다.
한국의 휘발유 소비자가격은 왜 이렇게 높을까? 판매가격의 절반을 넘는 세금 때문이다. 정부는 이달 초부터 유류세를 6개월 한시적으로 15% 내렸다. 그러면서도 유가 하락 시에는 재고하겠다고 했다. 정부 발표로는 유류세 인하분이 모두 소비자가격에 반영되면 휘발유는 리터(L)당 128원, 경유 87원, LPG는 30원 정도 내릴 것이라고 한다. 소비자가격 기준 최대 7% 수준 인하다.
그러나 이 정도는 시쳇말로 내린 것도 아닐 수 있다. 석유 생산이나 유통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은 정부가 소비자가격의 절반을 징세비용 ‘제로(0)’인 간접세 형태로 거둔다. 지난해 정부가 거둔 유류세 수입은 약 29조원으로 국세 수입 중 11.3%를 차지했다. 네 번째로 많은 세금 항목이다. 월 30만원대 에너지비용을 지출하면 서울의 고가 아파트를 보유했을 때와 맞먹는 세금을 낸다는 소리도 있다.
그런데도 왜 소비자 불만이 크게 없는가? 포획된 소비자들이 체념하기 때문이다. 지난 세월 우리는 에너지절약을 위해 고(高)가격 유지가 필요하다는 단순논리에 압도돼 가격 수준 논의 자체를 체념했다. 유류가 사치재에서 민생 필수재로 변했어도, 높은 가격만이 소비 감축 요인이 아니라는 사실이 입증됐어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젠 유류세 부과의 정당성을 따져봐야 할 때다.
원론적인 유류세 부과 근거는 석유라는 ‘고갈성 자원’ 생산 과정이 유발하는 ‘초과이윤’을 국가가 일부 흡수해 자원위기 등 시장실패를 보완하는 데 있다. 엄격한 의미에서는 산유국 정부만이 부과할 수 있는 목적세다. 그러나 산유국이 아니더라도 대부분 국가가 유류세를 부과한다. 가격 탄력성이 낮은 석유시장 특성을 세수 증대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런 유류세는 효율적 해외 자원투자와 대체에너지 개발, 공해 절감 등 다양한 시장실패의 보완이 가능한 경우에만 그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 수립 이후 유류세 제도를 운영해온 우리나라의 대체에너지 개발 실적은 매우 부진하다. 작년 대체에너지(수력 포함) 비중은 전체 에너지의 2.4% 정도다. 최근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은 의욕 과잉이라 또 다른 시장실패의 전초라는 의견이 많다. 우리 힘에 의한 석유 자주 공급률도 5% 이하이고, 여기에 집계가 불가능할 정도로 수십조원의 해외 투자 손실이 누증되고 있다. 이는 유례없는 정부실패의 전형이다.
또 유류세 수입은 주로 교통세, 일반회계 등에 배정돼 기술 개발이나 환경 개선 등 유류세 고유목적 투자는 크지 않다. 정치적 의미를 가진 지역 도로 건설 등에 더 많이 투입되고 있다. 이에 반해 빈곤층일수록 과다 에너지비용 지출로 더 빈곤해지는 에너지 빈곤 현상 방지에는 시늉만 낸다. 에너지비용 지출이 소득의 10% 이상인 에너지빈곤 가구가 전체의 8%에 이른다.
이젠 우리나라 석유가격정책 구성논리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우선, 현재 OECD 평균의 2배 수준인 휘발유와 1.2배 수준인 등유 등의 실질가격을 OECD 평균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 그러려면 유류세율을 최대 절반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 물론 부가가치세 등 조정이 불가능한 세목과 연구개발(R&D) 투자 등을 위한 일부 증액 수요를 감안한다면 전체 세율은 지금보다 30% 정도 영구히 낮출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유류세를 목적세가 아니라 일종의 ‘횡재(橫財)세금(windfall tax)’으로 간주하고 그 배분 과정에 참여하는 ‘힘센’ 이해당사자들을 배제해야 한다. 그래야만 공정경제, 포용경제가 이뤄진다.
한국의 휘발유 소비자가격은 왜 이렇게 높을까? 판매가격의 절반을 넘는 세금 때문이다. 정부는 이달 초부터 유류세를 6개월 한시적으로 15% 내렸다. 그러면서도 유가 하락 시에는 재고하겠다고 했다. 정부 발표로는 유류세 인하분이 모두 소비자가격에 반영되면 휘발유는 리터(L)당 128원, 경유 87원, LPG는 30원 정도 내릴 것이라고 한다. 소비자가격 기준 최대 7% 수준 인하다.
그러나 이 정도는 시쳇말로 내린 것도 아닐 수 있다. 석유 생산이나 유통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은 정부가 소비자가격의 절반을 징세비용 ‘제로(0)’인 간접세 형태로 거둔다. 지난해 정부가 거둔 유류세 수입은 약 29조원으로 국세 수입 중 11.3%를 차지했다. 네 번째로 많은 세금 항목이다. 월 30만원대 에너지비용을 지출하면 서울의 고가 아파트를 보유했을 때와 맞먹는 세금을 낸다는 소리도 있다.
그런데도 왜 소비자 불만이 크게 없는가? 포획된 소비자들이 체념하기 때문이다. 지난 세월 우리는 에너지절약을 위해 고(高)가격 유지가 필요하다는 단순논리에 압도돼 가격 수준 논의 자체를 체념했다. 유류가 사치재에서 민생 필수재로 변했어도, 높은 가격만이 소비 감축 요인이 아니라는 사실이 입증됐어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젠 유류세 부과의 정당성을 따져봐야 할 때다.
원론적인 유류세 부과 근거는 석유라는 ‘고갈성 자원’ 생산 과정이 유발하는 ‘초과이윤’을 국가가 일부 흡수해 자원위기 등 시장실패를 보완하는 데 있다. 엄격한 의미에서는 산유국 정부만이 부과할 수 있는 목적세다. 그러나 산유국이 아니더라도 대부분 국가가 유류세를 부과한다. 가격 탄력성이 낮은 석유시장 특성을 세수 증대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런 유류세는 효율적 해외 자원투자와 대체에너지 개발, 공해 절감 등 다양한 시장실패의 보완이 가능한 경우에만 그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 수립 이후 유류세 제도를 운영해온 우리나라의 대체에너지 개발 실적은 매우 부진하다. 작년 대체에너지(수력 포함) 비중은 전체 에너지의 2.4% 정도다. 최근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은 의욕 과잉이라 또 다른 시장실패의 전초라는 의견이 많다. 우리 힘에 의한 석유 자주 공급률도 5% 이하이고, 여기에 집계가 불가능할 정도로 수십조원의 해외 투자 손실이 누증되고 있다. 이는 유례없는 정부실패의 전형이다.
또 유류세 수입은 주로 교통세, 일반회계 등에 배정돼 기술 개발이나 환경 개선 등 유류세 고유목적 투자는 크지 않다. 정치적 의미를 가진 지역 도로 건설 등에 더 많이 투입되고 있다. 이에 반해 빈곤층일수록 과다 에너지비용 지출로 더 빈곤해지는 에너지 빈곤 현상 방지에는 시늉만 낸다. 에너지비용 지출이 소득의 10% 이상인 에너지빈곤 가구가 전체의 8%에 이른다.
이젠 우리나라 석유가격정책 구성논리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우선, 현재 OECD 평균의 2배 수준인 휘발유와 1.2배 수준인 등유 등의 실질가격을 OECD 평균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 그러려면 유류세율을 최대 절반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 물론 부가가치세 등 조정이 불가능한 세목과 연구개발(R&D) 투자 등을 위한 일부 증액 수요를 감안한다면 전체 세율은 지금보다 30% 정도 영구히 낮출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유류세를 목적세가 아니라 일종의 ‘횡재(橫財)세금(windfall tax)’으로 간주하고 그 배분 과정에 참여하는 ‘힘센’ 이해당사자들을 배제해야 한다. 그래야만 공정경제, 포용경제가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