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내부논의 속도낼까…靑, '대통령 직접개입'엔 부정적
문대통령, 당대표 때부터 대선 때까지 '권역별 비례대표제' 꾸준히 약속
개헌문제 접근법과 달리 청와대의 태도 '소극적'이란 지적받을 수


문재인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하는 길에 선거제 개혁 지향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청와대는 그러나 문 대통령의 이런 지향과 별개로, 선거제 개혁은 대통령 아닌 국회의 의제이므로 국회 논의를 지켜본다는 자세로 견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라도 최근 들어 보인 소극적 태도에서 벗어나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중심의 선거제 개혁 논의 과정에 탄력을 붙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선거제 개혁 지향 다시 보인 문대통령…靑은 "국회서 논의"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28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문 대통령이 의지가 강하다.

어제도 제가 (문 대통령 환송을 위해) 공항에 나갔는데, 문 대통령이 이번에 꼭 선거제 개편을 해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에도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의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해왔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 시절인 2014년 10월에는 당 비대위 회의에서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가 초래하는 지역구도를 완화하고 약화하는 지역 대표성 보완을 위해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또 민주당 대표 시절인 2015년에는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선거구 획정 문제로 난항을 겪자 최고위원회의 발언에서 "시급히 타결해야 할 선결과제는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도입"이라며 '선 권역별 비례대표 도입, 후 선거구 획정 기준 마련'을 제안했다.

지난해 대선 때에는 공약으로 '국회의원 선거에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을 내걸었고, 지난 3월 문 대통령이 발의한 정부 개헌안에는 '국회의 의석은 투표자의 의사에 비례해 배분돼야 한다'라는 내용을 담았다.

가깝게는 지난 1일 국회 시정연설에 앞서 여야 5당 대표·원내대표와 환담하면서도 "선거제도 개혁은 19대 국회 때 중앙선관위에서 객관적, 중립적 안을 제시했다"며 이를 기본으로 논의하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최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부정적 시각을 드러내며 "대통령이 국정과제에서 제시한 것도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라고 했지만, 문 대통령이 그동안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언급할 때에는 대부분 정당득표율에 일치하는 의석배분 방식인 '연동형'을 의미한 것으로 해석돼 온 것이 사실이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2015년 중앙선관위 안 역시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분류된다.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 3당이 대통령에게 담판 회동을 요청하는 등 문 대통령의 직접 결단을 촉구하는 배경에는 이런 과거의 발언들이 주는 기대감이 깔려있다.

문 대통령이 그만큼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앞장서서 민주당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끌어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바람이다.

이런 시점에서 문 대통령이 출국 직전 '선거제 개혁 의지'를 강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를 계기로 민주당 내부 논의가 촉진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선거제 개혁 지향 다시 보인 문대통령…靑은 "국회서 논의"
하지만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이 문제에 직접 관여하는 것에 대해선 여전히 부정적이다.

선거제 개혁은 입법부인 국회 구성 및 국회의원 선출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현재 단계에서 문 대통령이 개입하는 것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 청와대의 인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비례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의 선거제 개혁에 대한 의지는 분명하다"면서도, '청와대에서 논의에 참여할 계획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지금은 국회에서 논의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역시 지난 26일 브리핑에서 "선거제 개혁과 관련해서는 민주당이 중심이 돼 야당과 협의할 것으로 본다"며 "현재 단계에서 청와대가 의견을 내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지난 8월 여야 5당 원내대표 초청 오찬에서 "선거제 개편은 여야 합의로 결정되는 것이고 대통령이 주도할 사안은 아니라 대통령이 너무 입장을 강하게 내면 혹시라도 국회에서 자유롭게 논의하는 데 장애가 될까 봐 망설여졌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과거 개헌안 논의가 국회에서 가로막히자 자체적으로 '정부 개헌안'을 발의한 것과 비교하면, 선거제 개편 이슈에선 민주당과 국회에만 책임을 지우며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뒤따를 수 있는 대목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