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 개혁] ① 20대 국회 '역사적 사명'…여야는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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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지역주의 기치서 비례성 강화 요구 발현…촛불 통해 정치적 명분 확보
민주 후퇴 속 한국 소극적…의원정수 확대 불가론에 논의는 '외통수'
선거제도 개혁이 제20대 국회의 '역사적 사명'이라는 말은 유효하다.
국민의 비례성과 대표성을 높이는 이른바 '민심 그대로'의 선거제도 개혁이 번번이 좌초한 것은 그 대의명분을 떠받칠 동력이 여의도 정치권에 늘 부족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촛불 광장에서 분출한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이 아직 살아있을 때야말로 여당은 정권교체의 기회를 얻은 책임감으로, 야당은 차기 총선에서의 심판에 대한 두려움으로 각각 정치개혁에 공동보조를 맞출 호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국회 논의는 초입부터 장애물을 만났다.
정당 득표와 의석 배분을 어떻게 '연동'할지를 두고 여당과 야 3당이 극심하게 대립하는 프레임이 형성되면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차원의 협상이 본궤도에 오르기 전부터 짙은 암운이 드리운 것이다. ◇ 선거제도 개혁의 뿌리는 '지역주의 해체' 요구
한국의 비례대표제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5공화국 시절 여당이 안정적인 국회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 기형적으로 구성한 '전국구' 제도로 시작됐다.
그러나 1987년 총선부터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을 따로 투표하는 1인 2표제가 도입되면서 이 제도는 심각한 투표 가치의 불평등성을 일부 완화하는 기제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정당 득표율과 의석 점유율의 간극은 매우 컸다.
예를 들어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42.8%의 정당 득표율로 50.7%, 민주통합당은 36.5%의 득표율로 42.3%의 의석을 각각 차지한 데 비해 통합진보당은 10.3%의 득표율을 올리고도 4.3%의 의석밖에 가지지 못했다.
20대 총선에선 의원정수와 선거제도를 유지하면서 지역구만 253석으로 더 늘려 비례성을 오히려 약화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계열의 정당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 집권 시기부터 일찍이 굳어진 지역주의를 해체하기 위한 개혁안으로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해왔다.
호남에서 자당이 새로 얻는 의석보다 영남에서 민주당이 가져가는 의석이 더 많다는 보수정당의 반발에 부딪혀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민주당은 최근까지도 이 같은 기조를 일관되게 유지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4월 대선 후보로서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에 출석해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비례성이 제대로 반영되도록 선거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19대 대선 공약집에서도 "소외당하는 국민이 없도록 선거제도를 개편하겠다"면서 "국회 구성의 비례성을 강화하고 지역 편중을 완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은 과거 민주당이 '연동형'이라는 말을 공식으로 사용한 적이 없다고 강조하지만, 문 대통령의 '제대로'라는 말은 정당 득표가 의석수로 고스란히 반영되는 100% 연동형 선거제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된 것이 사실이다.
민주당이 말을 바꿨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그래서다. ◇ 촛불 민심이 정당성 부여한 선거제도 개혁의 방향
선거 결과의 비례성과 안정성은 대립하는 가치다.
비례성 강화 후 소수정당이 제 목소리를 내는 현실의 다당제하에서는 어떤 정당도 의석의 과반을 차지하기 어려워 연정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데, 정치적 경험이 결여된 연정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혼란이 야기되며 안정성이 무너질 수 있는 것이다.
그 연장선에서 비례성과 대표성을 최고 수준으로 높일 수 있는 방식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강력한 대통령제보다 여러 정당이 수시로 뭉치고 흩어질 수 있는 의원내각제와 더 어울린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한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비례대표를 늘려야 하는 것도 아니다.
미국과 영국에는 비례대표 제도가 아예 없지만, 전통적인 정치 구조의 특성으로 이해될 뿐 '민심 안 그대로'의 후진적인 시스템으로 비하되지 않는다.
그러나 촛불 광장에서 국정농단을 심판하고 사실상의 직접 민주주의를 구현한 시민은 자신들의 의사가 있는 그대로 정책과 입법에 반영되는 선거제도를 원했다.
이 시민들의 힘을 등에 업고 조기 대선을 통해 9년 만의 정권교체를 이룬 문재인정부는 민심 그대로의 선거제도 개혁을 새로운 국가의 틀을 만들기 위한 과제로 거듭 약속해야 했다.
진보정당이 원내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줄곧 요구했고, 민주당이 지역주의 타파를 명분으로 호응해온 선거의 비례성 강화가 비로소 민주적 정당성을 띤 목표로 부상한 셈이다.
이를 반영하듯 문 대통령은 작년 11월 1일 시정연설에서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선거제도 개편이 여야 합의로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20대 국회 전반기에도 선거제도 개혁의 호기가 한 차례 있었다.
개헌 논의의 일환으로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제'의 부작용을 완화하는 권력 구조 개편을 구상하면서 선거제도 개혁도 함께 테이블에 오른 것이다.
개헌의 문은 여지없이 닫혔지만, 다행스럽게 정치개혁의 문은 아직 열려 있다.
촛불 광장의 정치적 에너지가 아직 사그라지지 않았고, 거대 양당의 한 축인 한국당이 현행 선거제도를 유지하면 참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야 4당이 공조해 집권 여당을 압박할 수 있는 환경이 그 문을 여는 손잡이다. ◇ 민주·한국당이 내민 '외통수'
정의당 노회찬 전 원내대표는 지난 6월 20일 세 번째 원내대표 연임을 기념해 여야 4당 지도부 집무실을 순회하면서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데 애를 썼다.
바로 그날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개헌 성사를 위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수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전향적 태도를 보이면서 선거제도 개혁 논의에도 새로운 국면이 펼쳐지는 듯했다.
정의당에서 노 전 원내대표와 선거제도 개혁 요구의 쌍두마차 역할을 해온 심상정 의원이 공동교섭단체 결성의 유산으로 정개특위 위원장 자리를 맡아 변화의 전망은 장밋빛을 더했다.
그러나 이내 거대 양당의 벽에 부딪힌 모양새가 됐다.
우선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최근 비공개 석상에서 "지금 논의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따르면 1당은 비례대표를 많이 가지기 어렵다"며 난색을 보였고, 아예 "우리 당의 당론은 없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7일 해외 순방을 떠나면서 공항에서 만난 홍영표 원내대표에게 "선거제도 개편을 이번에 꼭 해야 한다"고 밝혔으나, 이는 '여야 합의'를 강조하며 국회로 공을 넘긴 문 대통령의 기존 입장과 다름없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개특위 활동 시한이 불과 한 달여 남은 것을 고려할 때 이는 앞서 문 대통령이 지난 3월 정부 개헌안을 직접 발의, 여야 개헌 논의를 압박한 전례와 비교할 때 다분히 소극적인 태도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편 한국당은 의원정수 확대 불가론을 고리로 선거제도 개혁 논의를 원천봉쇄하고 있다.
국회의원 수를 더 늘리는 안에 국민이 동의하기 어렵다는 명분을 든다.
실상은 비례성을 높이기 위해 비례대표를 늘리면 전체 의원 수가 늘 수밖에 없고, 거기다 정수를 현행 300명으로 고정하면 비례대표가 늘어난 만큼 지역구 의원을 줄이는 수밖에 없는데, 기존 지역구 의원들이 이런 안에 찬성할 리 만무하다는 점에서 일종의 '외통수'다.
민주당도 국민 여론을 이유로 한국당의 논리의 동조하지만, 지역구 의원이 전체 의석이 85%에 달하는 구조에서 의원정수를 고정하고 비례성만 크게 높이자는 얘기는 사실상 모순이나 다름없다.
정개특위 관계자는 2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이 선거제도 개혁의 호기라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면 어느 때나 늘 말로는 호기 아닌 때가 없었다"며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민주 후퇴 속 한국 소극적…의원정수 확대 불가론에 논의는 '외통수'
선거제도 개혁이 제20대 국회의 '역사적 사명'이라는 말은 유효하다.
국민의 비례성과 대표성을 높이는 이른바 '민심 그대로'의 선거제도 개혁이 번번이 좌초한 것은 그 대의명분을 떠받칠 동력이 여의도 정치권에 늘 부족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촛불 광장에서 분출한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이 아직 살아있을 때야말로 여당은 정권교체의 기회를 얻은 책임감으로, 야당은 차기 총선에서의 심판에 대한 두려움으로 각각 정치개혁에 공동보조를 맞출 호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국회 논의는 초입부터 장애물을 만났다.
정당 득표와 의석 배분을 어떻게 '연동'할지를 두고 여당과 야 3당이 극심하게 대립하는 프레임이 형성되면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차원의 협상이 본궤도에 오르기 전부터 짙은 암운이 드리운 것이다. ◇ 선거제도 개혁의 뿌리는 '지역주의 해체' 요구
한국의 비례대표제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5공화국 시절 여당이 안정적인 국회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 기형적으로 구성한 '전국구' 제도로 시작됐다.
그러나 1987년 총선부터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을 따로 투표하는 1인 2표제가 도입되면서 이 제도는 심각한 투표 가치의 불평등성을 일부 완화하는 기제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정당 득표율과 의석 점유율의 간극은 매우 컸다.
예를 들어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42.8%의 정당 득표율로 50.7%, 민주통합당은 36.5%의 득표율로 42.3%의 의석을 각각 차지한 데 비해 통합진보당은 10.3%의 득표율을 올리고도 4.3%의 의석밖에 가지지 못했다.
20대 총선에선 의원정수와 선거제도를 유지하면서 지역구만 253석으로 더 늘려 비례성을 오히려 약화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계열의 정당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 집권 시기부터 일찍이 굳어진 지역주의를 해체하기 위한 개혁안으로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해왔다.
호남에서 자당이 새로 얻는 의석보다 영남에서 민주당이 가져가는 의석이 더 많다는 보수정당의 반발에 부딪혀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민주당은 최근까지도 이 같은 기조를 일관되게 유지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4월 대선 후보로서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에 출석해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비례성이 제대로 반영되도록 선거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19대 대선 공약집에서도 "소외당하는 국민이 없도록 선거제도를 개편하겠다"면서 "국회 구성의 비례성을 강화하고 지역 편중을 완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은 과거 민주당이 '연동형'이라는 말을 공식으로 사용한 적이 없다고 강조하지만, 문 대통령의 '제대로'라는 말은 정당 득표가 의석수로 고스란히 반영되는 100% 연동형 선거제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된 것이 사실이다.
민주당이 말을 바꿨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그래서다. ◇ 촛불 민심이 정당성 부여한 선거제도 개혁의 방향
선거 결과의 비례성과 안정성은 대립하는 가치다.
비례성 강화 후 소수정당이 제 목소리를 내는 현실의 다당제하에서는 어떤 정당도 의석의 과반을 차지하기 어려워 연정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데, 정치적 경험이 결여된 연정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혼란이 야기되며 안정성이 무너질 수 있는 것이다.
그 연장선에서 비례성과 대표성을 최고 수준으로 높일 수 있는 방식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강력한 대통령제보다 여러 정당이 수시로 뭉치고 흩어질 수 있는 의원내각제와 더 어울린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한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비례대표를 늘려야 하는 것도 아니다.
미국과 영국에는 비례대표 제도가 아예 없지만, 전통적인 정치 구조의 특성으로 이해될 뿐 '민심 안 그대로'의 후진적인 시스템으로 비하되지 않는다.
그러나 촛불 광장에서 국정농단을 심판하고 사실상의 직접 민주주의를 구현한 시민은 자신들의 의사가 있는 그대로 정책과 입법에 반영되는 선거제도를 원했다.
이 시민들의 힘을 등에 업고 조기 대선을 통해 9년 만의 정권교체를 이룬 문재인정부는 민심 그대로의 선거제도 개혁을 새로운 국가의 틀을 만들기 위한 과제로 거듭 약속해야 했다.
진보정당이 원내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줄곧 요구했고, 민주당이 지역주의 타파를 명분으로 호응해온 선거의 비례성 강화가 비로소 민주적 정당성을 띤 목표로 부상한 셈이다.
이를 반영하듯 문 대통령은 작년 11월 1일 시정연설에서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선거제도 개편이 여야 합의로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20대 국회 전반기에도 선거제도 개혁의 호기가 한 차례 있었다.
개헌 논의의 일환으로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제'의 부작용을 완화하는 권력 구조 개편을 구상하면서 선거제도 개혁도 함께 테이블에 오른 것이다.
개헌의 문은 여지없이 닫혔지만, 다행스럽게 정치개혁의 문은 아직 열려 있다.
촛불 광장의 정치적 에너지가 아직 사그라지지 않았고, 거대 양당의 한 축인 한국당이 현행 선거제도를 유지하면 참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야 4당이 공조해 집권 여당을 압박할 수 있는 환경이 그 문을 여는 손잡이다. ◇ 민주·한국당이 내민 '외통수'
정의당 노회찬 전 원내대표는 지난 6월 20일 세 번째 원내대표 연임을 기념해 여야 4당 지도부 집무실을 순회하면서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데 애를 썼다.
바로 그날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개헌 성사를 위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수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전향적 태도를 보이면서 선거제도 개혁 논의에도 새로운 국면이 펼쳐지는 듯했다.
정의당에서 노 전 원내대표와 선거제도 개혁 요구의 쌍두마차 역할을 해온 심상정 의원이 공동교섭단체 결성의 유산으로 정개특위 위원장 자리를 맡아 변화의 전망은 장밋빛을 더했다.
그러나 이내 거대 양당의 벽에 부딪힌 모양새가 됐다.
우선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최근 비공개 석상에서 "지금 논의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따르면 1당은 비례대표를 많이 가지기 어렵다"며 난색을 보였고, 아예 "우리 당의 당론은 없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7일 해외 순방을 떠나면서 공항에서 만난 홍영표 원내대표에게 "선거제도 개편을 이번에 꼭 해야 한다"고 밝혔으나, 이는 '여야 합의'를 강조하며 국회로 공을 넘긴 문 대통령의 기존 입장과 다름없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개특위 활동 시한이 불과 한 달여 남은 것을 고려할 때 이는 앞서 문 대통령이 지난 3월 정부 개헌안을 직접 발의, 여야 개헌 논의를 압박한 전례와 비교할 때 다분히 소극적인 태도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편 한국당은 의원정수 확대 불가론을 고리로 선거제도 개혁 논의를 원천봉쇄하고 있다.
국회의원 수를 더 늘리는 안에 국민이 동의하기 어렵다는 명분을 든다.
실상은 비례성을 높이기 위해 비례대표를 늘리면 전체 의원 수가 늘 수밖에 없고, 거기다 정수를 현행 300명으로 고정하면 비례대표가 늘어난 만큼 지역구 의원을 줄이는 수밖에 없는데, 기존 지역구 의원들이 이런 안에 찬성할 리 만무하다는 점에서 일종의 '외통수'다.
민주당도 국민 여론을 이유로 한국당의 논리의 동조하지만, 지역구 의원이 전체 의석이 85%에 달하는 구조에서 의원정수를 고정하고 비례성만 크게 높이자는 얘기는 사실상 모순이나 다름없다.
정개특위 관계자는 2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이 선거제도 개혁의 호기라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면 어느 때나 늘 말로는 호기 아닌 때가 없었다"며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