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잇단 금리인상은 미래 불황에 선제적 대응조치"
한국은 경제학을 공부한 지식인이 유독 많은 나라다. 그런데 정책에 대한 목소리는 왜 잘 들리지 않는 것일까. 지식인의 진실된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에 나온 책이 있다. 이근 류덕현 외 32명이 쓴 《2019 한국경제 대전망》(21세기북스)이다. 경제학자들이 힘을 모아서 국내외 경제 환경에 대한 전망과 평가를 담았다. 내년 세계 경제 전망과 미·중 갈등 및 경제 리스크, 복지와 성장, 한반도 평화, 국내 주요 이슈 등 모두 7개 주제로 잘 정리했다. 경제 전문가들이 저마다 맡고 있는 분야의 글을 썼기에 통일된 견해를 찾기는 힘들다. 일부 정치적 편향성이 뚜렷하거나 관변 단체 출신 전문가 글에서는 지적 편향성과 현 경제정책을 무리하게 옹호하는 모습도 보인다. 독자들은 옥석을 잘 구분해서 읽는 지혜가 필요하다.

"美 잇단 금리인상은 미래 불황에 선제적 대응조치"
여러 글 중 설득력 있는 주장을 중심으로 몇 가지를 정리한다. 먼저 “2018년 6월 발표된 미국 중앙은행의 계획표에 따르면 2020년까지 여섯 차례의 추가 금리 인상이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는 대목이 눈에 들어온다. 금리 인상을 미국 정책 당국자들이 미래의 불황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정지 작업이라고 간주하고 있다.

본격적인 고금리 시대에 진입하면 한국 경제에는 별문제가 없을까. 저자들은 대체로 위기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하지만 다른 견해를 밝히는 저자도 있다. 책에 따르면 전세금을 가계부채에 포함하면 2017년을 기준으로 한국의 가계부채는 2201조원에 달한다. 이 수치는 최근 한국은행이 추계한 2000조원과 비슷하다. 저자들은 “우리나라의 가계 부채 총량은 지난 20년간에 걸쳐 급격히 누적돼 이미 세계 최상위 수준에 다다랐음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한 걸음 나아가 이 같은 가계 부채 누적에는 지난 20여 년간 지속돼온 정부의 경기 부양정책이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 같은 위태로운 상태는 그만큼 외부 충격에 우리 경제가 취약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책에서는 소득주도성장이 현 정부의 상징적인 정책이기 때문에 이를 접거나 변경하는 일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 그럼에도 상황이 악화되면 정책 철회가 불가피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앞으로 경기 동향이나 일자리 상황 등이 계속 여의치 못할 경우 혁신성장 정책에 대한 요구는 증대될 수밖에 없고 정부로서도 시장의 요구에 무심하지 못할 것”이라는 대목이다. 완곡어법을 사용했지만 새해에 정부가 일관되게 주장해온 긍정적인 정책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밖에 영국 신기술 전문연구기관 리싱크X가 발표한 ‘리싱크교통 2020-2030’의 파격적인 주장이 눈길을 끈다. 2030년 미국의 자가용 수가 지금의 80%로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때는 교통의 95%가 온디맨드(on-demand: 원하는 시간에 물건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기 때문이다. 넓은 시각에서 국내외 경제 상황과 과제를 점검해보려는 독자에게 권하는 책이다.

공병호 < 공병호연구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