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성향 변호사들로 구성된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이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한변은 29일 “법치의 최후 보루인 법원이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 바닥을 알 수 없는 신뢰와 권위의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면서 “검찰 수사나 국회 탄핵을 방편으로 사법부 독립을 찾겠다는 황당한 처사로 국민적 조롱을 받고, 심지어 출근길 테러까지 당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법부 독립과 법치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신(新) 사법농단’ 행위에 대해 김 대법원장이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한변은 사법부 신뢰 위기의 단초를 김 대법원장이 처음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특별조사단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형사범죄를 구성할 사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고 대법관이나 법원장 및 고등부장판사 등이 검찰 수사를 반대했는 데도 김 대법원장은 특정 성향의 법관 기류에 편승해 ‘검찰이 수사하면 적극 협조하겠다’는 말로 사실상 검찰을 불러들였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김 대법원장이 수사 확대를 방관하고 묵인하고 있다”며 “검찰은 수십 명의 법관들을 소환 조사하고 확정되지 않은 혐의사실을 언론에 흘려 사법부는 이미 만신창이가 되었고 법관들이 받고 있는 치욕은 인내의 한계를 넘어섰다”고 주장했다.

성명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13일 사법부 70주년 법원 행사에 나와 “사법농단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라”고 하자, 김 대법원장은 즉석에서 “수사에 더욱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화답해 사법부 독립을 부정하고 영장재판을 담당하는 법관들을 압박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번 사태가 대통령의 뜻을 대법원장이 실행하고 있는 것임을 짐작케 했다는 게 한변 변호사들의 생각이다.

김 대법원장이 최근 동료 법관 탄핵을 결의한 법관대표회의 대표들을 만찬에 초대해 그들을 질책하기는커녕 오히려 격려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변은 “현 정부와 김 대법원장이 사법부를 이렇게까지 난도질하고 자해하는 의도나 목적이 무엇일까 주목된다”며 “사법부의 이념판을 현 정권 이념방향으로 바꾸려는 것 외에 다른 것이 없을 것이라 본다”고 해석했다. 특히 “사법부 독립과 법치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헌법위반 행위에 해당한다 할 것이므로 정작 탄핵사유는 법관대표회의가 지목하는 그 법관들이 아니라 김 대법원장에게 있다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변은 150여명의 변호사가 소속된 국내 최대 보수성향 변호사단체로 탈북자 인권을 위한 활동을 주로 해왔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