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선 부장판사 "가석방 불가능한 종신형 도입에 사회적 논의 필요"

부장판사가 전북 군산주점 방화범에 무기징역을 선고하며 '종신형 도입'을 거론해 눈길을 끈다.

전주지법 군산지원 제1형사부 이기선 부장판사는 29일 주점에 불을 질러 34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현주건조물방화치사 등)로 기소된 선원 이 모(55)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며 종신형을 언급했다.
판사가 무기징역 선고하며 '종신형' 언급한 까닭은
이 판사는 검사 출신이다.

그는 "사형은 인간의 생명 자체를 영원히 박탈하는 냉엄한 궁극의 형벌로서 문명국가의 이성적인 사법제도가 상정할 수 있는 극히 예외적인 형벌이라는 점을 참작할 때, 사형 선고는 범행 책임 정도와 형벌 목적에 비춰 그것이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인정할 만한 객관적 사정이 분명히 있는 경우에만 허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판결 중 '종신형'에 대한 소신을 나타냈다.

이 판사는 "검찰의 사형 구형에 수긍되지만, 우리나라는 20년 이상 집행이 없어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고 앞으로도 집행 현실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현실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반인륜 범죄에 엄중한 책임을 묻고 우리 사회와 그 구성원의 안전을 확보함과 동시에 인간 생명이라는 존엄한 가치를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선 우리 사회가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는 원칙을 천명할 필요가 있는 점 등에 비춰보면 '가석방이 불가능한 종신형 도입'에 대한 진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고 보인다"고 강조했다.

현재 무기징역 피고인은 감형과 가석방 대상이 될 수 있어 '사회로부터의 완벽한 격리'로 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30일 23명의 사형을 집행한 뒤 이후 20년 넘게 사형집행을 하지 않고 있다.

국제사면위원회 기준에 따라 10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실질적 사형제 폐지 국가'로 분류된다.

현재 국내 교정시설에 수용된 미집행 사형수는 61명(군인 4명 포함)으로, 국제사회는 한국 정부에 지속해서 사형제 폐지를 권고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달 세계사형폐지의 날을 맞아 일반 국민 1천명을 대상으로 한 국민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종신형 도입 시 10명 중 7명꼴로 사형제 폐지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여론의 무게추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기울었지만, 종신형 역시 신체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위헌이란 의견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