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호주 북서쪽 필바라 지역의 필간구라 광산. 30여m 높이의 컨베이어 벨트 끝에서 은백색 가루가 쉴 새 없이 떨어졌다. 리튬을 뽑아낼 수 있는 리튬정광(불순물을 제거한 광석)이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여서 ‘백색 석유’라고 불린다. 리튬의 세계 수요는 지난해 25만t에서 2025년 71만t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여의도 162배' 광산서 리튬 캐는 포스코
포스코는 2020년부터 이 광산에서 매년 최대 24만t의 리튬정광(리튬 3만t을 생산할 수 있는 양)을 공급받아 2021년부터 리튬을 생산할 계획이다. 여의도의 162배(470㎢) 규모인 이 광산의 리튬 매장량은 252만t(탄산리튬 기준)으로 호주 그린부시스 광산(417만t)에 이어 세계 2위다.

리튬사업은 포스코가 2009년부터 준비한 숙원 사업이다. 2010년 포스코는 염호(소금호수)에서 리튬을 채취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후 칠레와 아르헨티나 염호에서 리튬 시험 생산에 성공했다. 2016년에는 전남 광양제철소에 리튬을 생산하는 시험 공장도 지었다.

포스코는 필간구라 광산을 소유한 필바라미네랄스와 합작법인을 세우고 2020년 연산 3만t 이상의 탄산·수산화리튬 공장을 전남 율촌산업단지에 지을 예정이다. 여기서 만든 리튬을 양극재를 생산하는 포스코ESM과 국내 2차전지 업체에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포스코가 합작기업의 지분 70%와 운영권을, 필바라미네랄스는 지분 30%를 갖는다.

업계에서는 포스코가 안정적인 원료 공급원을 확보하고 리튬 사업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포스코는 지난 8월 호주 자원개발업체 갤럭시리소스와 아르헨티나 리튬 염호에 대한 광권 매매 계약도 맺었다. 이 염호는 1만7500㏊ 규모로 서울 면적의 약 30%에 달한다. 20년간 매년 2만5000t의 리튬을 생산할 수 있는 염수를 보유하고 있다. 광산과 염호를 합치면 포스코는 연 5만5000t가량의 리튬을 생산할 수 있는 원료를 확보하게 된다. 전기차 110만~120만 대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필바라=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