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30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지만 주식시장은 예상보다 충격이 크지 않았다. 예상했던 결과인 데다 일회성 인상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까닭이다. 시장은 오히려 이번 주말 열리는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예상된 기준금리 인상…증시 큰 충격은 없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17.24포인트(0.82%) 내린 2096.86에 마감했다.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관망세가 뚜렷해졌다는 분석이다. 양국 정상은 주요 20개국(G20) 회의 기간인 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에서 만난다. 박희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중 무역분쟁이 완화될지 여부가 국내외 증시에 가장 큰 관심사”라고 말했다. 양국이 관세 부과 확대를 보류하고 합의를 위한 의견을 조율 중이라는 긍정적인 소식과 강경파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이 정상회담에 배석하기로 했다는 부정적인 소식이 동시에 전해져 이날 시장 참여자들은 몸을 사렸다. 골드만삭스는 회담 이후에도 갈등이 계속 고조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국내 증시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한국은행이 내년 경기 전망을 하향 조정한 것을 보면 금리 동결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더 중요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상 수혜주로 알려진 은행주가 이날 하락한 것이 눈에 띄었다. 하나금융지주(-2.84%), KB금융(-2.68%), 신한지주(-2.25%) 등이 2% 넘게 떨어졌다. 오태동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은행을 금리 수혜주라고 부르는 이유는 보통 금리 인상기가 경기가 좋을 때라 대출 증가와 대출 금리 상승이 함께 이뤄지기 때문”이라며 “지금처럼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은행주의 수혜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했다. 대출 금리가 소폭 오름세지만 경기 둔화 전망에 시장 금리가 하락하고 있어 순이자마진(NIM) 개선도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지난 2월 연 2.32%까지 올랐으나 현재 연 1.9%대로 내려왔다. 금리가 추세적으로 오르기 힘든 만큼 배당주의 상대적인 매력도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날 아모레퍼시픽(3.60%), 호텔신라(3.11%), 한국콜마(2.70%), 신세계(2.46%) 등 중국 소비 관련주는 강세를 보였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중국 씨트립 사이트에 한국 단체관광 상품이 등록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한령 완화 기대가 커졌다”고 말했다.

임근호/강영연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