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 JB금융 회장이 그룹의 혁신과 미래를 위해 용퇴를 선언했다.

김 회장은 30일 JB금융 이사회에서 “2013년부터 6년간 회장을 맡아 JB금융을 크게 성장시켰다는 호평을 받고 있는 지금이 후배들에게 길을 터줄 때라고 생각한다”며 “3연임에 도전하지 않고 임기인 내년 3월 말까지만 회장직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JB금융 이사회는 이날부터 차기 회장 선출 방식 등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JB금융은 내년 초 김 회장의 후임으로 새로운 회장을 선임할 예정이다.
김한 JB금융 회장 용퇴 결정…"박수 받을 때 떠나겠다"
김 회장의 용퇴는 최근 급변하는 금융환경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 다양한 핀테크(금융기술)가 은행의 미래 전략 핵심분야로 떠오른 만큼 새로운 인물이 JB금융그룹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김 회장은 “2010년 전북은행장으로 취임한 뒤 거둔 업적들은 함께 노력해준 임직원의 노고와 협조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일생 최고의 시간을 만들어준 임직원들께 고맙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JB금융이 디지털화를 통해 새로운 도약을 앞둔 지금은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한 적기”라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JB금융 최대주주인 삼양그룹의 김연수 창업주의 손자이자 김상협 전 국무총리의 장남이다. 그는 2009년 자산 7조2309억원 규모였던 전북은행을 9년 만에 자산 47조1691억원 수준의 JB금융그룹으로 성장시켰다. 2010년 전북은행장에 취임한 김 회장은 2013년 JB금융을 출범시키며 회장에 오른 뒤 2016년 한 차례 연임했다. 그는 우리캐피탈과 더커자산운용, 광주은행을 차례로 인수하며 JB금융그룹을 5개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 금융그룹으로 성장시켰다. 금융계는 메리츠증권 대표를 지낸 김 회장의 투자은행(IB) 노하우가 인수전 때마다 빛을 발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김 회장은 2016년엔 캄보디아 프놈펜상업은행(PPCB)을 인수하며 글로벌 수익 발굴에도 나섰다. 이외에도 JB금융은 광주은행을 통해 중국 우시시에, JB우리캐피탈을 통해 미얀마와 베트남, 캄보디아에 거점을 두고 있다. 그는 지방금융그룹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적극적으로 수도권에 진출했다.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각각 16곳, 31곳의 지점을 두고 있다. 김 회장의 경영전략은 수익 개선으로 이어졌다. JB금융의 순이익은 2009년 529억원에서 올 들어 9월 말까지 2855억원으로 5.4배나 커졌다.

김 회장은 이날 임직원들에게 “집안 사람 가운데 유일하게 고향으로 내려왔다”며 “사심 없이 회사를 키우지 못하면 집안 전체가 고향에서 오명을 쓴다는 각오로 절실하게 일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박수를 받으며 JB금융을 떠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김 회장의 용퇴에 따라 JB금융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연임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임용택 전북은행장과 송종욱 광주은행장도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JB금융의 한 관계자는 “광주은행에서도 자행 출신 행장이 배출됐는데 전북은행 창립 50주년이 되는 내년에는 전북은행에서도 자행 출신 행장이 나와야 하지 않느냐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