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16년 ‘향후 60년 동안 54조원 규모의 원전 운영권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던 내용에 대해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핵심 운영권 중 하나인 장기정비계약(LTMA)의 경우 내년 상반기 국제 경쟁입찰에 부쳐질 예정인 데다 ‘60년 매출’ 추정도 비현실적이란 이유에서다.

정부가 당시 ‘60년 운영권 확보’를 강조했던 1차 배경은 한국전력과 UAE 원자력공사(ENEC) 간 합작사 설립이다. 한전은 총 9억달러를 투자해 UAE 아부다비에 원전 운영회사인 나와(Nawah)를 세웠다. 한전이 확보한 지분율은 18%다. 이후 임원 두 명을 포함해 여러 명의 직원을 파견해왔다. 정부 관계자는 “한전이 공동 운영하는 나와를 통해 매년 수조원의 매출을 올릴 텐데, 이를 원전 설계수명인 60년으로 연장해보면 54조원 정도 매출을 올리는 것이 가능하다”며 “지분율만큼만 평가를 받아도 그렇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분율을 바탕으로 60년간의 매출을 추정하는 건 맞지 않다는 게 회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분 구조 및 사업환경 변화에 따라 매출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서다. 총 4기(5600㎿) 규모인 UAE 바라카 원전은 2022년께 완공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한전 지분투자는 UAE 측에서 적극 요구했던 사항인 만큼 UAE에서 나중에라도 우리 지분 축소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바라카 원전의 장기서비스계약(LTSA)이 최근 프랑스 EDF로 넘어간 데 이어 장기정비계약 역시 경쟁입찰로 진행될 예정인 만큼 ‘60년 운영권 확보’란 표현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국이 보유한 원전 운영권은 운영지원계약(OSSA)뿐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이 2016년 7월 ENEC 측과 계약을 맺었다. 한수원이 10년간 3000여 명의 전문인력을 파견하는 게 골자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원전 운영권은 크게 보면 운영지원과 장기정비”라며 “이 중 부가가치가 높은 장기정비계약을 놓치면 핵심 운영권을 상실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