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탈(脫)원전 정책 폐기를 요구하는 글이 650개 이상 올라온 가운데 야당이 탈원전을 국민투표로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정부와 여당은 “국민투표로 탈원전 정책을 폐기한 대만과 한국은 사정이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野 "脫원전 정책 국민투표로 결정하자"…靑 국민청원도 2만건 육박
박맹우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은 3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에너지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탈원전 정책을 (국민투표를 통해) 바로잡을 용의가 있는지, (대통령에게) 건의할 용의가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정유섭 한국당 의원은 전날 주요 에너지 정책을 바꿀 때 공론화 과정을 거치고 필요하면 국민투표에 부치도록 하는 내용의 ‘에너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성 장관은 “대만은 10년 내 원전 제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소통 부족으로 생긴 일이고 저희는 더 착실하게 추진하고 있어 특별히 (국민투표를 대통령에게) 건의할 용의가 없다”고 답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만 국민투표는 2025년까지 원전을 폐기한다는 연한을 삭제한 것일 뿐”이라며 “2082년까지 탈원전을 하는 우리와 시간적 격차가 엄청나게 많다”고 했다. 그러자 최연혜 한국당 의원은 “온 국민이 탈원전에 반대해서 (국민투표를) 못한다고 인정하라”고 했고, 정운천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번에 (탈원전에 대한) 공론화를 하고 그다음 국민투표까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까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탈원전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한 글이 650개 넘게 올라와 있다. 이 중 ‘탈원전 정책 취소 국민투표 제안’이란 글에는 1만8000명 이상이 동의했다.

원전 건설 중단으로 경제적 피해가 예상되는 경북 지역에서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이 탈원전 국민투표를 제안하고 나섰다. 전찬걸 울진군수는 “사업이 중단된 신한울원전 3·4호기를 건설하지 않으면 국민투표나 여론조사를 통해 국민 의사를 물어볼 것을 정부에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체코 원전 세일즈는 이율배반적”이라며 “탈원전 정책에 대한 국민투표를 정부에 건의할 용의도 있다”고 했다.

한국원자력학회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8~9일 시행한 여론조사를 보면 향후 원전 비중을 확대 또는 유지해야 한다는 답변이 전체의 67.9%로 축소해야 한다는 응답(28.5%)보다 많았다. 국책 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최근 “탈원전 정책에 대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