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1년 만의 금리인상으로 기준금리가 연 1.75%로 높아졌다. 투자·소비 부진, 재고 급증 등 불황신호가 쌓이는 와중에 ‘돈줄 죄기’에 나선 격이어서, 한은으로서는 그 어느 때보다 고심이 컸을 것이다. 금리를 올리기도, 내리기도 힘든 딜레마에서 벗어났지만, 어떤 결과를 낼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융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경기회복도 중요하지만, 금융시장의 불균형 조정이 더 시급했다는 판단이다. 결과적으로 금리인상을 통해 통화정책을 ‘경기 대책’의 종속변수에서 탈출시킨 셈이 됐다. 가계부채가 지난 9월 말 1500조원을 넘어서며 우리 경제의 새 뇌관으로 떠오른 상황임을 감안하면 금통위의 이번 결정은 적잖은 의미를 지닌다.

기왕 인상할 것이었다면 더 빨랐어야 한다는 지적은 불가피하다. 가계부채나 한·미 금리역전 등 불균형 심화는 예측가능했던 만큼 악영향을 최소화하는 선제적 대응이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가계부채가 크게 불어난 상황에서 한발 늦은 금리인상은 내수시장을 더 위축시킬 위험성을 높이게 된다. 안정기조인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을 확대할 수도 있다. 커진 경제규모와 높은 대외개방도를 고려할 때 통화정책도 글로벌 시장과 보조를 맞춰야 할 것이다. 국내외 경기의 동반하락세가 뚜렷해진 상황에서, 유사시 완화적 통화정책의 여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속도감 있는 금리정책이 필요하다.

한은이 시장참가자들과 충분히 교감하고 있는지도 돌아봐야 할 것이다. 이 총재는 “잠재성장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성장세를 보이고, 물가도 목표수준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을 금리 인상의 한 근거로 제시했다. “위기가 깊어지고 있다”는 국내외 많은 전문가들의 경고와는 온도 차가 느껴진다. 코너에 몰려 떠밀리듯 금리정책이 표류하고 있다는 말을 더는 듣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