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결위 활동 종료 후 '여야3당 비공식 회의체' 가동
법정시한 2일 처리는 불가능…3일 처리 가능성도 거론
2014년 국회선진화법 시행 후 시한 준수는 단 한 차례뿐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 또 넘기는 국회…여야 '네 탓' 공방
국회가 헌법을 위반해 내년도 예산안 처리의 법정시한을 넘기는 부끄러운 기록을 또다시 남기게 됐다.

국회 선진화법으로 불리는 개정 국회법에 따라 예산안 자동부의 제도가 도입된 이후에도 국회가 법정시한을 엄격하게 준수한 것은 제도 도입 원년인 2014년 단 한 차례뿐이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여야 3당은 1일 각 당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와 정책위의장 등으로 구성된 비공식 회의체에서 예산심사를 마저 진행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예결위 활동이 국회법에 따라 11월 30일 자정을 기해 종료됐고, 이와 동시에 예산안과 부수법안이 본회의에 자동부의되면서 남은 심사를 마칠 주체가 사라진 데 따른 임시방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회의체는 공식 국회 기구가 아니기 때문에 회의 내용도 공문서인 속기록으로 남지 않는다.

470조5천억원에 달하는 나라 살림이 조정되는 과정을 검증할 수단이 없어진 셈이다.

막바지 예산심사가 '밀실 졸속 심사'로 이뤄지게 됐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를 놓고 여당인 민주당은 '야당이 의도적으로 밀실심사를 유도했다'고 비판하고, 제1야당인 한국당은 '여당이 정부 원안 고수를 위해 의도적으로 국회를 패싱했다'고 주장하며 '네 탓' 공방에 한창이다.

예결위 예산소위는 활동이 종료되는 전날 자정을 불과 3분 남기고 1차 감액심사를 겨우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 입장이 엇갈리는 쟁점 예산에 대한 감액심사와 전체 증액심사가 여전히 남아있다.

문제는 헌법상 예산안 처리시한(12월 2일)이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헌법 54조 2항은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예산안을) 의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여야 3당 예결위 간사들이 남은 예산심사에 속도를 낸다고 해도 하루 만에 모든 작업을 마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일각에서 '오는 3일 본회의에서의 예산안 처리'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이 역시 불투명해 보인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불가피하게 하루 이틀 늦어질지 모른다"고 말했고,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도 "며칠이 될지 모른다"고 언급하는 등 이미 법정시한 초과를 기정사실로 하는 분위기다.

불행히도 국회가 헌법을 위반해 예산안 처리의 법정시한을 넘기는 일은 매년 반복됐다.

2002년 이후 한 해도 빠짐없이 법정시한을 넘겨온 국회는 급기야 2013년도 예산안을 2013년 1월 1일 오전 6시 5분에 통과시키는 오점을 남겼다.

2014년도 예산안도 2년 연속 해를 넘겨 2014년 1월 1일 오전 5시 17분에야 처리했다.

2014년부터는 예산안 자동부의 제도를 규정한 국회 선진화법이 시행됐으나, 국회가 법정시한을 준수한 것은 12월 2일 오후 10시 12분에 2015년도 예산안을 처리한 제도 도입 첫해뿐이었다.

2015년에는 12월 3일 오전 0시 48분, 2016년에는 오전 3시 37분 등으로 2일 자정을 넘겼고, 지난해에는 다시 나흘을 지각한 12월 6일 오전 0시 37분에야 예산안을 처리했다.

2014년 이래 예산안 처리 시점이 매년 조금씩 뒤로 밀린 것을 알 수 있다.

국회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2015∼2016년에는 12월 2일까지 여야 합의를 마쳐 사실상 시한을 준수했으나, 작년에는 시한을 훌쩍 넘기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며 "올해도 국회가 이런 구태를 반복할 것 같아 우려된다"고 말했다.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 또 넘기는 국회…여야 '네 탓' 공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