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페스 오브라도르는 이날 멕시코시티에 있는 하원에서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 등 국내외 귀빈이 참석한 가운데 취임 선서를 했다.
임기는 6년이다.
취임식에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비롯해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이방카 트럼프 미 백악관 선임 보좌관,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 등도 참석했다.
멕시코가 89년간의 보수 우파 집권에서 중도 좌파로 정권을 교체하는 가운데 암로는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그는 "신임 행정부는 수십 년간 신자유주의 정부가 남긴 재앙스러운 유산을 뒤집을 것"이라며 "지금부터 질서정연하고 평화로운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멕시코의 재탄생을 막는 부패와 면책을 끝낼 것이므로 그 변화는 깊고 근본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암로는 지난 7월 멕시코 대선에서 모레나(MORENA·국가재건운동), 노동자당(PT) 등 중도좌파 정당으로 이뤄진 '함께 역사를 만들어 갑시다' 연대의 통합 후보로 나서 53.2%를 득표하는 압승을 거두며 당선됐다.
이는 멕시코에 만연한 부패, 폭력, 빈곤, 불평등에 대한 국민의 심판으로 평가됐다.
멕시코에서는 1929년 제도혁명당(PRI) 창당 이후 89년간 우파 보수 성향 PRI와 국민행동당(PAN)이 장기집권했다.
PRI는 77년간, PAN은 2000년부터 2012년까지 12년간 각각 집권했다.
2006년, 2012년에 이어 세 번째로 대권에 도전한 암로는 1976년 정계에 진출한 뒤 42년간 정치 외길을 걸어온 베테랑 정치인으로, 민족 우선주의 성향과 거침없는 언사로 '멕시코의 좌파 트럼프'로 비유되곤 한다.
암로 앞에는 여러 난제가 널려 있다.
우선 마약범죄로 인한 살인과 폭력으로 점철된 치안 불안을 해소해야 하는 난제를 풀어야 한다.
멕시코에서는 2006년부터 마약 갱단과의 전쟁에 군이 투입된 이후 20만 명 이상이 숨졌다.
살인은 최근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멕시코 당국에 보고된 살인사건은 전년보다 18.91% 늘어난 2만5천339건으로,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1997년 이후 연간 기준으로 가장 많았다.
암로가 미국과의 관계를 수평적으로 재정립하겠다고 공언한 터라 무역, 이민, 국경장벽 등을 놓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어떤 관계를 형성할지도 주목된다.
당장 미국 정착을 희망하며 미 국경과 접한 티후아나로 몰려든 6천여 명의 중미 이민자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지난달 30일 미국, 캐나다, 멕시코 정상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ㆍ나프타)을 대체하려고 공식 서명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nited States Mexico Canada Agreement·USMCA)은 순탄한 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새 무역협정이 시행되려면 의회 비준을 받아야 하는 가운데 여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서다.
암로는 USMCA에 대해 지지 입장을 피력했다.
시장은 암로의 취임 이후 보수 우파 집권 시절 유지된 친시장주의 경제 토대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지 주목하고 있다.
암로는 지난 10월 자체적으로 시행한 국민투표 결과에 따라 취임 후 3분의 1가량 건설이 진행된 멕시코시티 신공항 건설을 취소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재계와 시장의 우려를 사기도 했다.
암로는 지난달 자신이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마야 열차와 타바스코 주 정유공장 건설 등 10가지 사업을 국민투표에 부쳐 우호적인 여론을 확보했다.
마야열차는 캉쿤을 출발해 툴룸과 고대 마야문명 도시 유적인 팔렝케를 연결하는 사업이다.
암로는 소박하고 투명한 정부를 표방해왔다.
그는 자신의 대선 공약이었던 월급 삭감 등 대통령 면책특권 폐지, 대통령 전용기 매각, 공공치안부 복원, 임기 중반 대통령 신임투표 실시, 교육개혁, 미국산 헬리콥터 구매취소 등을 이행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취임 후 호화로운 대통령 관저 대신 자택에서 살겠다고 예고했다.
대통령궁을 공공행사에 사용하고 토요일에는 일반 대중에게 공개하기로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