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트럼프 대통령, 부시 추모하며 정치적 차이 잠시 접어" 평가
트럼프, 부시 세금정책 조롱…부시, 2016년 대선때 힐러리 편들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타계한 조지 H.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에게 각별한 애도의 뜻을 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차이를 잠시 접어두고 부시 전 대통령을 추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일 AP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별세한 부시 전 대통령을 포함한 부시 일가와 정치적으로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웠던 일화들을 소개하며 이같이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시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5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지정하고 이날 워싱턴 국가성당에서 열리는 장례식에 참석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부시 전 대통령의 유해 운구를 위해 텍사스로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을 보내겠다고 밝혔다.

AP는 이와 관련해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이 상징했던 많은 것을 조롱하는 데 수년의 세월을 보냈던 트럼프 대통령이 부시 전 대통령을 기리기 위해 정치와 기질상의 많은 차이점을 잠시 유보했다"고 보도했다.

부시 전 대통령의 타계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우아한 언사를 구사하고 있지만 그가 항상 부시가(家)에 친절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시 전 대통령의 차남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주지사와 2016년 공화당 대통령 예비선거에서 맞붙었는데, 당시 그는 별세한 부시 전 대통령의 장남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트럼프, 정중히 추모했지만…'아버지 부시'와는 정치적 악연
2015년에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하지 않은 것은 또 한명의 부시 대통령"이라며 "후보자 시절 부시는 '새로운 세금은 없다'고 약속했지만 재임 중 스스로 이를 뒤집었다"고 빈정댔다.

이는 '아버지 부시'가 대통령 후보 수락 당시 "제 입술을 보세요.

더 이상의 세금은 없습니다"라고 말하고는 당선 후 세금 인상을 결정한 것을 비꼰 것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입성 이후에도 부시 일가에 대한 비판을 이어감으로써 "오벌 오피스(미국 대통령 집무실) 주인들이 지켜온 작은 동지애의 불문율을 산산조각냈다"고 통신은 평가했다.

별세한 부시 전 대통령 역시 트럼프 대통령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2016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지인들에게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의 아들 조지 W. 부시 대통령 부부도 이 선거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의 어느 대통령 후보에게도 표를 던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국장(國葬)으로 치러질 부시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 참석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올해 4월 열린 부시 전 대통령의 부인 바버라 부시 여사의 장례식에 불참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바버라 여사에 대해 "미국인 삶의 거인이자, 그녀의 존재와 성품은 미국인의 정체성에 새겨져 있다"고 애도하면서도 '보안 강화로 인한 혼란을 피하겠다'며 장례식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트럼프, 정중히 추모했지만…'아버지 부시'와는 정치적 악연
트럼프 대통령은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부시 일가에 대한 과거의 비판에 후회가 없느냐'는 질문에 대답하기를 거부했다.

다만 그는 부시 전 대통령의 타계를 두고 자신의 정상회의 참석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일각에서는 자극적이고 거친 언사로 논란을 몰고 다니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G20 정상회의를 비교적 조용히 넘긴 것을 두고 부시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 차원에서 자중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AP는 "부시 전 대통령이 공직에서 물러난 이후의 사반세기는 그가 속한 공화당이 철저한 실용주의와 국제협력에서 점차 멀어져 온 시기였으며, 트럼프의 당선으로 결국 이 같은 공화당의 오랜 원칙은 극적인 단절을 맞이하게 됐다"고 논평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