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시장 변화 읽어내는 기술사업화가 필요하다
우리 정부와 민간 기업이 기술개발에 들이는 노력은 각별하다. 한국이 한 해 동안 연구개발(R&D)에 투입하는 금액은 2016년 기준(697억달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5위 수준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비용 비중(4.23%)도 1위인 이스라엘(4.25%)을 바짝 뒤쫓고 있다. 국가 R&D 지원으로 개발되는 기술은 연간 3만5000여 건에 달한다. 매년 초 블룸버그가 발표하는 국가별 혁신지수 평가에서 한국은 스웨덴, 싱가포르, 독일 등 기술선진국을 제치고 5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이런 외형적인 발전에도 요즘 한국에선 제조업 경쟁력 저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만 간다. 국가 R&D 결과물을 수만 건 생산하고도 정작 이를 제품화해 기업 성장과 신산업 창출로 연결시키는 과정은 제대로 신경 쓰지 않아 실질적인 제조 경쟁력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술사업화에 대한 국가적 관심과 지원이 없지는 않았다. 정부는 2000년 기술이전촉진법을 제정해 기술 이전과 사업화 촉진을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2005년에는 중소기업에 사업화 자금을 지원하는 ‘사업화연계기술개발사업(R&BD·research and business development)’도 시작했다. 제품화에 필요한 후속 R&D와 특허 관리, 자금 유치 등을 연계해 지원하는 사업이다.

정부가 R&BD를 지원하면서 기술사업화의 중요성을 확산시킨 결과 R&D 단계에서 시장 개척 전략까지 고려하는 기업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기술사업화 지원 패러다임은 이제 더 넓은 단계까지 내다봐야 한다. 시장 변화를 예측하고, 소비자 욕구를 읽어낼 수 있도록 사업화를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글로벌 시장에는 어떻게 진출하고 안착할 것인지, 제품 출시나 판매에 걸림돌이 될 만한 규제는 없는지 등 기술사업화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문제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치밀한 전략을 짜는 게 필요하다.

게다가 지금은 4차 산업혁명 시대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 등 다양한 기반기술이 발달하면서 이전에 없던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할 가능성이 커졌다. 기술혁신을 하려는 기업이 사업화를 추진하다가 예상치 못한 문제로 좌절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선 정부가 보다 세밀하고 종합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이런 지원 방식을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업화’, 이른바 ‘R&SD(research and solution development)’라는 이름으로 정리했다. 제품화·매출 발생 차원을 넘어 산업혁신 생태계를 구축하고, 가치사슬 내 부가가치 창출을 목적으로 기술사업화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사회적 가치 구현을 위한 사회 문제 해결형 기술사업화를 추진하는 한편 미래에 예상되는 규제를 발견·개선해 기술개발 완료와 동시에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R&SD의 방향을 내다볼 수 있는 자리가 오는 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2018 대한민국 기술사업화대전’이다. 기술이전 및 사업화와 관련한 모든 주체가 참여하는 기술사업화 분야의 최대 축제다. 마침 올해는 기술이전촉진법이 제정된 지 20년 되는 해다. 이번 행사가 R&SD의 필요성을 확인하고 기술사업화 종합지원 체계 구축의 묘안을 논의하는 활발한 소통의 장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