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3~4일 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된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박 전 대법관과 고 전 대법관의 신병확보가 불가피하다고 내부 방침을 정했다. 검찰은 헌정 사상 첫 전직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 신중을 기해왔지만 혐의 부인 등 증거인멸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청구로 방향을 굳혔다. 검찰 관계자는 “대법관 대부분 ‘사후 보고받았을 뿐 알지 못했다’거나 ‘불법이 아니다’며 혐의 내용을 부인하는 등 검찰 조사에 협조했던 다른 법원 관계자들과 차이가 있었다”고 말했다. 구속 수감 중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두 전직 대법관의 ‘대질신문’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법관과 고 전 대법관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함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최종책임자 ‘3인방’으로 불리고 있다. 박 전 대법관은 2014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고 전 대법관은 2016년 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법원행정처장을 지내며 양 전 대법원장의 지시를 받아 사법부 행정을 총괄했다.

임 전 차장의 공소장에 따르면 박 전 대법관은 △일제 강제징용 사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처분 사건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사건 △옛 통합진보당 관련 소송 등에 개입해(직권 남용 혐의) 양 전 대법원장과 함께 공범으로 적시됐다. 고 전 대법관은 문모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의 비위를 은폐·축소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