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란히 선 G20 정상들 >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줄 오른쪽 네 번째) 등 각국 정상들이 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막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 나란히 선 G20 정상들 >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줄 오른쪽 네 번째) 등 각국 정상들이 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막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한·미 정상은 지난 1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회담에서 ‘김정은 답방’을 공개 지지했다. 청와대도 “김 위원장은 약속을 꼭 지키는 사람”이라며 북한 수뇌의 첫 서울 방문이 현실화될 것을 예고했다. 관전 포인트는 공을 넘겨받은 북한의 반응이다. 교착 상태에 빠진 미·북 비핵화 협상에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비핵화 협상 ‘불씨’ 살린 한·미 정상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의 여섯 번째 정상회담은 미·북 간 비핵화 협상을 ‘톱 다운’ 방식으로 진전시키기 위한 시도였다.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배석자 없이 진행된 30분간의 단독회담 직후 두 정상은 공동 발표문을 통해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공동의 노력에 추가적인 모멘텀을 제공할 것’이라는 결과를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워싱턴으로 향하는 귀국길에서 기자들에게 “김 위원장과의 2차 정상회담이 1월이나 2월에 열릴 것 같다. 회담 개최지로 세 곳의 장소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트럼프 대통령의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의지는 (이전 정부와) 굉장히 다른 것 같다”며 “우리 정부로서는 좋은 기회를 맞이하고 있고, 향후 트럼프 대통령의 추진력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모두 ‘김정은 답방’이란 카드가 북한 비핵화 협상의 진전을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김정은 답방’에 주목하는 이유

그간 한·미 양국은 북한 비핵화 협상의 동력이 꺼지지 않도록 북측에 꾸준히 협상 신호를 보내왔다. 문 대통령은 ‘9·19 평양선언’에 담긴 ‘김정은 연내 답방’이 이뤄지도록 고위급을 비롯해 각종 실무급 차원에서 물밑협상을 계속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9월 5차 한·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에게 ‘러브콜’을 보내며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곧 열릴 것임을 강조했다.

지난달 8일로 예정됐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간 고위급 회담이 무산된 이후에도 미국은 ‘판’ 자체를 흔드는 일엔 신중을 기했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달 22일 한·미연합 독수리훈련 규모를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북한은 비핵화 협상 재개 요청에 이렇다 할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동안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동창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대 폐기, 미군 유해 송환 등에 대한 대가로 종전선언 및 제제완화를 요구해왔다. 이에 대해 미국이 ‘완전하고 불가역적이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 없이는 제제완화가 없다고 맞서면서 비핵화 협상은 또다시 교착 상태에 빠졌다. ‘김정은 답방’과 관련한 북한의 결단에 한·미 양국이 주목하는 배경이다.

공 넘겨받은 북한 행보에 ‘촉각’

실현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분단 이후 최초로 북한 수뇌가 서울 땅을 밟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김정은 답방’ 지지와 함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전까지는 기존의 대북제재를 유지한다’는 점을 덧붙였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절충적 합의”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이 그동안 국제사회를 향해 대북제재 완화에 방점을 둔 외교전을 펼친 것과 달리 이번에는 제재 유지라는 미국 측 요구를 수용한 모양새여서 이를 김정은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답방 현실화의 핵심 변수라는 분석이다.

김정은이 언제 답방할 것인지도 예단하기 힘들다. 청와대는 이달 13~14일 1박2일 일정으로 북측과 실무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우리 정부가 지난달 중순 김정은에게 12월 답방을 요청했지만, 북한이 “연내는 곤란하다”고 답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미·북 협의가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대북제재 완화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김정은이 답방에 상응하는 대가를 얻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게 이유라는 분석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서울 답방이) 시기적으로는 조금 늦어질 수 있다”며 “(문 대통령의 생각도) 연내에 반드시 (김정은이) 와야겠다는 것은 아니고, 순리대로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동휘/박재원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