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봉석 LG전자 HE사업본부장(사장)과 황정환 융복합사업개발부문장(부사장).
권봉석 LG전자 HE사업본부장(사장)과 황정환 융복합사업개발부문장(부사장).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의 수장을 교체했다. 황정환 부사장이 본부장을 맡은지 불과 1년만이다. 황 부사장은 최고경영자(CEO) 직속 조직인 융복합사업개발부문장에 유임됐다. MC사업본부의 새 사령탑에는 TV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권봉석 HE사업본부장(사장)이 선임됐다.

MC사업본부의 수장이 이렇게 단기간에 바뀐 적은 없었다. 전임인 조준호 사장(LG인화원장)이 2015∼2017년, 박종석 사장(LG이노텍 사장)이 2010년∼2014년, 안승권 사장(LG사이언스파크 사장)이 2007∼2010년까지 최소 3년씩 자리를 지켰다.

1년 전 조 사장의 경우 교체시 "이제서야..."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지만 황 부사장은 "벌써?"라는 시각이 많다. 그도 그럴듯이 조 사장은 2015년 1분기 이후 10분기 연속 적자와 1조원이 넘는 손실을 남겼다. '문책성'이라는 말이 충분히 납득이 됐다.

그러나 황 부사장은 좀 다르다. 그는 MC사업본부의 체질을 개선해가며 점차 성과를 내던 참이었다. 불과 두달 전 “단기간에 흑자로 돌리는건 어렵다. 다만 내년에 준비하는 게 있고 생각한대로 되면 내후년 턴어라운드 달성은 가능하다”며 자신감을 보였던 그였다.

황 부사장이 취임한 후로 MC사업본부는 올해 1분기, 2분기, 3분기에 각각 1361억원, 1854억원, 1453억원의 적자를 내며 14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하지만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적자 폭을 꾸준히 줄였다는 점에서 호평 받았다. MC사업본부의 꼬인 실타래들을 하나하나 풀어가던 과정이었다. 황 부사장이 본부장을 맡은 기간 출시된 'G7 씽큐'와 'V40 씽큐'는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지만 실패라고 보기도 어렵다. 기존 폼팩터(형태)를 유지한 채 적자 축소에 초점을 맞췄던 한정된 전략 안에서 최선의 결과물이었던 셈이다.

그는 스마트폰 사후 지원(AS)에도 신경을 썼다. 올해 3월부터 모바일 결제 서비스 LG페이를 강화하고 운영체제(OS)의 업데이트 속도를 높이는 등 스마트폰 사후지원 서비스를 강화한 것이다. 또 삼성전자의 삼성페이 서비스를 따라잡기 위해 LG페이의 지원 대상을 국내 전 카드사로 확대하고 온라인 결제와 교통카드, 계좌이체 기능을 추가하는 등 LG페이의 기능을 확대했다. LG전자는 운영체제(OS) 업그레이드와 고객관리를 담당하는 ‘SW업그레이드센터’를 지난 3월 설치해 운영중이기도 하다.

황 부사장은 지난 8월 미국 주요 이동통신사 스프린트와 손잡고 북미 최초로 5G 스마트폰을 출시할 계획을 공표했다. 스프린트를 시작으로 미국 이동통신사들과 협력을 강화해나간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그러나 수장 교체로 동력이 다소 약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MC사업본부가 부사장 체제에서 다시 사장 체제로 돌아서면서 사업적 위상이 높아졌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수장의 직급이 사업 성패를 결정하진 않는다. 조준호 사장 시절만 떠올려봐도 알 수 있다. 지난해 황 부사장이 조 사장에 이어 취임했지만 MC사업본부의 위상이 낮아진 면은 없었다. 오히려 개선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게다가 권 사장은 HE사업본부와 MC사업본부를 동시에 이끈다. 겸임이다. 때문에 권 사장이 아무래도 LG전자의 핵심 사업인 HE사업본부에 치중하면서 MC사업본부까지 챙기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LG전자가 MC사업본부를 HE사업본부에 흡수하며 축소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MC사업본부장 교체에선 조급함이 묻어난다. LG 스마트폰 사업의 현주소다. '달리는 말의 기수는 바꾸지 않는다'는 말처럼, 어떤 목표점에 닿기 위해선 계속성과 연속성을 갖고 추진하는 뚝심과 신뢰가 필요하다. LG 스마트폰처럼 침체된 부문을 정상화시키는 과정에선 더욱 그렇다. 한 박자 빠른 듯한 결정이 LG 스마트폰에 어떤 결과를 이뤄낼지, 초래할지 좀 더 두고볼 일이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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