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편의성 악용…위치추적 피해 숨겨놓기도
'인천 공공자전거가 왜 서울에?'…실종된 시민의식 민낯
인천에서 공공자전거를 함부로 사용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정해진 구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공공자전거를 다른 지역으로 몰고 가거나 다른 주민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숨겨놓는 행위까지 벌어지고 있다.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 거주하는 A(38)씨는 남동구 회사로 출근하던 중 한 인도에서 낯익은 자전거를 발견했다.

이 자전거는 A씨가 종종 이용하는 연수구 공공자전거인 '쿠키자전거'였다.

A씨는 연수구에서만 사용하게 돼 있는 자전거가 왜 남동구에 있는지 잠시 고민했지만 금세 이유를 눈치챘다.

한 연수구 주민이 자전거를 타고 남동구까지 이동한 것이다.

그는 "먼 거리에 있는 마트에 갈 때면 쿠키자전거를 이용하는 데 최근에는 자전거가 보이지 않아 이용을 못 했다"며 "일부 몰지각한 주민이 다른 지역까지 자전거를 끌고 간 탓에 자전거를 이용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면 좀 짜증이 난다"고 토로했다.
'인천 공공자전거가 왜 서울에?'…실종된 시민의식 민낯
3일 연수구에 따르면 쿠키자전거가 연수구 지역 밖으로 벗어나는 사례는 일주일에 50여 차례에 달한다.

이 때문에 쿠키자전거의 관리·운영자인 삼천리자전거는 매주 2차례 트럭을 동원해 타 지역에 있는 자전거를 연수구 지역으로 옮기는 작업을 한다.

쿠키자전거가 함부로 사용되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이 자전거가 다른 공공자전거보다 편리하기 때문이다.

일반 공공자전거는 사용 뒤 지정된 거치대에 세우거나 별도 대여시스템을 사용해야 하지만 쿠키자전거는 다르다.

자전거 몸체에 잠금·위치추적장치가 설치돼 잠금장치만 작동시키면 아무 곳이나 세워놔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음 이용자는 전용 애플리케이션(앱·APP)을 이용, 쿠키자전거의 위치를 파악해 자전거를 찾으면 된다.

앱을 통해 대여료(20분당 250원)를 지불하면 잠금장치는 자동으로 해제된다.

그러나 일부 주민은 쿠키자전거의 편의성을 오용해 연수구 지역 밖으로 몰고 가거나 심지어 혼자만 사용하려고 위치추적이 되지 않는 고층아파트 내부나 지하주차장 등지에 숨겨놓기도 한다.

연수구와 삼천리자전거는 이용기록을 토대로 몰지각한 행위를 한 주민에게 주의를 당부하고 있지만 이런 행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연수구 관계자는 "쿠키자전거가 연수구를 벗어나 남동구나 월미도 등에서 발견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시범운영기간(올해 6∼7월)에는 서울시청에서 발견되기도 했다"며 "이런 행위에 대해 경고한 탓에 다행히 특정 이용자가 몰지각 행위를 반복하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민 B(33)씨는 "연수구 공공자전거가 타 지역에서 발견되는 것은 다른 인천지역에서도 공공자전거 수요가 있다는 방증"이라며 "차라리 인천시가 시 차원에서 쿠키자전거를 확대 운영한다면 이런 행위는 줄어들 것 같다"고 제안했다.

한편 쿠키자전거는 올해 6월 300대가 도입돼 2개월간 시범 운영됐으며 같은 해 8월 1천 대로 확대돼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이달 20일 기준 자전거 이용 횟수는 1대당 2.5회이며 회원 수는 2만여명으로 연수구 전체 인구(34만여명)의 6%에 달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