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존 전정우 대표
디지털존 전정우 대표
"저희 디지털존은 시간을 선물합니다. 아마 인터넷으로 증명서를 발급해보신 분이라면 저희 서비스를 한 번은 써보셨을 겁니다."

인터넷 증명서 발급 솔루션을 제공하는 전정우 디지털존 대표의 말이다. 대학의 재학·졸업 증명서, 병원의 진료증명서, 공공기관의 각종 민원서류 등 인터넷 민원서비스는 현대인의 필수적인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병원이나 학교에 직접 방문할 필요 없이 집에서 간편하게 서류를 발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 대표는 "시간을 선물한다"라고 말했다. 디지털존이 어떻게 시간을 선물하는지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11월 21일 전정우 디지털존 대표를 만났다.

◆ 인터넷 증명서 발급 서비스의 선두주자

디지털존은 인터넷 증명서 발급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는 기업이다. 인터넷 증명서 발급 서비스에는 크게 대학의 재·증명발급, 병원의 의료증명서 발급, 공공기관의 민원서류 발급 세 종류가 있다. 공공기관의 경우 아무래도 민원인들에게 수수료를 받는 게 곤란한 탓에 SI(시스템구축) 방식으로 민원서비스를 해결한다.

대학과 병원은 민원인에게 직접 수수료를 받는다. 디지털존은 이러한 대학과 병원에 시스템을 무료로 구축해주고 그걸 이용하는 사용자들이 사용료를 내는 방식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류 발급자 측의 비용 부담이 적은 덕분에 전체 대학의 60%를 점유하고 있고, 병원도 상급병원을 포함해 200개 이상의 병원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첫 난관은 사용자의 '심리적 거부감'

디지털존이 탄탄대로만 걸었던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초반 등장한 공인인증서를 상용화하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당시 인터넷발급이 가능했던 이유는 2000년대 등장한 공인인증서 기술 때문입니다. 요새는 인터넷 결제를 많이 하지만 그 당시에는 이런 기술들이 민원서류 발급 분야에 처음으로 적용된 거죠. 제반 기술을 상용화하는 부분이 초기에 가장 힘들었습니다."

기술 기반을 마련하고 민원서류 발급 서비스를 시작한 뒤에도 사용자를 끌어들이는 게 쉽지 않았다. 민원인들이 기존에 동사무소에 가서 발급받아야 했던 서류를 집에서 간편하게 출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강남구청과 사업을 진행했어요. 그런데 문제가 생겼어요. 기술적으로는 발급이 가능한데 과연 인터넷으로 발급한 서류, 가정이나 직장에서 개인 프린터를 통해 출력한 서류가 효력이 있는지 민원인들이 의심하게 된거죠. 구청에서 서비스하는 것이긴 하지만 '개인 프린터로 출력한 서류를 제출처에 갖다 내면 효력이 없지 않으냐?', '민원 서류 전용지에 출력해야 되는 게 아니냐?'라는 인식을 제고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하이서울PR대상을 수상한 전정우 디지털존 대표(오른쪽)
하이서울PR대상을 수상한 전정우 디지털존 대표(오른쪽)
◆ 2005년 국정감사 '인터넷 민원 대란'의 직격탄

더 큰 문제는 보안이었다. 2005년 국정감사에서 권오을 한나라당 의원이 민원24 사이트에서 주민등록등본 위변조를 직접 시연하는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당시 민원24, 국세청, 대법원 등의 민원발급 서비스가 모두 중단됐다. 40일가량 서비스가 중단돼 시민들이 민원서류를 발급하려면 동사무소, 학교, 기업에 직접 방문해야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당시 '인터넷 민원 대란'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이슈가 됐습니다. 보안이라는 게 막으면 뚫리고, 또 막으면 뚫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다행히 증명서에 대한 위·변조 부분을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를 해주셨어요. '1%도 안 되는 기술인 해킹을 통한 위·변조는 형사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나머지 99%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면 안 되겠다'라고 해서 국정감사에서 시연한 기술 부분만 보안 처리를 하고 서비스를 재개할 수 있었죠."

◆ '천송이코트'가 촉발한 위기

2014년에는 편의성 문제가 불거졌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화제가 된 '천송이코트'를 공인인증서 때문에 해외에서 살 수 없었던 것이다. 당시 직접적인 원인이 된 공인인증서와 액티브X를 제거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기존의 민원발급 서비스를 논액티브X로 바꾸라는 요구가 생겼습니다. 그런데 액티브X를 쓰지 않으면 보안 프로그램을 사용자 컴퓨터에 깔지 못하는 문제가 생겨요. 앞서 보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액티브X를 통해 구현했는데… 기술적인 개선을 한 2~3년 했는데 또 바꿔야 되는 거죠. 결국 다른 플러그인 방식으로, 대체 기술을 적용해서 사용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증명서 출력에서 '다운로드'로...수수료는?

문서를 발급하고 수수료를 부과하는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됐지만 제출에 관한 문제가 남았다. 개인 컴퓨터를 이용해 쉽게 발급은 할 수 있지만 제출하려면 직접 기관에 찾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아니면 출력한 문서를 다시 스캔해서 이메일로 전송해야 했다.

"민간에서는 증명서를 출력하는 방식이 아닌 전자문서 형태로 다운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가 생겼어요. 결국 2015년부터 대학 측에서 문서 출력뿐만 아니라 전자문서로 다운로드도 가능하도록 허용했죠."

발급기관 입장에서 발급 수수료 수익이 감소하는 문제가 뒤따랐다. 종이 증명서를 10통 출력하면 유통·보관하는 과정에서 망실이 생겨 추가적으로 발급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전자문서는 졸업증명서 한 통을 발급받으면 유통·보관이 반영구적이다.

증명서를 검증하는 방식도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종이증명서는 복사하면 원본이냐 사본이냐의 문제가 되는데 전자문서는 복사하는 순간 원본이 두 개 생기게 된다. 졸업증명서 10통을 받을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기존의 전자문서 발급 시스템이 원본에서 사본을 검증하는 목적이었다면 이제는 진본이냐 가본이냐를 확인하는 시스템으로 넘어간 거죠. 그런데 단점도 분명히 있습니다. 유통과 관리가 편해진 만큼 개인정보 또한 그만큼 쉽게 유통될 수 있는 거죠."

수수료가 줄어들면 수익모델이 위협받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전 대표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얘기를 하면 '디지털존은 거기서 수수료를 받는 회산데 반복 발급, 반복 제출 문제를 해결하면 수익모델이 없어지는 것 아닌가'라고 걱정해주시는 분들이 계세요. 그런데 사회적인 패러다임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미리 핵심 기술을 통해 대비해야지만 새로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고 거기에 의미 있는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선두 업체, 대한민국 넘버원 증명발급 센터를 운영하는 디지털존 입장에서는 앞으로 다가올 반복 발급, 반복 제출에 대한 부분들을 어떻게 기술적으로 해결할지 계속 연구하고 있습니다."

◆ '4차 혁명' 인터넷 증명서 발급 기술의 미래

변화하는 인터넷 증명서 발급 패러다임과 더불어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디지털존은 다시 한번 기술 역량에 집중하고 있다. 그동안 사업을 벌이며 맞닥뜨린 여러 차례 위기를 기술 역량 확보로 극복한 경험 덕분이다.

"4차산업혁명 키워드로 보면 그 밑에는 초연결, 초지능 두 개의 키워드가 붙게 돼요. 초연결, 초지능이 4차산업혁명을 이끌어내는 핵심 성장동력이거든요. 여기서 초지능은 인공지능을, 초연결은 빅데이터를 얘기합니다. 저희 서비스는 개인정보를 다루는 민원 서비스라서 초연결에 가깝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유의미한 형태로 가공하고 인공지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 모델을 만들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됩니다."

박진우 한경닷컴 기자 dan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