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일 당 지지율 하락세에 대해 "민생경제가 어려운 것이 가장 큰 요인인 것 같고, 최근 일련의 논란들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취임 100일을 맞은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최고위원들과 취임 100일 합동기자회견을 하고 최근 불거진 청와대 기강해이 문제에 대해 "제가 파악한 바로는 조 수석은 민정수석이지만 사안에 관해서 아무런 연계가 있지 않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가 언급한 '최근의 논란'은 청와대발 공직기강 해이 문제, 이재명 경기지사의 거취 논란 등을 의미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우리 당에서도 선거법 위반 등 불미스러운 일이 보도되는데, 그때마다 제가 매번 책임을 져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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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년 집권 플랜 강조 후 야당과 사사건건 갈등

이 대표는 당대표 출마 전부터 "민주당이 20년 정도 연속해서 집권할 계획을 만들고 실천해나가야 한다"며 ‘20년 집권 플랜’을 펼쳤다. 당 대표가 된 이후에도 그랬다. 지난 9월 ‘20년 집권플랜’의 청사진을 제시하며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로 4만 달러 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지난 10월 평양에서 북한 최고인민회의 안동춘 부의장과 김영대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등 북측 정치인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가 정권을 뺏기면 (교류를) 못하기 때문에 제가 살아있는 한 (정권을) 절대 안 뺏기게 단단히 마음먹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20년 집권 플랜 계획은 취임 초기에만 그치진 않았다. 지난달 25일 이 대표는 당원 토론회에서 "독일·영국·스웨덴의 사회통합정책은 보통 20년 씩 뿌리내린 정책이다. 우리는 극우 세력에 의해 통치돼 왔기 때문에 갈 길이 멀다"며 "복지가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20년 이상 (집권해서) 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대표의 (20년 집권론) 발언을 듣다가 짜증이 났다"며 "할 일을 하면서 ‘20년 장기집권하겠다’고 하면 이해가 된다. 그런데 개혁의 ‘개’자도 제대로 손도 못 대고 있고 장기집권 이야기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또한 이 대표가 내 건 ‘민주당 20년 집권 플랜’에 대해 "한국 정치는 승자독식의 양당제라 야당은 무조건 반대만 하고, 여당은 무조건 찬성만 한다. 그런데 그걸 20년 장기집권하겠다고? 그건 대한민국 말아먹겠다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청와대 특별감찰관 의혹 등 청와대 기강해이와 관련해 야권의 조국 민정수석 사퇴요구에도 "사안의 크기만큼 관리자가 책임을 져야 하는데, 사안의 크기로 보면 그렇게 큰 사안은 아니다"라며 두둔하며 야당과 갈등 양상을 빚고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나사 풀린 청와대는 사실상 풀린 나사를 조일 드라이버마저 없는 상황"이라며 "조국 민정수석은 국회는 안 나오면서 자기 정치 하느라 SNS나 하고 있다. 이런데도 나라가 잘 돌아가길 바라면 도둑놈 심보"라고 맹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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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혜경궁 김씨'는 이재명 부인 경찰 발표에도 두둔

이 대표는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한 의혹 제기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지난 지방선거 당시 이 지사를 감쌌다.

최근 경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등을 상대로 혐오 발언을 쏟아낸 ‘혜경궁 김씨’ 트위터의 계정주가 이 지사의 부인 김혜경씨라고 발표하면서 이 지사가 더욱 궁지에 몰렸지만 이 대표는 당론 발표를 거부하며 "그만들 해!"라며 기자들에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이 대표의 태도에 대해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 대표가 (이 지사를) 싸고 도는 것은 큰 신세를 졌거나 약점을 잡혔거나 둘 중 하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 지사 사안은 어디까지 사실인지 파악을 못 하고 있다"며 "기소가 되면 (사실관계가) 더 드러난다. 재판과정도 있으니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지만, 아직은 정무적인 결정을 할 때가 아니다"라고 판단을 미뤘다.

이 대표는 또 "나도 혼란스러워 어떤 것은 사실 같고, 어떤 것은 아닌 것 같다"면서 "다만 문준용(취업특혜 의혹)은 다 끝난 일이다. 다 밝힌 것을 재발하는 것처럼 자꾸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않다"고 지적했다.

이는 이 지사가 최근 페이스북 글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 씨의 '특혜채용 의혹'을 거론해 논란이 일었던 일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 추락하는 민주당 지지율, 반등 가능할까

이 대표는 당 지지율 하락에 대해 "민생경제가 어려운 것이 큰 요인이다"라며 "내년 예산을 정확하게 잘 집행해 민생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달 26~30일 전국 성인 25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1월 4주차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48.4%로 집계됐다. 9주 연속 하락세로 지난주보다 3.6%포인트 떨어졌다. 부정평가는 4.1%포인트 오른 46.6%였다.

정당 지지도 조사에선 더불어민주당이 38%로, 전주보다 1.2%포인트 내려 9주 연속 하락했다. 자유한국당은 26.4%로 3.5%포인트 올라, 5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정의당은 7.8%로 1%포인트 하락했고, 바른미래당은 0.6%포인트 오른 6.6%, 민주평화당은 0.4%포인트 오른 2.6%로 조사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2.0%포인트, 응답률 7.7%,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

민주당이 50% 가까운 높은 지지율을 받고 있을 때 취임한 이 대표의 최근 성적표는 처음만 못한 상태다. 당정청의 경제 정책과 이 지사를 둘러싼 논란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리얼미터는 민주당 지지 하락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혜경궁 김씨 논란 여파’를 꼽았다.

이 대표는 부동산 정책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거침없이 발언하며 이슈를 주도하고, 당·정·청 협의를 대폭 강화시키는 등 여당의 존재감을 회복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 당 지지율 하락, 선거제 개편 등 난제들이 떠오르면서 ‘이해찬 리더십’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 대표는 "저도 정부를 운영해보니 한 1년 지나면 안일해지는 경우가 많이 있다. 늘 새롭게 다잡고 나가야 한다"면서 "다시 한번 심기일전해 공직사회가 다시 해이하지 않도록 당에서도 적극 독려하겠다"고 신발 끈을 고쳐 맸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