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배우인생과 엘리자벳의 삶…서로 닮은 점 많아 푹 빠졌죠"
2001년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 한 신인 배우가 주역 크리스틴 역에 캐스팅되며 큰 화제가 됐다. 청아한 고음, 섬세한 표현력을 갖춘 그는 단숨에 팬들을 사로잡았다. 이후에도 ‘웨스트사이드스토리’ ‘지킬앤하이드’ ‘마리 앙투아네트’ ‘명성황후’ 등 수많은 작품에서 주역을 꿰찼다. 데뷔 17년차 뮤지컬 배우 김소현(사진) 얘기다.

그는 여전히 무대에서 다양한 도전을 하고 있다. 현재는 ‘엘리자벳’에서 오스트리아의 가장 아름다웠던 황후이자 비극적인 삶을 살았던 엘리자벳 역할을 맡고 있다. 3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소현은 “너무 화려한 직업을 갖고 있다 보니 문득 공허함을 느낄 때가 있다”며 “여배우로서의 삶과 엘리자벳의 삶이 만나게 되는 지점이 많아 더 감정을 담아 연기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17일부터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공연 중인 이 작품은 2012년 초연 이후 삼연째다. 김소현은 2013년 재연부터 무대에 올랐다. 옥주현, 신영숙과 함께 맡게 된 엘리자벳은 합스부르크 왕가의 마지막 황후였다. 황제 요제프와 첫눈에 반해 결혼하지만 고부 갈등과 아들 루돌프의 죽음을 겪으며 파국으로 치닫는다. 그리고 치명적 매력을 지닌 ‘죽음’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5년 전에 비해 엘리자벳의 복잡한 내면이 더 가깝고 진실되게 느껴집니다. 특히 아이를 키우며 엘리자벳과 더 많은 공통점이 생겼죠. 그래서인지 모성애 연기를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마리 앙투아네트’ ‘명성황후’처럼 ‘엘리자벳’도 역사 속에 실제 존재했던 황후인 만큼 많은 공부도 했다. 실제로 오스트리아 빈에 가 엘리자벳이 머물던 공간을 둘러보기도 했다. “실존 인물의 일대기를 연기할 땐 더 깊이 이해하고 신중하게 연기하려고 해요. 빈에 가서 직접 엘리자벳이 걸었던 계단도 걷고 입었던 옷들도 보면서 그곳에서 얼마나 갑갑하고 힘들었을지 느끼게 됐죠.”

이번 공연엔 남편인 배우 손준호도 황제 요제프 역할을 맡았다. ‘명성황후’에 이어 두 번째로 무대에서도 부부가 됐다. “결혼 이후엔 같이 무대에 오르지 않으려 했는데 많이 불러주셔서 하게 됐어요. 우려했던 게 ‘바보 같았다’고 생각이 될 정도로 반응이 좋아서 신기해요. 무대 위에선 사심 없이 더 집중하고 노력할 겁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