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유통회사들이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는 건 성장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다. 국내 시장은 규제가 점점 많아지고 온라인 분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기존 사업 방식만으론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숨막히는 출점·영업 규제…"해외서 돌파구 찾자"
정부와 여당은 대기업의 유통산업을 규제 대상으로 취급한다. 골목상권을 빼앗아 잇속만 챙긴다는 시각이 강해서다. 새로 대형 매장을 낼 땐 인근에서 장사하는 상인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와도 ‘상생안’을 마련해 합의해야 한다. 주민들이 “백화점, 마트가 없어 불편하다”고 호소해도 상인단체가 막아서면 어쩔 수 없다. 작년 신세계백화점이 경기 부천 상동에 점포를 내려고 했다가 접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부천 주민들은 대체로 반겼지만 인근 인천시 부평구 계양구 상인들이 거세게 반대하자 신세계는 두 손을 들었다. 롯데슈퍼가 지난해 서울 용산에 고급슈퍼 입점 계획을 철회한 것도 비슷한 이유였다.

힘들게 매장을 낸다 해도 규제는 계속된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와 롯데슈퍼 이마트에브리데이 GS수퍼마켓 등 대기업의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월 2회 쉬도록 돼 있다. 그것도 대부분 지자체는 공휴일을 휴업일로 해놨다. 또 대형마트와 SSM의 심야영업은 아예 할 수 없게 막아 놓고 있다.

정부·여당은 이것으로도 부족하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사안인 ‘복합쇼핑몰 규제’는 시간문제다. 신세계 스타필드, 롯데월드타워몰 등 지역 명소가 된 복합쇼핑몰을 대형마트처럼 월 2회 이상 쉬게 하자는 것을 핵심으로 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복합쇼핑몰 범주에 아울렛, 면세점도 넣자는 의견까지 있다. 대형마트가 월 2회 쉬는 것도 모자라 휴업일을 4회로 늘리자는 법안이 올라와 있다.

이런 규제 속에 온라인몰의 빠른 성장은 전통적인 유통시장의 기반을 뒤흔들고 있다. 지난해 국내 온라인 매출은 약 78조원에 달했다. 기존 오프라인 기반 유통 대기업은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 국내 최다인 33개 매장을 보유한 롯데백화점은 부실이 누적돼 일부 적자점포 매각을 추진 중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처음으로 매장 수를 줄이며 점포 효율화에 나서고 있다.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유통 ‘빅3’는 아직까지 온라인 소비 확대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프라인 기반에서 온라인 기반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기 때문이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통 규제와 소비 트렌드 변화로 국내 대기업이 어쩔 수 없이 해외로 나가는 측면도 있다”며 “유통업이 해외에서 경쟁력을 한 단계 높여 수출의 한 축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