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소동파 '고목죽석도'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한 사람인 소순의 아들 소동파는 학자이자 시인, 산문가, 화가, 서예가로서는 물론 백성을 아끼는 관리로 일세를 풍미했다. 본명은 소식이지만 아호(동파)로 이름을 알린 그는 “나 또한 고목과 대나무를 잘 그린다”는 글을 남겼을 정도로 문인화에도 조예가 깊었다. 현재 전해지는 소동파의 그림은 ‘고목죽석도(枯木竹石圖)’와 중국 미술관에 소장된 ‘소상죽석도(瀟湘竹石圖)’ 딱 두 점뿐이다.

길이 185.5㎝의 두루마리 그림인 ‘고목죽석도’는 둥근 바위 옆에 앙상하게 서 있는 고목을 용이 비상하는 듯한 모습으로 묘사한 수작이다. 지식인다운 깊은 사색이 풍기고, 필세가 힘차면서도 뼈대 있는 수묵의 획선들에선 먹빛의 그윽한 조형미가 돋보인다. 화면에는 송대 문인 유양좌(柳良佐) 등 역대 소장자 41명의 인장이 찍혀 있다. 소장자의 손을 거쳐 청나라 때 처음 실물이 공개된 이 그림은 1930년대 중·일전쟁 때 일본인에게 팔려간 뒤 80여 년간 행방이 묘연했다. 마지막 중국인 소장자는 북양(北洋)군벌 우페이푸(吳佩孚)의 비서인 바이젠푸(白堅夫)로 알려졌다. 바이젠푸는 베이징 골동품상에서 소동파의 그림 두 점을 사들였다가 이 그림을 일본인에게 팔았다. 중국의 한 기관은 이 그림을 지난달 26일 크리스티 홍콩경매에서 4억6300만 홍콩달러(약 670억원)에 전화로 응찰해 낙찰받았다.

김경갑 기자 kkk10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