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무역분쟁·美금리인상 '쉼표'에 반등 기대…"과도한 낙관론" 지적도
미·중 무역전쟁이 ‘조건부 휴전’에 들어가면서 증시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이 금리인상 기조 완화를 표명한 점도 그간 증시를 괴롭히던 불확실성 일부가 해소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시장의 기대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미중 무역전쟁의 타결과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 모두가 아직 가시화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다.

4일 증권사들은 이번주 코스피가 2100선에 안착하며, 단기 상승랠리를 이어갈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 휴전만으로도 하락했던 주식 시장이 반등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코스피지수의 2100선 안착 시도가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주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내년 1월로 예정됐던 상대국 제품에 대한 추가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은 현재 10%인 2000억 달러어치 제품의 추가관세를 25%로 인상할 계획이었다. 미국의 추가관세 부과 유예 방침에 따라 중국은 대두 등 농산물 수입을 곧바로 재개하고 향후 양국 간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기로 약속했다.

국내 증시에서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안도감이 나오고 있다. 우리 경제에 하방압력을 주던 불확실성이 크게 줄면서 우리나라의 수출, 경제심리는 물론 주식시장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팽배하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증시에 쇼크를 야기했던 불확실성 변수들이 하나 둘 완화되는 분위기로 미·중 무역분쟁 또한 휴전국면으로 진입하면서 코스피의 가격 및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정상화를 위한 퍼즐이 완성돼 가고 있다"며 "향후 한국, 중국 등 신흥국 금융시장의 변동성 완화와 안정을 기대한다"고 했다.

미국의 금리상승에 대한 우려도 완화되는 추세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시사한 점이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10월 증시 급락에는 파월 의장의 ‘매파적 발언’이 큰 영향을 미친 만큼 Fed가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면 달러화 강세가 진정되고, 신흥국 증시 투자심리는 회복될 수 있다.

김상표 키움증권 연구원은 "12월은 그간 국내 증시를 짓눌러온 미중 무역분쟁 및 금리상승 우려가 완화되는 국면"이라며 "연말 수급 동향 측면을 살펴볼 때 예년 대비 긍정적인 요소가 많다"고 설명했다.

다만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미·중 무역분쟁의 휴전은 말 그대로 잠시 멈춰선 상태일 뿐, 종전은 아니다. 향후 두 나라가 실무진 협상에서 의견 차이를 좁힐지 여전히 미지수다. 때문에 증시의 중장기 상승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파월 의장이 기존 통화정책을 금세 바꿀 것이란 기대도 지나치다는 지적이 있다. 과민반응을 경계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톰 포리셀리 RBC캐피털마케츠 이코노미스트는 "파월 의장은 현재 금리가 중립금리 범위 바로 아래에 있다고 했을 뿐 금리 인상을 곧 멈추겠다고 얘기하진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날 국내 증시 또한 하루 만에 내리며 장밋빛 기대감을 다소 낮췄다. 이날 오전 11시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보다 11.34포인트(0.53%) 내린 2120.59에 거래되고 있다.

소재용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중장기적인 개선 여부를 위해 확인할 사안들이 아직 남아있다"며 "단기적인 위험자산 반등으로 국한해 대응하는 편이 현재로서는 바람직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