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공조 통해 제조·유통조직 단속에 박차
법망 피하려는 '펜타닐 유사 물질' 골칫거리로 떠올라
中, '무역전쟁 휴전' 합의사항 펜타닐 단속에 열 올려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 '휴전'에서 합의사항이기도 한 펜타닐(fentanyl) 단속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4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무역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한 지난 1일 회동에서 펜타닐 단속은 무역 이슈 못지않은 중요 의제로 다뤄졌다.

회담 후 백악관은 성명에서 "시 주석이 펜타닐을 규제 대상 약물로 지정하고, 펜타닐을 미국에 판매하려다 적발된 중국인을 극형으로 처벌할 수 있게 제도를 개선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정부가 펜타닐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보는지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전신마취제로 쓰이는 펜타닐은 대표적인 마약성 진통제(오피오이드) 약물로, 미국의 20∼30대 사이에서 남용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의료당국은 펜타닐 등의 남용으로 매년 2만 명 이상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마약성 진통제의 남용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이 약물과의 '전쟁'을 선언하기도 했다.

중국은 그동안 펜타닐을 절대 미국으로 수출한 적이 없다며 미국과 책임 공방을 벌여왔으나, 이번 정상회담에서 나온 합의에 따라 앞으로는 펜타닐 제조와 유통 단속을 전면적으로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중국은 미국과의 회담에 앞서 '성의'를 보이려는 듯 지난주 펜타닐 제조·유통 사범 21명에 대한 재판을 벌였다.

정상회담 직전인 지난달 29일 허베이(河北) 성 싱타이(刑台) 중급인민법원에서 열린 이 재판에서 이들 21명은 모두 혐의를 인정했다.

이들의 검거에는 미국 국토안보부 수사청(HSI)의 제보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중국 마약 당국은 미국과의 공조를 통해 이 조직을 일망타진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 영국, 호주 등으로의 수출이 워낙 수익성 높은 사업이기 때문에 범죄 조직들은 '펜타닐 유사 물질' 제조를 통해 법망을 피하려고 애쓰는 것으로 전해졌다.

펜타닐과 성분이 다소 다르지만 비슷한 효과를 내는 펜타닐 유사 물질은 법에 규제 대상 물질로 규정돼 있지 않아 단속하기가 힘들다.

중국 마약 당국의 한 팀장은 "우리는 법에 규정된 마약 물질만을 단속할 수 있다"며 "법에 특정 물질이 단속 대상으로 규정되면, 범죄 조직들은 재빨리 다른 유사 물질을 만들어 법망을 피한다"고 전했다.

2012∼2015년 중국에서 개발된 펜타닐 유사 물질은 6가지이지만, 2016년에는 무려 66가지 펜타닐 유사 물질이 개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에서 펜타닐 제조와 수출 허가를 받은 제약사는 런푸이야오(人福醫藥), 장쑤언화(江蘇恩華) 등 5곳으로, 이들을 제외한 사람이나 조직이 펜타닐을 제조·유통하면 최고 사형에 처할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