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전 국내 암호화폐 공구방 총판 코인트레이더의 대표 최모씨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총판은 국내 여러 암호화폐 공구방에게 투자금을 받고 암호화폐를 공급하기로 해 정확한 피해 금액도 산출되지 않고 있다.
암호화폐 공구방은 유망 프로젝트의 프라이빗 암호화폐 공개(ICO)에 투자하고 싶지만 최소 참여금액을 채우지 못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을 모아 참여했던 게 시초다. ICO를 거듭하며 공구방 규모가 커져 지금은 기업형 운영 형태를 갖췄다.
그러면서 암호화폐 프로젝트와의 관계도 역전됐다. ICO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둔 프로젝트들이 공구방에 미판매 물량 구입을 요청한 탓이다. 공구방들은 이런 프로젝트들에게 가격을 후려치기도 했다. 프라이빗 ICO를 뛰어넘는 할인율을 요구하는 게 대표적. 프라이빗 ICO 할인율이 30%라면 공구방에는 50% 할인해달라는 식이다.
이처럼 할인율이 높으면 향후 암호화폐 가격이 떨어져도 수익을 노릴 수 있다. 따라서 공구방을 찾는 투자자가 늘고 시장에서의 공구방 영향력이 커졌다. 인지도가 낮거나 검증되지 않은 암호화폐라도 공구방에서 판매하면 일단 사는 행태도 나타났다.
공구방들과 프로젝트를 중개하는 총판까지 생겼다. 공구방으로부터 이더리움 등을 받고 ICO 하는 프로젝트와 직접 거래를 진행, 암호화폐를 공구방에 분배하는 역할을 맡는다. 최씨가 운영하던 총판은 중국 벤처캐피탈(VC)을 통해 암호화폐를 공급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암호화폐 공구방 '에이블럭'을 운영하는 김승환씨는 "최씨와 계약한 암호화폐 지급이 미뤄져 아예 환불 받기로 했으나 그 또한 지켜지지 않아 자택을 찾아갔다가 최씨가 사망한 걸 확인했다"고 밝혔다. 4일 최씨의 부검을 진행한 경찰은 타살 흔적이 없어 자살로 가닥을 잡고 있다.
김씨는 또 "최씨가 여자친구에게 4억원 상당 선물을 하고 게임으로 6억원을 사용한 사실, 친한 지인에게 2억원을 증여한 사실 등을 확인했고 최근 부모에게 집도 사준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최씨의 자금 편취 의혹을 제기했다.
투자자들은 최씨뿐 아니라 최씨와 거래한 공구방 관계자 역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책인 최씨가 사망하자 자신도 피해자라며 투자자들에 자금을 돌려줘야 할 책임을 회피하는 경우도 있어서다.
투자자 A씨는 "투자자 입장에선 공구방 방장은 판매자, 즉 가해자"라며 "투자자 피해를 변상하고 최씨로부터 자산을 양도받은 이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게 옳다"고 짚었다. 투자자 B씨도 "총책과 공구방은 한 몸이나 마찬가지"라면서 "공구방은 자신들로 인해 발생한 피해의 책임을 죽은 사람에게 떠넘기려 한다"고 비판했다.
업계 관계자는 "암호화폐 시장이 호황이었더라면 드러나지 않았을 문제"라고 평하며 "피해자 보상도 중요하지만 이번 사건이 왜곡된 시장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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