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병 몰린 2019 수능…난도조절 실패에 절대평가 취지도 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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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난도 조절 실패 인정…'영어 1등급 반토막', 절대평가 취지와 안 맞아
사회·과학탐구, 제2외국어도 선택과목 유불리 논란 여전 지난달 치러진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난이도 조절과 절대평가 실효성 확보에 실패한 데다 선택과목 간 유불리 현상마저 통제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수능의 '고질병'으로 꼽혀온 사안들이 한꺼번에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4일 성기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2019학년도 수능 채점결과를 발표하기에 앞서 이례적으로 난도 논란에 대한 사과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금번 수능 난이도에 대해 전국의 수험생, 학부모님, 일선 학교 선생님들께 혼란과 심려를 끼쳐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출제위원단의 예측과 실제 결과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수능 출제위원장인 이강래 전남대 사학과 교수는 수능 당일인 지난달 15일 브리핑에서 "올해 수능은 고교 교육과정을 기준으로 전년과 같은 출제 기조를 유지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입상담교사단도 국어영역 난도가 작년 수능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국어영역 표준점수 최고점은 작년보다 16점 급상승한 150점까지 치솟았다.
표준점수는 수험생이 받은 원점수가 평균성적과 얼마나 차이 나는지 나타내는 점수다.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낮아지면 표준점수 최고점은 높아진다.
수능이 현 체제로 바뀐 2005학년도 이후 국어영역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가장 높았던 때는 2009·2011학년도였는데 당시 최고점은 140점으로 올해보다 10점 낮았다.
평가원도 수험생들이 이렇게까지 어려워할 줄 몰랐다는 반응이다.
역대 최고의 '불(火)국어'라는 평가와 함께 난이도 조절에도 실패했다는 비판이 뒤따르는 이유다.
절대평가인 영어영역 역시 논란이 된 것은 마찬가지다.
올해 수능 영어영역에서 원점수 90점 이상을 받아 1등급이 된 학생 비율은 5.30%다.
상대평가 방식에서는 상위 4%에게 1등급을 주는데 2010학년도와 2012학년도 수능에서는 동점자를 포함해 각 5.31%와 6.53%가 1등급을 받았다.
절대평가임에도 올해 수능에서 상대평가 때보다 1등급 받기가 더 어려웠던 셈이다.
교육당국은 '절대평가=쉬운 수능'이라는 분석을 공식적으로는 부인해 왔다.
하지만 변별력 저하 우려에도 굳이 영어를 절대평가로 바꾼 것에 대해 그간 교육당국이 해 온 설명에 비춰 보면 '상대평가보다는 1등급 받기 쉬운' 수능일 것이라는 추론이 자연스럽고 상식적이다.
2015년 영어 절대평가 방안을 발표했을 당시 교육부 대입 담당 과장은 "사교육의 3분의 1 정도가 영어에 집중되면서 절대평가 도입 논의가 시작됐다"며 "어느 정도 과도한 사교육은 감소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영어 절대평가가 도입된 지난해에도 교육부 대입 담당 국장은 " 90점 이상이면 1등급이기 때문에 (1등급 비율을) 지금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만 기존보다 늘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부분은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미 입시업계에서는 난이도 조절에 실패할 경우 절대평가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것은 물론, 수능 최저등급을 맞추지 못한 학생이 늘어 수시모집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었다.
절대평가 도입 2년 만에 입시업계의 이런 우려는 현실이 됐다.
2019학년도 수능은 선택과목간 유불리 현상도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과학탐구영역의 경우 선택과목간 표준점수 최고점의 차이가 6점으로 작년 수능(5점)보다 늘었고, 제2외국어/한문영역 역시 과목별 최고점 차이가 26점으로 작년 수능(23점) 대비 증가했다.
이영덕 대성학력평가연구소장은 "사회탐구에서는 법과 정치, 경제, 사회·문화가 어려웠는데 나머지 과목은 만점을 받아야 1등급이 될 정도로 쉬웠다"고 지적했다.
교육계에서는 현행 수능 체제가 25년간 이어지면서 한계점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라는 말을 풀어보면 대학에서 공부할 만한 능력을 갖췄는지 측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대입 전형 자료로 중요하게 쓰이는 만큼 '줄 세우기'가 불가피한 면이 있다.
변별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25년간 적지 않은 기출 문항이 쌓였다는 점, 수험생들이 EBS 연계로 지문과 소재에는 익숙해졌지만, 변별력 때문에 복잡한 사고를 요구하는 문제가 출제된다는 점 등은 '불수능' 논란이 이어지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고교 진학담당 교사는 "수능을 진짜 '수학능력'을 평가하는 시험과 논·서술형 시험 등으로 이원화하자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현 수능의 한계 때문"이라며 "다만, 수능 절대평가에 대한 반발이 상당했던 점을 보면 수능의 변화는 굉장히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사회·과학탐구, 제2외국어도 선택과목 유불리 논란 여전 지난달 치러진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난이도 조절과 절대평가 실효성 확보에 실패한 데다 선택과목 간 유불리 현상마저 통제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수능의 '고질병'으로 꼽혀온 사안들이 한꺼번에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4일 성기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2019학년도 수능 채점결과를 발표하기에 앞서 이례적으로 난도 논란에 대한 사과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금번 수능 난이도에 대해 전국의 수험생, 학부모님, 일선 학교 선생님들께 혼란과 심려를 끼쳐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출제위원단의 예측과 실제 결과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수능 출제위원장인 이강래 전남대 사학과 교수는 수능 당일인 지난달 15일 브리핑에서 "올해 수능은 고교 교육과정을 기준으로 전년과 같은 출제 기조를 유지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입상담교사단도 국어영역 난도가 작년 수능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국어영역 표준점수 최고점은 작년보다 16점 급상승한 150점까지 치솟았다.
표준점수는 수험생이 받은 원점수가 평균성적과 얼마나 차이 나는지 나타내는 점수다.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낮아지면 표준점수 최고점은 높아진다.
수능이 현 체제로 바뀐 2005학년도 이후 국어영역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가장 높았던 때는 2009·2011학년도였는데 당시 최고점은 140점으로 올해보다 10점 낮았다.
평가원도 수험생들이 이렇게까지 어려워할 줄 몰랐다는 반응이다.
역대 최고의 '불(火)국어'라는 평가와 함께 난이도 조절에도 실패했다는 비판이 뒤따르는 이유다.
절대평가인 영어영역 역시 논란이 된 것은 마찬가지다.
올해 수능 영어영역에서 원점수 90점 이상을 받아 1등급이 된 학생 비율은 5.30%다.
상대평가 방식에서는 상위 4%에게 1등급을 주는데 2010학년도와 2012학년도 수능에서는 동점자를 포함해 각 5.31%와 6.53%가 1등급을 받았다.
절대평가임에도 올해 수능에서 상대평가 때보다 1등급 받기가 더 어려웠던 셈이다.
교육당국은 '절대평가=쉬운 수능'이라는 분석을 공식적으로는 부인해 왔다.
하지만 변별력 저하 우려에도 굳이 영어를 절대평가로 바꾼 것에 대해 그간 교육당국이 해 온 설명에 비춰 보면 '상대평가보다는 1등급 받기 쉬운' 수능일 것이라는 추론이 자연스럽고 상식적이다.
2015년 영어 절대평가 방안을 발표했을 당시 교육부 대입 담당 과장은 "사교육의 3분의 1 정도가 영어에 집중되면서 절대평가 도입 논의가 시작됐다"며 "어느 정도 과도한 사교육은 감소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영어 절대평가가 도입된 지난해에도 교육부 대입 담당 국장은 " 90점 이상이면 1등급이기 때문에 (1등급 비율을) 지금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만 기존보다 늘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부분은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미 입시업계에서는 난이도 조절에 실패할 경우 절대평가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것은 물론, 수능 최저등급을 맞추지 못한 학생이 늘어 수시모집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었다.
절대평가 도입 2년 만에 입시업계의 이런 우려는 현실이 됐다.
2019학년도 수능은 선택과목간 유불리 현상도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과학탐구영역의 경우 선택과목간 표준점수 최고점의 차이가 6점으로 작년 수능(5점)보다 늘었고, 제2외국어/한문영역 역시 과목별 최고점 차이가 26점으로 작년 수능(23점) 대비 증가했다.
이영덕 대성학력평가연구소장은 "사회탐구에서는 법과 정치, 경제, 사회·문화가 어려웠는데 나머지 과목은 만점을 받아야 1등급이 될 정도로 쉬웠다"고 지적했다.
교육계에서는 현행 수능 체제가 25년간 이어지면서 한계점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라는 말을 풀어보면 대학에서 공부할 만한 능력을 갖췄는지 측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대입 전형 자료로 중요하게 쓰이는 만큼 '줄 세우기'가 불가피한 면이 있다.
변별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25년간 적지 않은 기출 문항이 쌓였다는 점, 수험생들이 EBS 연계로 지문과 소재에는 익숙해졌지만, 변별력 때문에 복잡한 사고를 요구하는 문제가 출제된다는 점 등은 '불수능' 논란이 이어지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고교 진학담당 교사는 "수능을 진짜 '수학능력'을 평가하는 시험과 논·서술형 시험 등으로 이원화하자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현 수능의 한계 때문"이라며 "다만, 수능 절대평가에 대한 반발이 상당했던 점을 보면 수능의 변화는 굉장히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