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DC 아일랜드' 실험…전기 걱정 없는 '에너지 자립섬'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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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LS산전, 서거차도 '직류전기' 프로젝트
싸우던 섬 주민들 웃다
미역 건조장 돌릴때마다 전기 부족
전원·배전망 등 직류로 통일
불필요한 에너지 손실 줄여
4차 산업혁명 타고 '직류' 부활
설치 비용 비싸지만 효율 높아
데이터센터 등 IT산업에 적합
한전·LS산전, DC모델 수출 모색
싸우던 섬 주민들 웃다
미역 건조장 돌릴때마다 전기 부족
전원·배전망 등 직류로 통일
불필요한 에너지 손실 줄여
4차 산업혁명 타고 '직류' 부활
설치 비용 비싸지만 효율 높아
데이터센터 등 IT산업에 적합
한전·LS산전, DC모델 수출 모색
전남 진도에서 남서쪽으로 26㎞가량 떨어진 작은 섬 서거차도. 이곳 주민들은 매년 여름이 되면 인근 섬 동거차도 주민들과 전기를 두고 한바탕 ‘전쟁’을 벌였다. 마을의 특산품인 돌미역을 말리기 위해 주민들이 25개 건조장을 한꺼번에 돌리는 바람에 여름철 전력 사용량이 평소보다 3배 이상 급증했기 때문이다.
150가구가 사는 양쪽 섬의 전력원은 서거차도에 있는 20년 된 디젤발전기 3대뿐. 생계가 달린 ‘미역 농사’를 망치지 않기 위해 두 섬의 주민들은 서로 “그쪽 건조장을 멈추지 않으면 정전 사태가 난다”고 으름장을 놓곤 했다. 2016년 여름에는 발전기 한 대가 고장 나 육지에서 디젤 발전기를 공수해 오는 비상 사태도 겪었다. 한국전력과 LS산전이 서거차도를 세계 최대 ‘직류(DC) 아일랜드’로 구축하기로 결정한 이유다. 가전부터 카트까지 ‘DC 생태계’
서거차도는 ‘DC 생태계’ 구축을 통해 고질적인 전력난을 극복했다. 걸핏하면 꺼지던 가로등은 발광다이오드(LED) DC 가로등으로 바꿨다. TV 냉장고 에어컨 등 가전제품은 물론 노인들의 보행을 돕는 카트도 DC 전력으로 개조했다. 한국전력과 LS산전이 기존의 AC 배전망을 모두 DC로 전환하면서 전봇대를 잇는 전선도 교류(AC)용인 세 줄에서 두 줄로 바뀌었다.
DC는 일정하게 한 방향으로 흐르는 전류를 뜻한다. 시간에 따라 전류 크기와 방향이 주기적으로 변하는 AC에 비해 안정적이고 효율적이다. 전력을 설계하는 작업도 단순하다. 컴퓨터를 포함한 대부분의 전자기기가 DC로 설계돼 있는 이유다.
수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배전 설비는 AC가 대세다. DC는 변압이 힘들기 때문이다.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전력 반도체 기술이 발달하면서 DC도 쉽게 변압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장거리 송전은 DC가 AC보다 전력 손실도 더 적다.
서거차도의 ‘DC 생태계’는 신재생에너지와 만나면서 시너지 효과가 더 커졌다. 태양광 풍력 등은 대표적인 DC전원(電源)이다. 이번 프로젝트로 서거차도엔 태양광 200㎾, 풍력 100㎾, 비상용 가변속 발전기 200㎾ 등 총 500㎾ 규모의 전력 설비가 추가 공급됐다. 이형영 서거차도 발전소장은 “태양광, 풍력에너지만으로도 미역 건조장 내 건조기 수십 대를 24시간 돌릴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기업들, 직류전기 사업 진출 활발
4차 산업혁명으로 전기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DC 전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설치 비용은 비싸지만 전력 효율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인터넷데이터센터(IDC), 공장 등 전력 소모량이 많은 시설일수록 DC 배전이 유리하다. 메르세데스 벤츠가 독일에 ‘DC 팩토리’를 구축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전의 ‘서거차도 DC 아일랜드 구축 사업’은 세계에서 실시된 DC 배전망 구축 사업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한전은 DC 생태계 모델을 수출할 계획이다. 섬이 많은 동남아시아 지역 중에는 전기 보급률이 60% 수준으로 낮은 지역이 많다. 전기를 끌어다 쓰기 어려운 오지에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스템, DC 배전망을 결합한 ‘DC 마이크로그리드’를 구축할 경우 에너지 자립도를 대폭 높일 수 있다.
한전 관계자는 “DC 생태계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며 “에너지 사용량이 급증할 것에 대비해 2020년부터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DC 전력 송전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업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DC 전용 스마트 전력기기 등 관련 사업 역량을 확보하고 있는 LS산전은 국내 시장에서 사업 경력을 쌓은 뒤 글로벌 시장에 본격 진출할 계획이다. 구자균 LS산전 회장은 “DC와 연계한 마이크로그리드는 에너지관리시스템(EMS), ESS, 태양광, 초고압직류송전(HVDC)에 이르는 LS산전의 미래 기술을 집약한 산업”이라며 “지역 맞춤형 사업 모델을 개발해 세계 시장에서 기회를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거차도(진도)=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150가구가 사는 양쪽 섬의 전력원은 서거차도에 있는 20년 된 디젤발전기 3대뿐. 생계가 달린 ‘미역 농사’를 망치지 않기 위해 두 섬의 주민들은 서로 “그쪽 건조장을 멈추지 않으면 정전 사태가 난다”고 으름장을 놓곤 했다. 2016년 여름에는 발전기 한 대가 고장 나 육지에서 디젤 발전기를 공수해 오는 비상 사태도 겪었다. 한국전력과 LS산전이 서거차도를 세계 최대 ‘직류(DC) 아일랜드’로 구축하기로 결정한 이유다. 가전부터 카트까지 ‘DC 생태계’
서거차도는 ‘DC 생태계’ 구축을 통해 고질적인 전력난을 극복했다. 걸핏하면 꺼지던 가로등은 발광다이오드(LED) DC 가로등으로 바꿨다. TV 냉장고 에어컨 등 가전제품은 물론 노인들의 보행을 돕는 카트도 DC 전력으로 개조했다. 한국전력과 LS산전이 기존의 AC 배전망을 모두 DC로 전환하면서 전봇대를 잇는 전선도 교류(AC)용인 세 줄에서 두 줄로 바뀌었다.
DC는 일정하게 한 방향으로 흐르는 전류를 뜻한다. 시간에 따라 전류 크기와 방향이 주기적으로 변하는 AC에 비해 안정적이고 효율적이다. 전력을 설계하는 작업도 단순하다. 컴퓨터를 포함한 대부분의 전자기기가 DC로 설계돼 있는 이유다.
수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배전 설비는 AC가 대세다. DC는 변압이 힘들기 때문이다.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전력 반도체 기술이 발달하면서 DC도 쉽게 변압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장거리 송전은 DC가 AC보다 전력 손실도 더 적다.
서거차도의 ‘DC 생태계’는 신재생에너지와 만나면서 시너지 효과가 더 커졌다. 태양광 풍력 등은 대표적인 DC전원(電源)이다. 이번 프로젝트로 서거차도엔 태양광 200㎾, 풍력 100㎾, 비상용 가변속 발전기 200㎾ 등 총 500㎾ 규모의 전력 설비가 추가 공급됐다. 이형영 서거차도 발전소장은 “태양광, 풍력에너지만으로도 미역 건조장 내 건조기 수십 대를 24시간 돌릴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기업들, 직류전기 사업 진출 활발
4차 산업혁명으로 전기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DC 전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설치 비용은 비싸지만 전력 효율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인터넷데이터센터(IDC), 공장 등 전력 소모량이 많은 시설일수록 DC 배전이 유리하다. 메르세데스 벤츠가 독일에 ‘DC 팩토리’를 구축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전의 ‘서거차도 DC 아일랜드 구축 사업’은 세계에서 실시된 DC 배전망 구축 사업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한전은 DC 생태계 모델을 수출할 계획이다. 섬이 많은 동남아시아 지역 중에는 전기 보급률이 60% 수준으로 낮은 지역이 많다. 전기를 끌어다 쓰기 어려운 오지에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스템, DC 배전망을 결합한 ‘DC 마이크로그리드’를 구축할 경우 에너지 자립도를 대폭 높일 수 있다.
한전 관계자는 “DC 생태계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며 “에너지 사용량이 급증할 것에 대비해 2020년부터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DC 전력 송전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업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DC 전용 스마트 전력기기 등 관련 사업 역량을 확보하고 있는 LS산전은 국내 시장에서 사업 경력을 쌓은 뒤 글로벌 시장에 본격 진출할 계획이다. 구자균 LS산전 회장은 “DC와 연계한 마이크로그리드는 에너지관리시스템(EMS), ESS, 태양광, 초고압직류송전(HVDC)에 이르는 LS산전의 미래 기술을 집약한 산업”이라며 “지역 맞춤형 사업 모델을 개발해 세계 시장에서 기회를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거차도(진도)=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