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자동차 생산량이 400만 대를 밑돌 가능성이 높아졌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 자동차시장이 급격히 위축됐던 2009년(351만 대) 이후 처음이다.

뚝…뚝…생산절벽 車…'400만대 마지노선' 9년 만에 무너질 듯
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차 생산량은 38만2300대로 집계됐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누적 생산량은 366만3511대다. 지난해 같은 기간(382만7602대)보다 4.3% 줄었다. 이달에 33만6000여 대 이상 생산하지 않으면 400만 대 선은 깨진다.

자동차업계는 올해 생산량이 395만 대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완성차업체가 12월에 장기휴가에 들어가기 때문에 생산량이 평소보다 떨어지게 된다”며 “자동차 수출 대수가 갈수록 줄어드는 현 추세를 감안하면 연 400만 대 생산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업체별로는 현대자동차를 제외한 6개 완성차업체 생산량이 일제히 줄었다. 지난 5월 군산공장을 폐쇄한 한국GM의 올 1~11월 생산량은 전년 동기에 비해 14.7%, 올해 신차를 내놓지 못한 르노삼성자동차 생산량은 21.1% 감소했다. 대우버스와 타타대우의 생산량도 각각 14.2%, 29.8% 줄었다.

한국은 2007년 처음으로 400만 대 넘게 차를 생산했다. 2008년과 2009년엔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으로 400만 대 선을 지키지 못했지만, 2010년 이후로는 매년 400만 대 넘게 완성차를 만들었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는 450만 대 선도 넘었다. 그러다 2016년부터 3년 연속 생산량이 떨어졌다.

세계 10대 자동차 생산국가 중 2년 연속 자동차 생산량이 줄어든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생산량 순위도 한 단계 떨어질 위기다.

한국은 2015년까지 자동차 생산 5위 국가 자리를 지켰지만, 2016년 인도에 밀렸다. 올해는 멕시코에 6위 자리마저 내줄 처지다. 올 1~3분기 멕시코는 295만3735대를, 한국은 289만9556대를 생산했다. 생산량이 줄어든 원인은 복합적이다. 지난해부터 판매부진이 이어지면서 재고가 쌓인 데다 생산성도 악화되고 있다. 완성차업체 노조의 파업과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도 더해졌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연 생산량이 400만 대 아래로 떨어지면 산업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완성차업체의 매출이 줄어들고, 부품업체의 일감도 크게 줄어든다. 자금압박을 견디다 못한 부품사가 문을 닫는 일이 속출할 가능성도 크다. 400만 대 미만 생산 체제가 고착되면 국내 완성차업체는 생산시설 일부를 줄이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내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은 올해보다 감소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5.0%→3.5%) 조치가 연말에 끝나면 내수 판매도 줄어들 전망이다. 한국GM과 르노삼성은 본사 방침에 따라 배정되는 물량이 급감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미국 정부가 수입차에 25%의 고율 관세를 매기면 수출물량이 100만 대가량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처럼 450만 대 생산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고, 400만 대 선을 지키는 데 총력을 다해야 하는 처지”라며 “생산량 감소가 부품업계 위기로, 부품업계 위기가 완성차 품질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