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만두·김치로 '베트남 입맛' 공략…오리온, 25만개 유통망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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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파고드는 K유통·K푸드
(2) 식품업계 '포스트 차이나'로 부상
베트남 제과시장 1위 오리온
초코파이, 결혼 답례품으로 인기
설 명절 절에선 박스로 탑 쌓기도
식품 영토 넓히는 CJ제일제당
민닷푸드 등 현지업체 잇단 인수
700억 투자 첨단공장 내년 가동
(2) 식품업계 '포스트 차이나'로 부상
베트남 제과시장 1위 오리온
초코파이, 결혼 답례품으로 인기
설 명절 절에선 박스로 탑 쌓기도
식품 영토 넓히는 CJ제일제당
민닷푸드 등 현지업체 잇단 인수
700억 투자 첨단공장 내년 가동
CJ제일제당은 베트남 호찌민시 인근 롱안지역에 700억원을 투자해 첨단 식품공장을 짓고 있다. 내년 4~5월께 완공돼 본격 가동되면 글로벌 전략 상품인 비비고 만두 등 냉동식품을 비롯해 김치, 가정간편식(HMR), 수산가공 및 육가공 제품 등을 통합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이 공장을 통해 베트남에서 올해의 약 세 배인 7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베트남 대학 입학 자격시험이 치러진 지난 6월. 제과업체 오리온은 주요 도시 시험장 입구에서 초코파이 30만 개를 수험생들에게 전달했다. 제품의 캐치프레이즈인 ‘정(情)’을 나누는 행사다. 초코파이는 베트남에서 ‘국민 간식’의 반열에 올라 있다. 집마다 늘 차려놓고 있는 제사상에도 초코파이가 오른다. 약혼식과 결혼식의 하객 답례품으로도 인기다. 설 명절에 절에선 초코파이 박스로 탑을 쌓고 복(福)을 비는 사람들이 많다. 성장둔화·규제에 해외 진출 서둘러
베트남 시장을 파고드는 두 회사는 한국에선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0년대 들어 시작된 제과시장의 성장 둔화는 오리온에는 위기이자 기회로 다가왔다. 과자류 소비 둔화를 예상하고 일찌감치 중국 베트남 등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선 배경이다.
국내 1위 식품업체 CJ제일제당은 오는 13일 시행되는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이 성장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김치 두부 등 제품 생산을 더 이상 늘리기 힘들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이들 품목에 대해 5년간 사업 인수나 개시, 확장 등을 할 수 없다. 전체 적합 업종의 약 40%를 식품이 차지한다.
그렇다고 베트남 시장에서 두 회사가 보여주고 있는 성과를 한국 시장의 성장 둔화나 규제에서 비롯됐다고만 평가할 수는 없다. ‘K푸드’를 앞세워 10여 년 전부터 시장을 두드린 결과, 지금은 한국과 중국에 이어 베트남에서 ‘제3의 CJ’와 ‘제3의 오리온’을 건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인 삶 속으로…
CJ제일제당과 오리온의 베트남 진출 전략은 다르다. 베트남 제과시장 점유율 1위(19%)인 오리온은 바닥부터 다져왔다. 초코파이는 초콜릿 코팅 파이 시장에서 67%를 점유하고 있다. 올해 매출 1000억원 돌파가 예상된다. 낱개로 5억 개에 육박한다. 감자칩 부문에서도 경쟁사인 펩시(프리토레이)를 앞질렀다.
대표 상품 초코파이는 1990년대 초 보따리상을 통해 베트남에 수입됐다.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그렇다 보니 처음엔 명절에 주고받는 ‘귀한 선물’로 활용됐다. 오리온이 공식 수출을 시작한 2000년 초부터 수요가 급증했다. 2006년 호찌민에, 2009년 하노이에 공장을 지어 베트남 전역을 아우르는 생산 기반을 구축했다. 2008~2012년엔 전국적인 유통망 구축에 나섰다. 그 결과 지금은 대형마트에서 소형 점포까지 베트남 전역의 35만 개 판매점 중 18만 곳을 직접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정종연 베트남법인 마케팅부문장은 “지역 도매상을 통해 시골 가게로까지 공급망을 확대한 만큼 실질적으로는 베트남 전역의 75%를 커버하는 25만 개 판매처를 확보한 셈”이라고 말했다.
유력업체 인수…단기간에 영토 확대
CJ제일제당은 생산시설과 유통망을 갖춘 현지 유력업체를 잇따라 인수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단기간에 내수시장을 공략하고 수출에 나서기 위해서다. 2016년 현지 1위 김치업체인 킴앤킴과 냉동식품업체 까우제를 잇따라 인수한 데 이어 2017년엔 수산가공식품업체 민닷푸드를 사들였다.
까우제가 생산하는 ‘짜조(스프링롤)’와 딤섬류는 베트남 내수 시장 점유율이 각각 50%, 35%로 1위다. 미국 코스트코에도 상당한 물량을 수출한다. 민닷푸드는 베트남 소매시장의 80%를 차지하는 전통시장과 푸드카트 등 길거리 음식점 식자재 시장을 겨냥해 인수했다.
롱안지역에 첨단 식품공장이 완공되면 인수한 3개 업체의 공장은 하나로 통합된다. 생산 능력은 기존 3개의 공장을 합친 것보다 세 배 커진다. 통합공장에선 냉동김치도 생산한다. 유럽지역과 일본에선 익은 신김치를 선호하지 않는다. 겉절이 상태의 싱싱한 ‘비비고 김치’를 급속 냉동해 수출할 계획이다. 김치 수출 전진기지 역할을 하게 된다.
첨단 공장인 만큼 식품 안전을 위한 연구개발센터를 갖추고, 생산이력제도 도입한다. 공장엔 견학로를 따로 설치해 현지 소비자와 거래업체, 베트남 정부 관계자들을 초청하기로 했다. 노웅호 CJ까우제 법인장은 “현지에서도 식품 안전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분위기”라며 “공장을 찾은 해외 바이어들로부터 품질 안전을 믿을 수 있게 됐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고 말했다.
호찌민=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
베트남 대학 입학 자격시험이 치러진 지난 6월. 제과업체 오리온은 주요 도시 시험장 입구에서 초코파이 30만 개를 수험생들에게 전달했다. 제품의 캐치프레이즈인 ‘정(情)’을 나누는 행사다. 초코파이는 베트남에서 ‘국민 간식’의 반열에 올라 있다. 집마다 늘 차려놓고 있는 제사상에도 초코파이가 오른다. 약혼식과 결혼식의 하객 답례품으로도 인기다. 설 명절에 절에선 초코파이 박스로 탑을 쌓고 복(福)을 비는 사람들이 많다. 성장둔화·규제에 해외 진출 서둘러
베트남 시장을 파고드는 두 회사는 한국에선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0년대 들어 시작된 제과시장의 성장 둔화는 오리온에는 위기이자 기회로 다가왔다. 과자류 소비 둔화를 예상하고 일찌감치 중국 베트남 등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선 배경이다.
국내 1위 식품업체 CJ제일제당은 오는 13일 시행되는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이 성장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김치 두부 등 제품 생산을 더 이상 늘리기 힘들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이들 품목에 대해 5년간 사업 인수나 개시, 확장 등을 할 수 없다. 전체 적합 업종의 약 40%를 식품이 차지한다.
그렇다고 베트남 시장에서 두 회사가 보여주고 있는 성과를 한국 시장의 성장 둔화나 규제에서 비롯됐다고만 평가할 수는 없다. ‘K푸드’를 앞세워 10여 년 전부터 시장을 두드린 결과, 지금은 한국과 중국에 이어 베트남에서 ‘제3의 CJ’와 ‘제3의 오리온’을 건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인 삶 속으로…
CJ제일제당과 오리온의 베트남 진출 전략은 다르다. 베트남 제과시장 점유율 1위(19%)인 오리온은 바닥부터 다져왔다. 초코파이는 초콜릿 코팅 파이 시장에서 67%를 점유하고 있다. 올해 매출 1000억원 돌파가 예상된다. 낱개로 5억 개에 육박한다. 감자칩 부문에서도 경쟁사인 펩시(프리토레이)를 앞질렀다.
대표 상품 초코파이는 1990년대 초 보따리상을 통해 베트남에 수입됐다.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그렇다 보니 처음엔 명절에 주고받는 ‘귀한 선물’로 활용됐다. 오리온이 공식 수출을 시작한 2000년 초부터 수요가 급증했다. 2006년 호찌민에, 2009년 하노이에 공장을 지어 베트남 전역을 아우르는 생산 기반을 구축했다. 2008~2012년엔 전국적인 유통망 구축에 나섰다. 그 결과 지금은 대형마트에서 소형 점포까지 베트남 전역의 35만 개 판매점 중 18만 곳을 직접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정종연 베트남법인 마케팅부문장은 “지역 도매상을 통해 시골 가게로까지 공급망을 확대한 만큼 실질적으로는 베트남 전역의 75%를 커버하는 25만 개 판매처를 확보한 셈”이라고 말했다.
유력업체 인수…단기간에 영토 확대
CJ제일제당은 생산시설과 유통망을 갖춘 현지 유력업체를 잇따라 인수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단기간에 내수시장을 공략하고 수출에 나서기 위해서다. 2016년 현지 1위 김치업체인 킴앤킴과 냉동식품업체 까우제를 잇따라 인수한 데 이어 2017년엔 수산가공식품업체 민닷푸드를 사들였다.
까우제가 생산하는 ‘짜조(스프링롤)’와 딤섬류는 베트남 내수 시장 점유율이 각각 50%, 35%로 1위다. 미국 코스트코에도 상당한 물량을 수출한다. 민닷푸드는 베트남 소매시장의 80%를 차지하는 전통시장과 푸드카트 등 길거리 음식점 식자재 시장을 겨냥해 인수했다.
롱안지역에 첨단 식품공장이 완공되면 인수한 3개 업체의 공장은 하나로 통합된다. 생산 능력은 기존 3개의 공장을 합친 것보다 세 배 커진다. 통합공장에선 냉동김치도 생산한다. 유럽지역과 일본에선 익은 신김치를 선호하지 않는다. 겉절이 상태의 싱싱한 ‘비비고 김치’를 급속 냉동해 수출할 계획이다. 김치 수출 전진기지 역할을 하게 된다.
첨단 공장인 만큼 식품 안전을 위한 연구개발센터를 갖추고, 생산이력제도 도입한다. 공장엔 견학로를 따로 설치해 현지 소비자와 거래업체, 베트남 정부 관계자들을 초청하기로 했다. 노웅호 CJ까우제 법인장은 “현지에서도 식품 안전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분위기”라며 “공장을 찾은 해외 바이어들로부터 품질 안전을 믿을 수 있게 됐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고 말했다.
호찌민=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