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누가 쓸까 했는데…건조기, '국민가전'으로 뜬다
# 내년 2월 결혼하는 김은아 씨(34·여)는 혼수가전 '구매 1순위'에 건조기를 올렸다. 유럽에서 공부하면서 건조기의 편의성을 경험한 영향이 크다. 유명 독일 브랜드 제품을 구입하려 했지만 같은 가격에 1.5배 큰 용량을 구입할 수 있어 국내 제품으로 결정했다. 김 씨는 "먼저 결혼한 친구들도 건조기를 적극 추천하더라"며 "같은 값이면 최대한 큰 용량을 사라고 해 국내 제품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건조기가 필수 생활가전으로 자리잡고 있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문화와 폭염·미세먼지 등 환경요인이 더해지면서 판매량은 1년새 2배 이상 늘었다. "가사노동을 크게 줄여준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가전업체들이 다양한 제품을 내놓으면서 건조기 시장은 대용량과 중소용량으로 이원화되고 있다.

5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11월까지 국내에서 판매된 건조기는 120만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55만대)과 비교해 120% 가량 증가한 규모다. 지난해 건조기 전체 판매량은 60만대였다.

국내 건조기 시장은 2016년까지 연평균 10만대 정도에 불과했다. 100만원이 넘는 가격과 번거로운 설치 과정(가스식) 탓에 찾는 이들이 많지 않았다. 김 씨처럼 해외에서 건조기를 경험한 이들이 주된 고객이었다.

하지만 국내 업체들이 제습방식의 전기식 건조기를 내놓으면서 시장은 빠르게 성장했다. 지난해에만 전년 대비 6배 늘어난 60만대가 판매됐고 올해는 130만대가 예상된다. 이른 장마와 폭염, 미세먼지가 겹치면서 올 여름 월평균 판매량은 20만대를 넘어섰다. 올해 건조기 판매량이 150만대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판매량 150만대 전망도 나왔지만 다소 부풀려진 부분이 있다"며 "100만대는 훨씬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건조기 보급률이 30%대에 머무는 만큼 수년 내 세탁기 판매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옷감 손상과 비싼 전기료 등 건조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상당 부분 개선된 만큼 어렵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세탁기는 매년 180만대가 판매되고 있지만 보급률이 90%로 높고 평균 판매가격도 건조기의 60% 수준에 불과하다"며 "건조기가 생활가전 사업을 이끌 성장 동력으로 각광받는 이유"라 말했다.

건조기의 시장은 앞으로 대용량과 중소용량으로 이원화될 전망이다. 이미 삼성·LG전자 건조기 매출의 60% 이상이 14kg 대용량 제품에서 나오고 있으며, 중견기업들은 중형·초소형 건조기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LG전자 한 관계자는 "건조기의 편의성이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전파되면서 건조기는 대표 필수아이템으로 자리잡았다"며 "건조기 판매량은 앞으로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수년 내 세탁기 판매량을 넘어설 수 있다"고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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