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투자 본사 사옥.  /하나금융투자 제공
하나금융투자 본사 사옥. /하나금융투자 제공
하나금융투자가 금융지주사 계열 증권사 중 자기자본 3조원의 허들을 가장 늦게 넘었다. 초대형 투자은행(IB) 대열에는 합류하지 못했지만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자격을 갖추게 된다.

하나금융투자가 다른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보다 조금 늦게 출발했지만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조언이다. 현재 초대형 IB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는 증권사가 적고 시장이 확대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선례를 살피면서 사업에 나서도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투자는 지난달 말 4975억5000만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해 자기자본 3조원을 넘어섰다. 자기자본은 3조2000억원이다.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 중에서는 3조원의 허들을 가장 늦게 넘었다.

유상증자의 효과는 톡톡히 볼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나금융투자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418억원이었다. 상황은 3월 70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이후 반전했다.

하나금융투자의 2분기 순이익은 644억원으로 직전 분기보다 35.0%(226억원) 늘었다. 3분기 순이익은 353억원으로 부진한 증시의 영향을 받았지만 누적으로는 142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는 지난해 온기 순이익 1462억원과 유사한 수준이다.

실적 개선의 배경에는 유상증자에 대한 효과가 있었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실적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증자에 따른 자기자본 확대로 IB부문 등의 수익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자기자본이 3조원 이상으로 불어나면서 기업신용공여, 자기자본투자(PI) 등 신규 비즈니스에 진출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금융지주 계열사들은 이미 초대형 IB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농협금융지주 계열 NH투자증권은 3분기 기준 자기자본이 5조228억원이다. 이미 우리투자증권과 농협투자증권이 합병 시점인 2014년 말에도 자기자본은 4조3000억원이었다. NH투자증권은 발행어음 상품을 출시해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KB증권은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의 합병으로 자기자본 4조원의 벽을 넘었다. 3분기 기준 자기자본은 4조4539억원이다. KB증권은 자기자본을 활용해 호실적을 내고 있다.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은 지난해보다 48.57% 늘어난 608억원이다. 앞으로도 PI부문 등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신한금융투자의 현재 자기자본은 3조3429억원으로 하나금융투자와 같은 선상이다. 2016년 9월 5000억원 증자를 통해 지난해 3월 종투사로 출범했다. 종투사 출범 당시인 지난해 1분기 당기순이익이 287억원에서 같은 해 2분기 478억원으로 39.9%(191억원) 늘었다.

하나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 등 후발주자들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초대형 IB 기준에 못 미치는 증권사들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초대형 IB의 핵심 업무라고 볼 수 있는 발행어음 사업은 이제 1년차에 접어들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곳은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정도"라며 "후발주자는 자본 규모 차이로 선발주자와 거리감이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시장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만 실제로 두드러진 성과가 나지 않는 이유는 그만큼 해당 분야가 빠르게 발전하기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기도 한다"며 "시장 선점 효과는 떨어지겠지만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선례를 살피면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