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한, 헌재에도 사건 접수되자 "대법이 먼저 선고해야" 보고서 작성지시
양 전 대법원장 비서실장도 재판개입 정황…통진당 재산 가처분 처리 독촉
양승태 사법부, 평택·당진 매립지 관할 소송에도 개입 정황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대법원의 특정 사건 선고를 앞당기도록 재판에 관여한 정황이 검찰 수사에서 추가로 드러났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평택시와 당진시의 매립지 관할권 소송과 관련해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선고 시기에 영향을 미치려 한 것으로 파악했다.

고 전 대법관은 2016년 10월 무렵 매립지 관할권 소송 선고를 대법원이 헌법재판소보다 빨리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내용의 검토보고서를 대법원 재판연구관에게 작성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매립지 관할 문제를 결정할 심판 권한이 헌재에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대법원이 헌재보다 선고를 빨리 내려 대법원의 위상을 확인해야 한다는 게 검토 지시의 취지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해당 검토보고서는 주심 대법관에게 전달됐고, 대법원은 헌재에 앞서 선고하기로 일정까지 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정농단 사태 이후 선고가 미뤄지면서 대법원은 물론 헌재도 현재까지 이 사건 판결을 내리지 않았다.

앞서 행정자치부는 2015년 5월 당진·평택항 매립지 전체 부지 96만5㎡ 가운데 70%는 평택시 관할로, 30%는 당진시 관할로 각각 분할해 맡기는 매립지 귀속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 직후 당진시, 충남도 등은 개정 지방자치법에 따라 행자부 결정에 불복하는 소송을 대법원에 제기했고, 같은 해 6월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추가로 청구했다.

검찰은 이 같은 고 전 대법관의 보고서 작성지시 행위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하고 구속영장 청구서의 범죄 사실에 담았다.

이와 함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비서실장이던 김정만 변호사가 법원의 옛 통합진보당 잔여재산 가처분 결정을 독촉하는 등 재판에 개입한 정황도 드러났다.

2015년 초 광주지방법원이 통합진보당 잔여재산 가처분신청 사건에 '보정명령'을 내리자 김정만 당시 비서실장은 법원행정처를 통해 광주지법에 가처분 결정을 빠르게 내려야 한다는 취지의 지시를 전달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실제로 가처분 결정은 보정 서류가 접수되자마자 빠르게 이뤄졌다.

이런 내용은 당시 법원행정처장이던 박병대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에 포함됐다.

앞서 검찰은 서울중앙지법 민사1수석부장판사를 끝으로 퇴직해 변호사로 개업한 김 변호사 사무실을 지난 28일 압수수색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