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물 안전성 확보 위한 설계 변경 놓고 LH-민간컨소시엄 입장 차
국내 최고 453m 청라시티타워 건립 차질…안전성 논란 제기
국내에서 가장 높은 인천 청라시티타워(453m) 건립사업이 구조물 안전성 확보 문제로 첫 삽을 뜨지 못한 채 지연되고 있다.

5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청라영종사업본부 등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로 예상된 시티타워 착공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올해 6월 제출된 착공신고서는 사업 추진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지난달 반려된 상태다.

이 프로젝트는 청라국제도시 호수공원 중심부에 있는 3만3천㎡ 부지에 초고층 타워와 복합시설을 건설·운영하는 내용이다.

청라국제도시 조성 주체인 LH의 사업자 공모를 거쳐 지난해 2월 사업협약을 맺은 민간컨소시엄(보성산업·한양·타워에스크로우)은 LH가 마련한 기본설계를 바탕으로 타워 실시설계를 마친 뒤 세계적인 풍동실험 업체인 캐나다 RWDI에 공탄성실험을 의뢰했다.

공탄성실험은 실제 구조물과 유사한 모형을 만든 뒤 풍하중(바람이 구조물 외면에 작용하는 하중)과 진동 등의 영향을 관찰·측정하는 것으로, 실시설계의 마지막 단계에서 이뤄진다.

해당 실험에서는 높이 400m가 넘는 청라시티타워가 바람에 매우 취약한 구조여서 풍하중 산정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민간컨소시엄은 올해 8월 이 같은 풍동실험 결과와 함께 타워 중간에 여러 개의 풍도(바람길)를 뚫는 대안을 LH에 제시했다.

LH는 이에 대해 초고층 건물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실시설계를 변경하고 사업을 계속 추진하라고 민간컨소시엄에 요구했다.

그러나 민간컨소시엄은 타워에 풍도를 설치하려면 LH 측이 기본설계와 구조 검토를 다시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풍도 개설을 위해 타워 디자인이 크게 변경될 가능성이 있고 안전 문제로 타워의 외장재도 바뀔 경우 인천의 랜드마크로 기대를 모은 청라시티타워가 원래 구상과 완전히 동떨어진 구조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청라시티타워는 맑은 날 타워 전망대에서 북한 개성까지 조망할 수 있을 정도로 높고, 세계 최초로 빛의 반사와 굴절을 이용한 외장 기술을 접목해 투명한 건축물로 만든다는 계획이 화제가 된 바 있다.

민간컨소시엄 관계자는 "풍도 개설을 포함한 타워의 안전성 확보는 단순히 실시설계 변경의 문제가 아니라 기본설계부터 바꿔야 하는 근본적이고 중대한 사안"이라며 "사업협약상 LH가 담당하는 기본설계가 다시 이뤄져야 실시설계 변경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LH 관계자는 "타워에 풍도를 설치하는 것은 실시설계 변경으로 가능하다"며 "타워 건립이 더 늦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민간컨소시엄에 가시설 공사, 터파기 등을 우선 시작하고 6∼9개월가량 걸리는 실시설계 변경을 병행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LH와 민간사업자가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해 사업 중단이 길어지고 법적 다툼으로까지 번질 경우 청라시티타워 건립은 다시 장기간 표류할 것으로 우려된다.

LH가 2009년 타워 디자인을 국제공모한 청라시티타워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개최에 맞춰 준공할 계획이었지만 타워 건설·운영 발주 방식을 놓고 인천경제청과 이견을 보이고 사업자 공모가 수차례 유찰되면서 지연됐다.

타워 건설에는 4년이 걸리고 주변 복합시설 공사는 1년∼1년 6개월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청라시티타워가 기존 계획대로 준공되면 일본 도쿄의 스카이트리(634m), 중국 광저우의 캔톤타워(610m) 등에 이어 세계에서 6번째로 높은 전망타워가 된다.

/연합뉴스